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SW기술자평균임금 통계' 확 뜯어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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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05-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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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공공 SW사업 인건비 책정 핵심근거…통계청 수시통계품질진단서 '전문성 부족'

  • 문서화, 표본 대표성·추출방법, 가중치 등 개선 권고…"조사결과 편향·왜곡 발생 우려"

  • 한국SW산업협회 "모집단 층별 가중치 적용, 표본 재설계, 표본추출틀 등 개선 추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민간·공공부문에서 소프트웨어(SW) 기술자의 임금 지급 기준으로 쓰여 IT업계 전반에서 중요도·활용도가 높은 'SW기술자평균임금' 통계가 올해 크게 바뀐다. 작년말 통계청과 외부 통계 전문가들이 이 통계의 조사·공표 과정 전반에 신뢰성·정확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기업 IT부서에 전속됐거나 SW개발·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현업 IT인력들로부터 통계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던 원성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매년 발표하는 SW기술자평균임금 조사 전 과정의 개선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SW기술자 임금 추정 공식을 변경하고 조사 표본관리 기준을 명확히 할 예정이다. 오는 8월까지 구체적인 통계 조사와 공표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올해 12월 발표 통계부터 반영할 계획이다. 이는 작년 통계청 '수시통계품질 진단결과'에서 기존 SW기술자평균임금조사의 통계설계와 통계처리 방식을 개선하라는 권고를 받은 데 따른 조치다.

작년말 공개된 'SW기술자임금실태조사 수시통계품질진단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SW기술자평균임금 조사 환경은 "통계전문인력이 아닌 통계업무 경력 2년 미만의 실무담당자(1명)가 기관에서 작성하는 통계업무를 모두 수행하고 있어 업무 부담이 크고, 통계작성에 대한 이해도·숙련도가 낮다". 보고서는 통계작성기획, 설계, 자료수집, 통계처리·분석, 공표·관리·이용자서비스, 통계기반 등 조사·공표 과정 전반에 걸친 11개의 보완·개선 사항을 제시했다.

통계청은 SW기술자평균임금 통계를 위한 실태조사에 승인된 자료수집 방법은 '전화조사'지만 조사 대상·항목·표 형식을 고려했을 때 이메일이나 팩스 등을 활용한 '자기기입식조사'가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사 과정은 전화를 통해 담당자 확인만 하고, 이메일을 통해 조사표를 발송·회신받고 있었다. SW기술자 각각의 직무·경력·월평균임금 등 현황을 조사하므로 사실상 전화조사를 통한 자료수집이 어렵고 조사 정확성도 떨어진다고 봤다. 또 공표되는 조사결과로 '일평균' 임금 외에 '월평균'·'시간평균' 임금을 함께 제공하는데 이는 승인내역 결과표와 일치하지 않았다. 통계 승인내역을 실제 조사 과정에 맞게 변경하고 승인내역 결과표에 월평균·시간평균 임금을 추가하도록 권고됐다.

통계청 진단 결과 협회는 그간 SW기술자평균임금 통계작성 업무에 담당자가 활용할 수 있는 내용검토 지침서나 업무편람을 문서화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지침서를 보유하고 있으나 조사개요·주요업무 등 전반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며 조사항목별 정의·작성지침은 조사표 내 작성안내에 포함됐다. 내용검토 지침과 자료처리 지침을 갖추지 않고 업무 담당자가 전반적인 통계작성과정에 대해 참고할 업무편람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협회 측에 통계담당자용 업무편람 등 매뉴얼을 만들고 "통계작성과정에 대한 세부적인 절차와 참고사항을 문서화해 관리"하도록 권고했다. 통계작성 매뉴얼의 세부 종류에는 조사지침서, 자료입력지침서, 내용검토지침서, 업무편람, 인수인계서나 기록일지 등이 있다.

작년 발표된 조사에는 SW기술자 분류체계를 등급제에서 IT직무별로 변경한 사정이 반영돼 있다. 그런데 통계청 진단보고서에 따르면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기술자의 수준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변경된 통계 결과를 일률적으로 반영해 직무별 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어렵고, 응용SW개발자와 같은 일부 규모가 큰 직무는 현장에서 직무체계 구분이 모호하거나 포괄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공표되는 평균 임금을 적용하기 곤란한" 문제가 나타났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협회 측에 "직무별로 직무 수준을 구분해 정의한 ITSQF 직무기술서를 토대로 직무별·수준별 공표 검토"를 권고하고 "유관기관과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현실을 반영한 일부 직무 세분화와 통·폐합을 통한 통계 공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SW기술자평균임금 통계의 승인내역, 표본설계서, 조사지침서에 정의된 모집단이 'SW기술자' 또는 'SW기업체' 등으로 서로 다르고 조사모집단과 표본추출틀이 뒤섞여, 조사목적에 가장 들어맞는 정확한 조사대상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통계 조사표의 구성 항목 배열이 일관되지 않고 연관 항목이 같은 열에 배치되지 않아 비교가 어렵고, 질문 기준이 모호하거나 2개의 질문이 한 문항에 담기는 등 문제도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꼽혔다. 자료수집시 원활한 조사를 위해 담당자 역할을 나누고 현장에서 질의사항 발생시 대응할 수 있는 사례별 처리방법을 정리해 활용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협회는 SW기술자평균임금의 통계처리·분석 방식에 대해 "실제 평균 임금 추정 시 제시된 추정식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고 직무별 단순 평균을 사용해 추정치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며 "특히, 단위무응답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응답 조정가중치를 적용하지 않아 단위무응답에 따른 조사결과의 편향 및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SW기술자평균임금 통계 본설계 내역서(2015년 품질개선 컨설팅 결과 활용)에는 기본, 무응답, 사후층화 가중치를 적용한 모수 추정식(소프트웨어기술자 임금의 평균 추정량, 분산추정량)을 제시하고 있는데, 실제 조사는 층별 추출확률이 다른 표본 조사임에도 단순평균을 사용해 평균임금을 계산하는 등 모수 추정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통계 이용자 편의를 위해 SW기술자평균임금 조사결과와 함께 제공되는 '이용자용 통계정보보고서'는 지난 2015년 작성한 자료로 2019년 개편사항이 반영되지 않았고, 모집단 현황, 표본설계 내역서, 조사지침서 등 핵심사항도 담기지 않았다. 이에 이용자용 통계정보보고서를 정기 갱신할 것, 협회와 국가통계포털(KOSIS) 홈페이지 통계설명자료에 제공되지 않는 '통계개요', '조사관리', '표본설계·표본조사, 통계추정 추계·분석', '참고자료' 등을 추가 공개할 것이 권고됐다. 또 진단 보고서는 "조사항목 대비 공표항목이 (직무별 평균임금뿐이라) 매우 과소하다"면서 응답 기업과 모집단 현황 항목, 임금동향 등 인식조사 항목, 경력·성별 등 세부항목 연계 결과 등의 공표 검토를 권고했다.

이밖에 통계 표본추출틀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점, 매년 변경된 표본추출틀 층별 표본 규모를 고정값으로 사용한 점, 표본추출틀에서 상존한 기업체 수 10개 미만 층을 고려하지 않고 표본을 배분한 점, 모집단 대표성 확보가 어려운 방식으로 표본 기업체를 추출한 점, 불완전한 표본추출틀과 조사 무응답 문제 해결을 위한 가중치를 처리하지 않은 점 등 조사 전반의 통계적 정확성·엄밀성이 부실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보고서는 표본추출틀 현행화, 매년 달라지는 층별 기업체 규모·SW기술자 분포를 고려한 표본 배분, 이에 따른 랜덤 표본추출, SW기업체·기술자 가중치 반영 등을 권고했다.

통계청 품질진단 보고서 발표 약 6개월만인 지난 21일 한국SW산업협회는 이 조사의 전반적인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SW기업의 매출액·종업원 수 별 모집단 크기를 일정 비율로 배분해 조사하는 SW기술자평균임금조사의 임금추정 공식을 변경해 매출액·종업원 수 별 모집단 크기에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하기로 했다.

현행화되지 않은 재무정보 등으로 조사 과정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SW사업자신고자료 기반의 표본추출틀을 개선한다. 통계청이 경제통계조사 모집단 제공을 위해 기업이나 사업체에 관련된 기본정보를 구축해 관리하는 '기업통계등록부' 등 행정자료를 함께 활용하는 표본추출틀 구축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SW기업 매출액·종업원 수만 고려해 설계된 통계표본도 재설계할 방침이다. 직무별로도 의미있는 조사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직무 분포를 함께 고려해 추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조사항목 대비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된 공표항목을 어떻게 추가·확대할 것인지, 직무별로 뭉뚱그려져 알기 어렵게 돼 있는 직무 수준별 임금의 차이를 공표항목에 추가할 것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임금 추정공식 변경 등으로 발생할 시장 혼란 방지를 위해 새로운 통계의 오류와 기존 통계와의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점과 시장반응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보완 할 예정"이라며 "이번 개선연구를 통해 정확한 통계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앞으로도 국가승인통계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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