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중견건설사들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호남에서 주로 활동해온 이들은 대기업 인수를 통해 전국구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모습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미래에셋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최근 대우건설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KDB인베스트먼트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그룹의 결정은 대우건설 인수를 발판 삼아 취약 사업 분야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은 올해도 공급 실적 1위를 지켜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해외플랜트 부문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흥건설은 호남 중심으로 주택 사업을 활발히 펼치며 수도권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대우건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
재계서열 47위인 중흥그룹이 시공능력평가 6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단번에 재계 21위까지 오르게 된다. 정찬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은 연초 재계 순위 20위권 명단에 중흥그룹의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호남권 중견건설사인 호반그룹은 최근 대한전선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신성장동력 마련의 기틀을 다졌다.
호반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호반산업은 대한전선의 발행 주식 40%를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호반그룹은 대한전선 인수를 통해 토목 등 주택 이외에 건설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1955년 설립된 종합 전선회사로, LS전선에 이어 국내 전선시장 점유율 2위다. 한국형 뉴딜 주요 부문 중 하나인 해상풍력 발전소에 해저케이블을 공급할 사업자로 꼽히고 있다.
동부건설도 M&A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동부건설과 에코프라임마린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지난 4월 국내 8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필리핀 BDO은행으로부터 한진중공업 발행 주식의 66.85%를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동부건설은 한진중공업의 조선·건설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한진중공업은 동부건설과 같은 건설업을 영위하지만, 각자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건설은 서울·수도권, 한진중공업은 경남 지역에서 각각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해상풍력이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으면서 한진중공업의 해상 플랜트 기술도 동부건설의 사업다각화 전략과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정부의 규제와 개발부지 부족 등으로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대형건설사들은 해외사업과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M&A를 통해 보다 다양한 사업 진출을 모색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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