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넥슨의 치열한 개발 역사를 한눈에"... 넥슨컴퓨터박물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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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정명섭 기자
입력 2021-05-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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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관 8주년 맞이해 신규 전시 '네포지토리' 선봬

  • 페리아 연대기 등 미출시 게임 7종 작업물 공개

  • "실패 아닌 창작 과정 일부... 개발자 위상 높일 것"

  • 온라인게임도 가치 보존... 게임업계 '아카이빙' 기대

넥슨컴퓨터박물관 '네포지토리' 전시장. [사진=넥슨 제공]

게임은 IT 기술과 영상, 음악, 서사가 집약된 종합예술로 불린다. 이에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신작 개발에 대규모의 자본과 수 많은 인력을 투입한다. 그렇다고 상업적인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일부 프로젝트는 사업성 평가를 넘지 못해 개발이 중단되기도 한다.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은 정식 출시로 이어지지 못한 게임들을 곱씹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치열한 게임 개발 과정이 주는 교훈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24일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넥슨컴퓨터박물관(이하 박물관) 지하 1층 ‘스페셜 스테이지’. 넥슨의 미출시 게임 7종을 보여주는 ‘네포지토리(NEpository)’ 전시가 한창이었다. 네포지토리는 ‘넥슨(Nexon)’과 저장소라는 의미의 ‘리포지토리(repository)’를 결합한 단어로, “넥슨 게임의 역사적 가치를 기록하고 보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로 개관 8주년을 맞이한 박물관의 새로운 시도다.

네포지토리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게임은 △페리아 연대기 △드래곤 하운드 △듀랑고 프리퀄 △프로젝트 애니웨이(ANYWAY) △프로젝트 레드(RED) △프로젝트 메타(META) △프로젝트 LF 등 총 7종이다.
 

넥슨컴퓨터박물관 지하 1층 스페셜 스테이지에선 넥슨의 미출시 게임 7종의 기획안, 아트워크 등을 볼 수 있다. [사진=아주경제DB]

벽에 걸린 두꺼운 ‘드래곤 하운드’ 기획안 속에 빼곡히 적힌 목차와 그 옆에 놓인 그래픽 작업물들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는 개발자들의 도전을 고스란히 담았다. 7종의 게임 중 유일하게 직접 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 애니웨이는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전시장 한쪽에는 네포지토리에 전시된 게임들을 모두 볼 수 있는 키오스크가 마련됐다. 옆에 놓인 3.5인치 플로피디스크 모형을 투입구에 넣으면 해당 게임의 정보와 그래픽 작업물을 볼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에선 천장에서 길게 늘어진 커다란 세 개의 스크린을 통해 게임을 볼 수 있다. 전시장 전체 조명이 영상과 함께 변화해 시각을 자극하고 몰입감을 높였다.

과거 ‘페리아 연대기’ 개발진으로 참여했던 넥슨 전 직원은 네포지토리 전시를 모르고 방문했다가 자신이 개발했던 게임이 전시된 것을 보고, 직접 도슨트(안내인)가 돼 같이 온 지인에게 신나게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최윤아 박물관장은 “지하 전시공간 리뉴얼 이래, 네포지토리가 세 번째 기획 전시인데 가장 반응이 좋다”며 “출시되지 못한 게임들이 실패작이 아니라 창작 과정의 일부이자 다양성을 위한 노력이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 '네포지토리' 전시 내 키오스크에선 미출시 게임 7종의 주요 정보를 볼 수 있다. [사진=아주경제DB]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넥슨으로부터 수백GB(기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받아 한 달 반가량 밤을 새워가며 작업했다. 지난 3월엔 한 달간 휴관을 하기도 했다. 박물관은 네포지토리를 시작으로 국내외 온라인게임을 기록하고 보존(아카이빙)하는 작업들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물관은 2014년에 PC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의 1996년 버전을 복원해 전 세계 게임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이 복원된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최 관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게임 아카이빙 공간이 오픈될 예정인데, 아시아 온라인게임 전시 부분에서 협업 제안을 받았다. 이번 네포지토리 전시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며 "전시 게임이 계속 쌓이다 보면,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다 같이 모여 전시하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 [사진=넥슨컴퓨터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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