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은 약 282만동으로, 전체 건축물(727만동)의 39%를 차지한다. 약 40%에 달하는 건축물은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이 중 공공건축물은 최대 20만동에 불과하고, 나머지 700여만동은 민간 소유다. 사실상 노후건축물 대다수가 민간 건축물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처럼 정부의 관리 영역에 비켜나 있는 민간 건축물의 연식이 늘어날수록 위험도는 높아지고 있다.
또한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에서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인명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나는 만큼 인접국인 우리나라도 지진 문제에 선제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이른바 '동일본 대지진'으로 불리는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해 실종자 2만여명, 피난 주민 33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국 쓰촨성 원촨현에서는 2008년 규모 8.0의 대지진이 일어나 건물의 80%가 붕괴됐다. 그 밖에도 산사태와 그로 인한 언색호(堰塞湖), 열차 탈선과 화재 등의 피해가 있었다. 지진으로 인한 경제 손실은 약 1조 위안(16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다. 기상청이 발행한 2012년도까지의 한반도 지진 역사 기록을 보면 한반도에서 발생한 전체 지진 중 진도 5 이상이 20%(440회), 진도 8~9 이상 지진은 1%(15회)로 수준이다.
실제로 2016년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수많은 부상자와 건물 균열, 차량 파손 등 9000여건의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1978년 기상청이 지진 통보 업무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였다. 뒤 이어 2017년에는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수차례의 여진이 이어진 가운데 수백억원의 재산 피해와 함께 부상자와 이재민이 속출했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됐다.
국내 건축법상 내진설계가 최초 도입된 시기는 1988년으로, 당시에는 6층 이상·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만을 대상으로 적용됐다. 정부는 포항 지진을 기점으로 2015년 개정을 통해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인 모든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했으나, 소급 적용이 되지 않으면서 기존 노후 건축물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공공건축물은 정부가 꾸준히 개·보수에 나서고 있지만, 민간건축물은 비용 등의 문제로 방치되면서 위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때문에 준공 30년 이상의 건축물은 대부분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지진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건축물이 노후화하면 구조적 성능은 약해질 수밖에 없고, 균열·부식·손상 외 불법적 구조 변경 등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점차 커질 수 있다며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기선 건기연 건축안전연구센터장은 "민간 건축물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은 신축 건물들로,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에 달하는 노후 건축물들은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며 "기존건물 보강 등 정부가 지원하는 부분도 있지만, 직접투자가 많지 않고 기술 등이 부족하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이를 감안하고 내진설계를 보강한 민간에 대해 취득세 완화·세금감면 등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비용을 보태는 제도는 없는 상황이다. 2017년 1월 내진 등급 공개 조항 관련 건축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위반 시 과태료 등 점검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아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리모델링 등 개·보수를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신동우 아주대 건축과 교수는 "공공건물은 정부가 나서서 순차적으로 내진 성능을 확보할 계획인데, 문제는 민간건물"이라며 "대형건물은 스스로 보강하기도 하지만, 임대수익으로 운영하는 대다수의 중소규모 민간건물은 자체 내진 보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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