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3800만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소비자 불편과 보장범위 축소로 보험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매년 수조원의 손실로 보험사들도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입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실손 보험금 과다청구를 막기 위해 7월부터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기로 했지만, 보험금 과다 청구 등 본질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실손보험에서 손실을 입고 있는 보험사들이 속속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면서, 보험소비자의 실손보험 가입 선택권도 축소되고 있다.
◇ 4~5년마다 개편…소비자 혼선
지난 2003년 공적 건강보험을 보조하는 형태로 처음 도입된 실손보험은 4~5년마다 개편이 지속되면서 소비자에게 혼선을 빚었다.
실손보험은 판매 기간에 따라 구분된다. 2009년 10월 표준화 이전에 판매된 구(舊)실손보험(1세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2세대), 2017년 4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신(新)실손보험(3세대·착한 실손보험), 다음달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4세대 실손보험 등이다.
실손보험은 개편 때마다 보험소비자의 보장 범위를 축소하거나, 자기부담금을 확대했다. 2세대 실손보험인 표준화실손보험의 경우 손해보험 상품의 최대 보장한도를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췄다. 기존 구실손에 없던 자기부담 비율을 10%로 적용해 입원 치료비 역시 10%는 본인이 부담(연간 200만원 한도)하도록 했다.
통원치료에서의 본인부담도 확대됐다. 의원은 1만원, 병원은 1만5000원, 종합전문병원은 2만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고 약제비는 8000원까지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외래의 경우 연간 180회, 약제비는 건당 180회까지, 보장한도는 외래와 약제비를 합쳐 하루에 30만원까지만 허용하도록 했다.
3세대 실손 역시 기존보다 자기부담 비율이 확대됐다. 3세대 실손의 자기부담금 비율은 30%로 2세대(10%)보다 높다. 그만큼 보험소비자가 지출한 의료비용 중 실손보험에 청구할 수 있는 보험금이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도수치료와 비급여주사, MRI 등은 특약에 가입해야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4세대 실손은 자기부담금 비율을 넘어 보험료 할증제를 도입했다. 전년도 비급여 보험금 수령액이 100만~150만원 이하면 이듬해 보험료가 100% 인상되고, 150만~300만원이면 200%, 300만원 이상이면 300%의 보험료가 인상된다. 4세대는 또 통원 진료에서 보험금 청구가 되지 않고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통원 공제금액)도 인상했다. 통원 공제금액은 기존 실손에서 외래 1만~2만원, 처방 8000원에서 급여 1만원(상급·종합병원은 2만원), 비급여 3만원으로 오른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2003년 공적 건강보험의 보완형으로 도입된 실손보험의 경우 4차례의 개편을 통해 본인 보험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금액은 낮아지고 일부 보장 항목도 축소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 가입자 부담은 증가하는데…청구 간소화는 12년째 '제자리'
금융당국이 과도한 실손보험 청구를 막기 위해 개편 때마다 가입자의 본인부담금 비율을 올리고 있지만, 보험금 청구 편의성은 의료계의 반발로 12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를 권고했고, 2015년부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관련 시스템 마련에 나섰으나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입법화가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총 5건이 계류 중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실손보험 가입자 편의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내지 제3의 기관을 중계기관으로 두어 민간보험사가 진료 내용까지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12년째 이뤄지지 않으면서 보험 가입자 중 절반이 까다로운 청구절차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와 소비자와함께, 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시민단체가 지난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만 20세 이상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을 조사한 결과 최근 2년 이내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의 47.2%였다.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이유로 진료금액이 적어서(51.3%), 진료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등을 들었다.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의 소액청구건이 95.2%에 달했다.
현재의 실손의료보험 청구가 편리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36.3%에 불과했다. 반면,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시 전산 청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8.6%에 달했다.
◇ 팔수록 적자…보험사들 속속 판매 중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도 실손보험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최근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입 문턱을 높이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6개 생명보험사 중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인 곳은 삼성·한화·교보·NH농협·흥국생명 등 5곳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에는 동양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동양생명은 적은 계약 건수와 높은 손실액을 이유로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하지 않고, 기존 상품 판매도 중단하기로 했다. ABL생명은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아직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 밖에 지난 2011년 라이나생명을 시작으로 오렌지라이프(2012년), 푸본현대생명(2017년) 등이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실손보험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2018~2019년 동안 KDB생명, KB생명, DGB생명, DB생명 등도 실손보험에서 발을 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도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앞서 AXA손해보험과 에이스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실손보험 판매를 하는 곳도 점점 가입 문턱을 높이는 중이다. 최근 교보생명은 20대 이상도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어야 가입할 수 있는 새로운 실손보험 가입조항을 마련했다. 기존에는 40세 이상 가입자에 건강검진 진단서를 요구했다.
앞서 다른 생보사들 역시 실손보험 가입연령을 낮추는 추세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실손보험 최대 가입연령을 60세에서 40세로 낮췄으며, 한화생명도 최대 가입연령을 65세에서 49세로 내렸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입 문턱을 높이고 있는 데는 적자 지속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기록한 적자액은 2조5008억원에 달한다. 보험사의 최근 5년간 실손보험 손실액을 보면 △2016년 1조5568억원 △2017년 1조2008억원 △2018년 1조1965억원 △2019년 2조5133억원 등이다. 5년 새 보험사가 실손보험에서 기록한 적자금액만 8조9682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보험사 전체 당기순이익(6조806억원)을 상회하는 액수다.
◇ 4세대 판매 유인책 적어…비급여 제한 근본적 대책 미흡
내달 금융당국이 실손보험의 지속된 보험료 인상과 보험사의 적자 지속을 해소하기 위해 4세대 실손을 내놓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손보험에 따른 보험료 부담 완화 효과를 보려면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요인인 '기존 1세대·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대다수가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야 하지만 자기부담 비율이 높은 4세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의 실손보험 개편에도 보험가입자 대부분은 기존 보험을 유지하고 있다. 금감원의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유형별 가입건수 추이를 보면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1세대 실손과 2017년 4월 이전 판매한 2세대 실손 가입자 가입자 비중은 각각 24.4%(854만건), 53.7%(1877만건)로 전체 비중이 78.1%에 달했다.
반면 2017년 4월 출시한 3세대 실손 가입비율은 전체 실손보험 중 20.3%(709만건)에 불과했다. 3세대 실손의 경우 2017년 4%(132만건), 2018년 9.6%(328만건), 2019년 15.0%(517만건) 등으로 매년 신규 가입건수가 200만건을 넘지 못했다.
총 실손보험 가입건수가 3496만건인 점을 감안하면 4세대 실손보험이 1, 2세대 실손보험보다 비중이 많아지려면 산술적으로 7~8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여기에 4세대 실손에서 처음 도입한 보험료 할인·할증이 3년 뒤부터 적용되면서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 지속에 따른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급여 진료' 관리 체계 개선도 미흡하다. 정부는 오는 8월부터 비급여 진료 항목 정보 공개를 의원급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웹사이트를 통해 비급여 진료 항목, 가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현재 4000개에서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7만여개로 늘어난다. 비급여 관련 비용을 공개함으로써 과도한 진료비 책정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이를 통해 비급여 이용 감소 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이미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비급여 진료 항목 정보 공개가 가능했고, 올해 1월부터는 비급여 진료 전 항목과 비용을 설명해야 하는 사전설명제도까지 도입됐지만 비급여 이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의료계와 비급여 관리에 대한 체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의료계 등의 반발로 금융당국과 정부는 매번 실손보험 개편 때마다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다"며 "여기에 자기부담이 늘어나는 새로운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려는 유인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4세대 실손 역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실손 보험금 과다청구를 막기 위해 7월부터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기로 했지만, 보험금 과다 청구 등 본질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실손보험에서 손실을 입고 있는 보험사들이 속속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면서, 보험소비자의 실손보험 가입 선택권도 축소되고 있다.
◇ 4~5년마다 개편…소비자 혼선
지난 2003년 공적 건강보험을 보조하는 형태로 처음 도입된 실손보험은 4~5년마다 개편이 지속되면서 소비자에게 혼선을 빚었다.
실손보험은 판매 기간에 따라 구분된다. 2009년 10월 표준화 이전에 판매된 구(舊)실손보험(1세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2세대), 2017년 4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신(新)실손보험(3세대·착한 실손보험), 다음달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4세대 실손보험 등이다.
실손보험은 개편 때마다 보험소비자의 보장 범위를 축소하거나, 자기부담금을 확대했다. 2세대 실손보험인 표준화실손보험의 경우 손해보험 상품의 최대 보장한도를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췄다. 기존 구실손에 없던 자기부담 비율을 10%로 적용해 입원 치료비 역시 10%는 본인이 부담(연간 200만원 한도)하도록 했다.
통원치료에서의 본인부담도 확대됐다. 의원은 1만원, 병원은 1만5000원, 종합전문병원은 2만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고 약제비는 8000원까지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외래의 경우 연간 180회, 약제비는 건당 180회까지, 보장한도는 외래와 약제비를 합쳐 하루에 30만원까지만 허용하도록 했다.
3세대 실손 역시 기존보다 자기부담 비율이 확대됐다. 3세대 실손의 자기부담금 비율은 30%로 2세대(10%)보다 높다. 그만큼 보험소비자가 지출한 의료비용 중 실손보험에 청구할 수 있는 보험금이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도수치료와 비급여주사, MRI 등은 특약에 가입해야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4세대 실손은 자기부담금 비율을 넘어 보험료 할증제를 도입했다. 전년도 비급여 보험금 수령액이 100만~150만원 이하면 이듬해 보험료가 100% 인상되고, 150만~300만원이면 200%, 300만원 이상이면 300%의 보험료가 인상된다. 4세대는 또 통원 진료에서 보험금 청구가 되지 않고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통원 공제금액)도 인상했다. 통원 공제금액은 기존 실손에서 외래 1만~2만원, 처방 8000원에서 급여 1만원(상급·종합병원은 2만원), 비급여 3만원으로 오른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2003년 공적 건강보험의 보완형으로 도입된 실손보험의 경우 4차례의 개편을 통해 본인 보험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금액은 낮아지고 일부 보장 항목도 축소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 가입자 부담은 증가하는데…청구 간소화는 12년째 '제자리'
금융당국이 과도한 실손보험 청구를 막기 위해 개편 때마다 가입자의 본인부담금 비율을 올리고 있지만, 보험금 청구 편의성은 의료계의 반발로 12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를 권고했고, 2015년부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관련 시스템 마련에 나섰으나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입법화가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총 5건이 계류 중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실손보험 가입자 편의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내지 제3의 기관을 중계기관으로 두어 민간보험사가 진료 내용까지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12년째 이뤄지지 않으면서 보험 가입자 중 절반이 까다로운 청구절차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와 소비자와함께, 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시민단체가 지난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만 20세 이상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을 조사한 결과 최근 2년 이내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의 47.2%였다.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이유로 진료금액이 적어서(51.3%), 진료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등을 들었다.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의 소액청구건이 95.2%에 달했다.
현재의 실손의료보험 청구가 편리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36.3%에 불과했다. 반면,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시 전산 청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8.6%에 달했다.
◇ 팔수록 적자…보험사들 속속 판매 중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도 실손보험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최근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입 문턱을 높이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6개 생명보험사 중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인 곳은 삼성·한화·교보·NH농협·흥국생명 등 5곳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에는 동양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동양생명은 적은 계약 건수와 높은 손실액을 이유로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하지 않고, 기존 상품 판매도 중단하기로 했다. ABL생명은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아직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 밖에 지난 2011년 라이나생명을 시작으로 오렌지라이프(2012년), 푸본현대생명(2017년) 등이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실손보험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2018~2019년 동안 KDB생명, KB생명, DGB생명, DB생명 등도 실손보험에서 발을 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도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앞서 AXA손해보험과 에이스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실손보험 판매를 하는 곳도 점점 가입 문턱을 높이는 중이다. 최근 교보생명은 20대 이상도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어야 가입할 수 있는 새로운 실손보험 가입조항을 마련했다. 기존에는 40세 이상 가입자에 건강검진 진단서를 요구했다.
앞서 다른 생보사들 역시 실손보험 가입연령을 낮추는 추세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실손보험 최대 가입연령을 60세에서 40세로 낮췄으며, 한화생명도 최대 가입연령을 65세에서 49세로 내렸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입 문턱을 높이고 있는 데는 적자 지속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기록한 적자액은 2조5008억원에 달한다. 보험사의 최근 5년간 실손보험 손실액을 보면 △2016년 1조5568억원 △2017년 1조2008억원 △2018년 1조1965억원 △2019년 2조5133억원 등이다. 5년 새 보험사가 실손보험에서 기록한 적자금액만 8조9682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보험사 전체 당기순이익(6조806억원)을 상회하는 액수다.
◇ 4세대 판매 유인책 적어…비급여 제한 근본적 대책 미흡
내달 금융당국이 실손보험의 지속된 보험료 인상과 보험사의 적자 지속을 해소하기 위해 4세대 실손을 내놓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손보험에 따른 보험료 부담 완화 효과를 보려면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요인인 '기존 1세대·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대다수가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야 하지만 자기부담 비율이 높은 4세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의 실손보험 개편에도 보험가입자 대부분은 기존 보험을 유지하고 있다. 금감원의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유형별 가입건수 추이를 보면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1세대 실손과 2017년 4월 이전 판매한 2세대 실손 가입자 가입자 비중은 각각 24.4%(854만건), 53.7%(1877만건)로 전체 비중이 78.1%에 달했다.
반면 2017년 4월 출시한 3세대 실손 가입비율은 전체 실손보험 중 20.3%(709만건)에 불과했다. 3세대 실손의 경우 2017년 4%(132만건), 2018년 9.6%(328만건), 2019년 15.0%(517만건) 등으로 매년 신규 가입건수가 200만건을 넘지 못했다.
총 실손보험 가입건수가 3496만건인 점을 감안하면 4세대 실손보험이 1, 2세대 실손보험보다 비중이 많아지려면 산술적으로 7~8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여기에 4세대 실손에서 처음 도입한 보험료 할인·할증이 3년 뒤부터 적용되면서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 지속에 따른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급여 진료' 관리 체계 개선도 미흡하다. 정부는 오는 8월부터 비급여 진료 항목 정보 공개를 의원급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웹사이트를 통해 비급여 진료 항목, 가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현재 4000개에서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7만여개로 늘어난다. 비급여 관련 비용을 공개함으로써 과도한 진료비 책정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이를 통해 비급여 이용 감소 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이미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비급여 진료 항목 정보 공개가 가능했고, 올해 1월부터는 비급여 진료 전 항목과 비용을 설명해야 하는 사전설명제도까지 도입됐지만 비급여 이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의료계와 비급여 관리에 대한 체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의료계 등의 반발로 금융당국과 정부는 매번 실손보험 개편 때마다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다"며 "여기에 자기부담이 늘어나는 새로운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려는 유인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4세대 실손 역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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