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엘리베이터 논란]"1회 탑승에 1위안"…노후단지 개선 모델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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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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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불편 해소

  • 민간기업이 설치, 횟수당 요금부과

  • 전용 앱에 생체·개인정보 입력해야

  • 관영언론 호평 사용자 만족도 높아

  • 고층·저층 주민간 이견 충돌하기도

저장성 항저우 비구이위안 단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새로 설치된 공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장을 보고 돌아온 중국의 한 노부부가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엘리베이트 안으로 들어선다.

마스크를 벗고 카메라를 응시하자 탑승객의 얼굴을 식별한 엘리베이터가 거주하는 층까지 자동으로 운행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안면인식 기술이 아니라 한 번 이용할 때마다 1위안(약 174원)씩 부과되는 요금 체계다.

공유 자전거나 공유 차량처럼 탈 때마다 돈을 내는 이른바 공유 엘리베이터다.

이 같은 공유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다.

노후 주거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새 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중앙방송(CCTV) 등 매체를 통해 집중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건 저장성 항저우 린안구에 소재한 비구이위안(碧桂苑) 단지의 사례다.

2003년 조성된 비구이위안 단지의 6~7층 높이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지난해부터 노후 단지 리모델링 사업의 일환으로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이 시작됐다. 총 114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1849가구가 이용할 수 있다.

당초 주민들이 설치 비용을 부담하고 지방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키로 했으나 호응도가 낮아 무산됐다.

비구이위안 단지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설치 비용을 감안하면 가구당 2만~3만 위안(약 348만~523만원)을 내야 한다"며 "대다수 주민이 (비용 부담 때문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후 민간 기업이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뒤 요금을 받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공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면 앱스토어에서 '엘리베이터 대중교통'이라는 앱을 내려받아야 한다.

앱에 가족들의 얼굴 사진과 동·호수 등의 정보를 입력하고 요금을 충전하면 1회 이용 시마다 1위안씩 차감된다.

탑승객 수와는 상관없이 횟수별로 요금이 부과된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엘리베이터 시공업체 관계자는 "같은 집에 살면 몇명이 함께 타도 1위안만 내면 된다"며 "다만 다른 집에 사는 2명이 타면 각각 1위안씩 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다싱구의 한 아파트 단지 외벽에 설치된 공유 엘리베이터. [사진=CCTV 캡처]


항저우뿐 아니라 베이징과 허베이성 등의 노후 단지에서도 비슷한 리모델링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공공복리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선전한다.

CCTV는 "노후 단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건 새로운 시도"라며 "고령층 주민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난제를 해결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주민위원회(도시 지역의 기층 자치 조직)가 귀찮게 여기지 않고 노력해 추진한 덕분"이라는 현지 주민들의 발언도 소개했다.

실제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비구이위안 단지에 거주한다는 한 누리꾼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출근할 때는 계단을 이용하지만 퇴근 후 피곤할 때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어 좋다"며 "갑자기 큰 짐을 옮겨야 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적었다.

다만 주민들 간에 이견이 없지는 않다.

잉즈인(應智音) 린안구 공공서비스센터 주임은 "고층에 거주하는 고령층은 엘리베이터 설치가 절실하지만 저층 거주민은 사정이 다르다"며 "소음과 채광, 환풍에 안전 문제까지 걱정해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워낙 공유경제가 발달한 중국이라 공유 엘리베이터라는 참신한 발상도 등장한 것 같다"며 "주민과 지방정부, 시공업체 간의 갈등 조정이 향후 지속 가능 여부를 가를 핵심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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