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주저앉은 이경훈을 일으킨 '한국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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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05-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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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과 2021년 우승컵을 들고 있는 이경훈[사진=KPGA·연합뉴스 제공]

79전 80기.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이경훈(30)이 생애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경훈은 1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에 위치한 TPC 크레이그 렌치 골프장(파72·7468야드)에서 종료된 PGA 투어 에이티앤티(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810만 달러·약 90억8100만원) 결과 25언더파 263타로 우승했다.

다음 날인 18일 오전 8시, PGA 투어와 협력사(스포티즌)의 진행으로 미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화상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생애 처음으로 PGA 투어 우승컵을 품에 안은 이경훈을 화면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었다.

이경훈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이었다. 첫 우승인 만큼 한국 기자들과의 화상 기자회견도 처음이다. 이는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색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이경훈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 전까지 이번 주에 개최되는 피지에이(PGA) 챔피언십 대기 3번이었다. 3명이 빠져야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그는 3명의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출전을 확정 지었다.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다.

이에 대해 그는 "우승을 하고 나서 보니 많은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PGA 챔피언십의 경우 대기 3번이었다. 이번 주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 2022년에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도 출전할 수 있다. 큰 선물이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후 질문들은 지난주 대회를 돌아보게 했다. 이경훈은 "매니저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 영향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실수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의식적으로 힘이 된 셈이다. 덕분에 퍼트가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겨울부터 많은 변화를 주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배우던 코치에게 도움을 받았다. 너무 많은 정보를 없애고, 기본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머릿속을 비우려 노력했다. 연습은 다방면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우승의 순간. 18번홀(파5) 그린에서 이경훈은 한 조로 출발한 선수, 캐디들과 포옹 혹은 주먹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곤 걸어오는 아내를 안아 주었다.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러 가는 길에는 '맏형' 최경주(51)와 강성훈(34)이 그를 맞이했다. 8번째 한국인 PGA 투어 우승자에 대한 예우였다. 이경훈의 우승컵은 한국인이 들어 올린 19번째 우승컵이다.

이에 대해 그는 "최경주·강성훈 프로님이 현장에서 축하를 해주셨다. 생각지 못한 축하에 기쁘고 반가웠다. 그렉 노먼(호주)과 마이크 위어(캐나다) 등 유명 선수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축하해 주었다"며 "어제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다. 200~300개 정도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답장을 아직 못해서 오늘 다 하려고 한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내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아내와 함께 투어를 다니고 있다. 소니 오픈을 제외하고는 항상 같이 다녔다. 1~2 대회 이후에는 집에서 관리해야 할 것 같다"며 "점점 배가 부르다 보니 지켜줘야 할 것 같고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남자로서 세졌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웹닷컴 투어(현 콘 페리 투어) 첫해(2016년) 18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5만8427 달러(약 6622만원) 밖에 벌지 못한 이경훈은 시드를 잃고 귀국을 결심한다.

귀국 후 그는 1년 전(2015년) 우승했던 한국오픈에 출전했다. 그리고 그는 2년 연속으로 우승했다. 당시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오픈 우승 상금 3억원을 PGA 투어 활동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해(2017년) 그는 대한골프협회(KGA) 관계자에게 "한국오픈에 출전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미국 시드 유지가 이유였다. 당시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한국에서 우승했지만,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경훈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오픈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한국오픈 우승으로 용기를 얻었다. 가장 힘들 때 전화위복이 됐다. 우승컵을 들면서 계속 도전할 수 있었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더불어 망향의 속마음도 내비쳤다. 그는 "한국에 가지 못한지 2년이 됐다. 항상 한국 생각이 나고 그립다. 코로나19 격리로 귀국하지 못했다. 좀 괜찮아지면, 귀국해서 시합도 하고 싶고, 부모님과 기다리는 팬들께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016년 한국오픈 우승은 주저앉은 이경훈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는 2021년 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PGA 투어 출전은 2022~2023시즌까지 보장받았다. 몇 년 동안은 전처럼 시드 유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그런 그가 다가오는 일정은 힘들겠지만, 내년 혹은 후년 한국오픈에 PGA 투어 우승컵과 함께 금의환향하길 기대해 본다.

1958년부터 매년 열리던 한국오픈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명맥이 끊어졌다. 올해는 지난해에 하지 못했던 63회차다. 일정은 6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이다. 후원사와 장소는 변함없이 코오롱과 우정힐스 골프장이다. 방어전을 펼칠 선수는 62회(2019년) 우승자인 재즈 제인와타나논(태국)이지만,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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