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한국 시간 오후 2시를 전후해 비트코인은 3만4000달러 선을 오가고 있다. 그러나 23일 새벽, 미국 시간으로는 오후 12시 30분을 전후로 비트코인 가격은 3만2000달러 밑으로 가면서 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이날 급락에 대해서 시장에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해석은 최근의 급등세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4월 비트코인은 급등하면서 6만 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이는 2020년 4월에 비하면 거의 10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처럼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악재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반만 해도 3만 달러를 겨우 넘은 비트코인이 채 반년도 되지 않아 2배 넘는 상승을 기록하면서 비트코인을 둘러싼 '거품' 논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조차 지난 20일 CNN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에 거품이 있다고 본다"면서 “거품은 이미 끝났을 수도 있으며, 지금부터 몇 달 후일 수도 있는 등 전망하기 매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격과는 별개로 암호화폐의 효용성 자체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암호화폐는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암호화폐는 3년 전보다 주류 시장에 많이 편입됐다. 그러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중앙은행이 경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 속에서 불거진 머스크 대란은 중앙정부의 심기를 더욱 건드렸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회사가 15억 달러어치 매입을 밝히면서 비트코인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이달 초 환경 문제를 문제 삼으면서 테슬라 차량 구입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보류하면서 시장은 크게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머스크가 비트코인 매입 여부에 대해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던지며 시장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힌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CIBC의 스테파니 프라이스 애널리스트는 지난 20일 노트를 통해 "트윗 하나 혹은 공개적인 언급에 가격이 상당히 움직이는 등 암호화폐는 매우 큰 변동성을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머스크 효과는 시장을 뒤흔들었으며, 많은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운 메시지로 시장이 급락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등락으로 시장이 교란되는 상황이 되자 중국과 미국 중앙은행은 칼을 빼들었다. 미국 규제당국은 1만 달러 이상 매매 신고 등 대책을 내놓았다.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의 규제 철퇴는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지난 19일 암호화폐 금지 강화를 재천명한 중국 정부는 나날이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인 후오비 역시 중국 정부의 규제망을 피하고자 중국인들에 대한 거래 차단에 본격 나섰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10% 이상 하락하는 등 가상화폐 급락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24일 코인데스크를 인용해 후오비가 특정 시장 고객들에 대한 가상화폐 파생상품 거래를 중단했다면서 최근 해당 국가의 가상화폐 단속에 대응해 중국 본토 내 선물 거래 등 일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후오비 측은 채굴 관련 자회사인 후오비 풀도 중국 고객들의 거래와 코인 저장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후오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앞서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 채굴 및 거래에 타격을 가하겠다고 공언한 후 나온 것이다. 앞서 류허 중국 부총리는 지난 21일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엄격히 단속해 개별 리스크가 사회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암호화폐에 대해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디지털 위안화를 띄우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2022년 동계올림픽 전 사용 범위를 훨씬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선전을 시작으로 디지털 위안화 실제 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지난 5일부터 상하이와 쑤저우 두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험 사용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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