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선택지를 고려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작업은 빠르게 마무리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높은 시장가치를 인정받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속도'와 '몸값'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하는 곳이 상장 주관사로 선정될 가능성도 높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와 크레딧스위스(CS)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에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는 26일까지 제안서를 받은 뒤 다음달 초 주관사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전망을 고려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은 빠른 속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진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순환출자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개정 공정거래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지배구조 재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러 방안이 거론되지만 과세 부담을 고려하면 지주회사 체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세제 혜택과 정 회장의 지분율을 고려하면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조항은 세법 개정에 따라 올해까지만 적용된다. 내년부터는 지주회사 전환 시 계열사 주식을 현물출자하고 지주사 주식을 받을 때 양도세를 4년 거치 후 3년 분할 납부하게 된다. 지주사 전환이 해를 넘길 경우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양도세가 부과될 수 있다. 지주사 전환을 택할 경우 연내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어야 하는 이유다.
지주사 전환을 고려할 경우 상장에 착수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최대한 빠르고 높은 가격에 증시에 입성할 필요가 있다. 정의선 현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가치는 낮은 상태에서, 나머지 계열사의 가치는 극대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특히 지주사로 유력한 현대모비스의 경우 정 회장의 지분이 낮기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과정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정 회장은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 중에서도 보유 지분이 현저히 낮은 편에 속한다.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한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지분 17.48%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인 SK그룹은 최태원 SK회장이 SK㈜ 지분을 18.44% 갖고 있다.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로 전환한 LG그룹 역시 구광모 회장의 ㈜LG 지분이 15.65%에 달한다. 반면 정 회장의 현대차, 현대모비스 지분은 각각 2.62%, 0.32%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은 지분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선 회장은 11.72%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자본총계는 3조5500억원 수준이며 이에 근거한 정 회장의 지분가치는 약 4260억원이다. 반면 현재 현대엔지니어링 비상장 주식 시세는 주당 99만5000원,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7조5000억원대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10조원의 몸값을 인정받는다면 정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총자본 기준 5700억원에서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한다.
보유 주식의 가치가 증가하는 만큼 향후 지주사와의 주식교환에서 보다 높은 지분 획득이 가능해진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 지주회사의 시총을 60조원으로 가정한다면 정 회장의 지분이 1%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주사 시총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증가 폭은 더욱 커진다. 실제 14일 기준 SK㈜는 약 21조원, ㈜LG는 약 16조5000억원의 시총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게 될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상장 과정도 최대한 빨리 마쳐야 하기 때문에 주관사 선정 과정도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