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호텔 in] 2000만원 초호화상품·30만원 맡김차림만 '방긋'...호텔 소비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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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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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호텔 제공]

#친구와 함께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하룻밤을 머문다. 예약한 호텔 식당의 맡김차림(오마카세)을 여유롭게 즐기고, 마사지(스파)를 받으며 피로를 풀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 사회 초년생 김지연(24)씨가 여가를 즐기는 방법이다. 지연씨는 "한 달 동안 고생한 내게 주는 선물이다. 코로나19 여파에 해외여행을 떠나기 힘든 요즘, 일종의 보상 차원이라고 생각해도 좋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호텔업계에 '양극화'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방한 외국인 단체나 출장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3·4성급 호텔은 여전히 운영이 어렵지만, 고급 호텔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지친 이들의 발걸음이 고급 호텔로 향하면서 고가 객실은 물론, 한 끼에 수십만원에 이르는 음식을 파는 호텔 식당은 예약조차 힘들 정도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그니엘 서울 등 국내 고급호텔의 주말 투숙률은 90%에 육박한다. 특히 젊은층(20·30대)을 중심으로 호텔 내 휴식(호캉스) 열풍이 불면서 수요는 지속 증가세다. 과거 일반 객실 예약이 완료된 이후 선택을 받던 스위트 객실이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상황이 반대가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호텔들이 스위트 객실의 가격대를 낮추면서 수요가 는 부분도 있지만, 좀 더 안전한 공간에서 일행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는 목적도 있다.

심지어 롯데리조트가 최근 내놓은 2000만원짜리 '금혼식' 묶음상품은 출시 직후 예약자가 나타났을 정도다. 제주를 비롯해 강원 속초, 충남 부여 등 롯데리조트 전 지점에서 판매하는 결혼기념일 맞춤 특별 상품이다. 금혼식 외에도 은혼식은 1315만원, 석혼식은 800만원의 ‘초고가’ 상품이지만 수요와 문의가 꾸준한 상황이다.

초호화 상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강원도와 부산, 제주도 내 5성급 호텔들 역시 5월 주말 투숙률은 80%를 웃돈다.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으로 수요가 몰리는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방역과 위생 관리를 가장 중요시하는 최근의 숙박 경향에 따라 특급호텔 투숙이 주목을 받은 덕이다. 특히 서울과 부산의 시그니엘 호텔 두 곳이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내놓은 1000만원대 장기 투숙 상품 역시 출시 직후 판매가 됐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 호텔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초고가 상품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억눌린 소비 심리가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전체 예약률은 더욱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맞춤형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억원 결혼식 상품도 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34개 객실을 갖춘 '호텔동' 하나를 통째 빌려준다.

초호화 상품 수요 증가세는 비단 객실 상품뿐 아니라 식음업장에서도 두드러진다.

1인당 15만원짜리 호텔 뷔페가 등장했는가 하면, 일찌감치 30여만원에 육박한 중식 맡김차림(오마카세)을 선보인 호텔도 있다. "이 시국에 이렇게 비싼 값을 내고 누가 먹겠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사실 예약이 어려울 정도다.

더 플라자는 일찌감치 중식당 도원에서 '맡김차림(오마카세)'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수석 셰프가 식재료 발굴, 메뉴 구성 등을 모두 진행하는 일식 맡김차림을 중식에 적용하고, 하루 세 팀 예약제로 운영 중이다.

가격은 1인당 28만원을 받지만, 늘 매진행렬이다. 특히 전체 이용객의 60%는 30대가 차지한다. 더 플라자 관계자는 "최근 작은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추세에 따라 음식 소비에 돈을 쓰는 젊은 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오는 25일 문을 여는 조선호텔앤리조트 운영 호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은 호텔 뷔페 '콘스탄스' 가격을 최대 15만원대로 책정했다. 주류를 포함하면 25만원까지 가격이 오른다. 기존 특급호텔 뷔페 운영 가격인 10만원 초반대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기존 특급호텔 뷔페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지난 2월 롯데호텔 라세느와 신라호텔 더파크뷰가 각각 뷔페 가격을 4~7%대로 올렸다.

가치 소비의 정점은 '빙수'가 찍었다. 지난해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판매고를 올렸던 빙수는 평균 4만~5만원대의 비싼 가격이지만 이용객은 늘 넘쳐나 호텔 매출 상승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단체여행을 온 외국인, 출장객을 대상으로 운영을 해오던 3·4성급 호텔의 상황은 처참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여파에 방한관광객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한국관광통계공표에 따르면, 올해 3월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수는 7만3999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3월(233만4153명)보다 96.8% 추락했다. 내국인 수요도 받쳐주질 못하면서 휴·폐업 신청하는 호텔도 속속 눈에 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처럼 대거 방한하는 등 눈에 띌만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코로나19 여파에 무너진 업계 상황을 회복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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