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깜짝 성장에도 가계 살림은 마이너스...실질 빈부격차도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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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1-05-2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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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241만9000원...1년 전보다 1.6% 증가

  • 근로·사업·재산소득 '트리플' 감소...연금 등 이전소득만 나홀로 늘어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올해 1분기 1.6%의 깜짝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가계의 살림살이는 1년 전보다 더 쪼그라들었다. 근로·사업·재산소득이 동반 감소한 가운데 공적연금·기초연금처럼 국가로부터 받는 이전소득만 유일하게 증가했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1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3월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1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물가 변동 영향을 제거한 실질 소비지출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근로소득은 고용 감소와 상여금 축소 등으로 인해 1.3% 줄었고, 사업소득은 업황 개선에도 자영업자가 줄면서 1.6% 감소했다. 유일하게 이전소득만 16.5% 급증했다. 기초연금 인상 등과 함께 맞춤형 피해지원대책, 2021년 추가경정예산 등의 영향으로 크게 늘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동시에 감소했는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음식·숙박 등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감소와 자영업 업황 부진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소득층 소득 재난지원금이 떠받쳤다
소득 계층별로 보면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근로소득이 17만1000원으로 3.2%, 사업소득이 8만7000원으로 1.5% 감소했지만 전체 소득은 늘었다.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 때문이다.
 

[자료=통계청 제공]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은 43만6000원으로 23.1% 늘었다. 1분위 계층에 지급된 공적이전소득은 근로소득의 2배가 넘는다.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소상공인 버팀목자금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정부 지원금이 빈곤층의 살림을 떠받친 셈이다.

2분위(소득 하위 20~40%)도 마찬가지다. 1분기 근로소득이 1.5% 감소했지만, 공적이전소득이 37% 급증하면서 전체 소득을 5.6%로 끌어 올렸다. 

고소득층(소득 상위 20%) 소득만 유일하게 감소했다. 5분위 월평균 소득은 971만4000원으로 2.8% 줄었다. 사업(4.0%)·이전(9.3%)소득이 증가했으나 근로소득(-3.9%)과 경조 소득 및 실비보험금 등 비경상소득(-24.7%)이 하락했다. 

정동영 국장은 "3~4차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 중심으로 지급되면서 자영업자 가구 비중이 높은 2·3·4분위의 공적이전소득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저소득층 지원금에도 매달 40만원 적자
전 소득계층 중 1분위 가구의 소득 지출이 가장 많이 늘었다. 130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다. 주거·수도·광열(21.9%), 식료품·비주류 음료(21.6%), 보건(13.9%) 등의 지출이 주를 이뤘다.

5분위 가구의 가계지출은 641만7000원으로 0.6% 감소했다. 식료품·비주류 음료(13.2%), 교통(13.0%), 교육(12.5%) 순으로 지출이 집중됐다. 
 

[자료=통계청 제공]

가계지출 중 소비지출은 1분위 가구가 112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증가한 반면 5분위 가구는 428만2000원으로 0.7% 줄었다.

정 국장은 "근로 및 사업소득 감소에도 재난지원금 등이 정책적 효과를 내며 총소득을 지지했고, 소비심리 회복으로 소비 지출은 다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세금·공적연금 등 의무적으로 내해야 하는 돈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을 뜻하는 처분가능소득은 1분위 가구의 경우 72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6% 증가했다. 역시 재난지원금 지급 덕분이다. 하지만 매월 평균 39만7000원 적자(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758만원으로 3.4% 감소했지만, 월평균 329만7000원의 흑자를 냈다.
 
빈부격차 개선됐지만 '착시효과'...지원금 제외하면 되레 악화
이로 인해 빈부 격차는 2분기 연속 개선됐다. 소득 분배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1분기 6.30배를 기록했다. 이는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1분위보다 6.30배 많다는 의미다. 1년 전(6.89배)보다 0.59배포인트 개선됐다.

5분위 배율은 가구원 수별로 나눈 가처분소득을 1분위와 5분위 대비로 비교하는 지표다. 수치가 오르면 분배의 악화를, 수치가 내리면 분배의 개선을 의미한다.

표면상 소득 격차가 줄었지만 이 또한 정부 지원금으로 인한 착시에 불과하다. 1분기 근로·사업·재산소득이 주축을 이루는 시장소득 기준 균등화 소득 5분위 배율은 16.20배로 1년 전 14.77배보다 악화했다. 재난지원금과 재정일자리 등의 지원을 빼면 사실상 지표가 더 악화된 것이다. 
 
특히, 1분기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6.74배)보다 더 악화했다. 2인 이상 비농림어가를 기준으로 삼았던 개편 전 통계기준을 적용해도 올해 1분기 중 1분위는 5.20배로 2019년의 5.51배, 2020년의 5.61배를 하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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