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미래 먹거리…선진국형 치유농업 생태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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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05-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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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진청, 치유농업추진단 발족…치유농업 제도기반 구축 나서

  • 치유농업 효과 각 지자체에서 확인…스트레스 건강 관련 지표 개선 뚜렷

사회의 변화 양상에 따라 농촌에 대한 시각과 역할이 변화하면서 최근 치유농업(治癒農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치유농업은 농업·농촌 자원이나 이를 이용해 국민의 신체, 정서, 심리, 인지, 사회 등의 건강을 도모하는 활동과 산업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치료와 치유의 의미가 헷갈릴 수 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치료는 의료기술이 동원된 의학의 영역이다. 반면 치유는 좀 더 넓은 의미로, 치료를 통해 상처가 아물어 가는 과정과 이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요법을 포함한다.

치유농업의 범위는 채소와 꽃 등 식물뿐만 아니라 가축 기르기, 산림과 농촌문화자원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모두 해당한다.

치유농업의 목적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의료적·사회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이다. 일반 농사와 가장 큰 차이점은 농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의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농업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치유농업의 등장 배경과 현황
치유농업의 등장 배경은 농정(農政)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난 100년간 농촌은 농업의 생산성 증대에 집중했으나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가령 과다한 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환경문제를 비롯해 대량 생산으로 인한 재배종·농촌 경관의 단순화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했다.

특히 과거에 비해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농업은 더 이상 대량 생산에만 집중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변화도 치유농업의 등장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사회의 급격한 도시화도 치유농업의 등장에 한몫했다. 도시에 사람이 몰리면서 산업화가 진행됐고 이는 소득수준의 발달로 인구구조까지 변화시켰다. 초고령화와 더불어 산업화로 인한 다양한 질병과 스트레스가 늘어나자 이는 사회문제로 연결됐다.

특히 환경성 만성질환 진료비는 2011년 16조원에서 2017년 28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또 경쟁심화에 따른 정신질환(스트레스, 불안장애, 우울증)도 많은 사람이 호소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 현황은 2010년 51만7000명에서 2014년 58만4000명까지 늘었으며, 2018년에는 68만5000명으로 더 많아졌다.

포스트 코로나로 인한 산업시장 및 소비자 추세 변화도 치유농업의 등장 배경에 기인했다.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등 정신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최근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정신치료와 의료용 콘텐츠 수요가 늘자 치유농업도 역할이 생겼다.
 
치유농업을 위해 농진청이 걸어온 길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오른쪽 네 번째)이 6일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 연찬관에서 '치유농업추진단 현판식'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은 1994년부터 원예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적용해왔다. 사람들이 식물을 기르면서 심리적 정서적으로 안정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또 스트레스 완화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2013년부터는 치유농업의 개념 정의 그리고 치유농업 프로그램과 메커니즘의 구명(究明) 연구를 수행해왔다. 농업 소재와 활동의 치유 효과 구명 및 대상자별 맞춤형 치유 프로그램 매뉴얼 작성 등이 연구 내용이다.

또 사회적 변화 과정에서 건강 증진을 위한 투자, 여가 비용의 증가 등 다양한 활동으로 지출이 확대됐다. 농업·산림 등의 공익적 기능 중 건강 증진에 보탬이 되는 치유·휴양의 공익적 가치 인식 증대도 치유농업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치유농업이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 관련법 제정과 시행도 최근에 이뤄졌다. 치유농업에 관해 지난 3월 25일부터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치유농업은 법률에서 '농업·농촌자원을 이용하여 국민의 건강에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사회적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관련법까지 제정됨에 따라 앞으로 치유농업에 관한 품질관리와 연구개발도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됐다. 이는 선진국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조치다. 우리나라도 이번 법제화를 통해 치유농업의 선진국 대열에 발을 들이게 됐다.

농촌진흥청은 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치유농업 전담조직도 지난 4월 5일 발족했다. 목적은 치유농업 산업화 및 활성화다. 조직 이름은 치유농업추진단이다.

치유농업추진단에서는 앞으로 치유농업에 관한 △제도기반 구축 △연구 수요 조사와 연구성과 현장 실용화 △치유농업의 산업화 △인프라 구축 및 전문인력 양성 등의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다.
 
각 지자체에서 확인된 치유농업의 효과들

치유농업의 한 사례인 텃밭가꾸기를 하는 모습. [사진=농촌진흥청 제공]
 

치유농업의 효과는 다양한 사업처에서 확인된다.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의 사례로 몇 개의 지자체 결과를 제시했다.

전북 순창의 한 농장에서 만성 대사성질환자들은 매주 한 차례 4시간씩 7주간 프로그램에 참여해 작물을 돌보고 산책도 하는 등 가벼운 농장 활동을 이어갔다.

그 결과 참가자들의 평균 인슐린 분비가 47% 증가했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28% 감소했다. 또 허리둘레도 평균 2㎝ 감소하는 등 비만 지표도 개선됐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노인들을 상대로 주말농장을 운영하며 주 1회 27시간씩 27주 이어진 텃밭가꾸기와 공동체 밥상 차리기 등 활동을 진행했다. 이후 노인들의 건강을 측정한 결과 우울감이 60% 감소하고 총 콜레스테롤이 5%, 체지방률이 2% 감소했다.

치유농업은 청소년 폭력성 완화에도 효과가 있음이 검증되었다.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주 1회 2시간씩 24주 활동을 하였을 때 불안감이 45% 감소하고 스트레스도 52% 감소했다. 우울감 역시 5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홍천 열목어 마을에서 소방관을 대상으로 벌인 1박 2일 치유체험에서도 자율신경 활성도와 심장 안정도가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또 소방관들은 스트레스 지수 측정결과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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