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⑱]원유 직접 생산해도 창업하려면 웃돈 주고 사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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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21-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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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북에서 축산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생산하고 남은 원유(잉여원유)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다가 최근 창업을 결심했다. 우유 소비가 꾸준히 줄어 잉여원유가 남던 터라 요거트 등을 만드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A씨의 창업도전기는 관할 관청의 불허로 곧바로 불발됐다. 본인 소유 농장에서 나온 원유라도 농장 밖으로는 이동할 수 없다는 규제 때문이다. A씨는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창업하려면 외부에서 웃돈을 주고 원유를 사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농장 안에다 제조시설을 들여와 창업해야 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축산농가의 ‘잉여원유 창업’을 가로막던 규제를 걷어냈다. 9일 중기옴부즈만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축산농가에서 직접 생산된 원유가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정한 검사에서 적합으로 판정되면 이를 원료로 제조‧가공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개정,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축산농가가 생산한 원유로 유가공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려면 농가 안에서만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위생 검증을 끝낸 원유를 생산지에서 바로 제조한다고 보기 때문에 축산농가가 이런 방식으로 창업을 해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조시설이 농장과 떨어져 있다면 자신이 생산한 원유를 사용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축산농가는 민원 등의 이유로 주거지와 떨어진 한적한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내 인근에 제조시설을 마련하려면 자신이 생산한 잉여원유가 충분해도 집유업자에게 원유를 사와야 한다. A씨도 시내 전통시장 내 유가공품 제조‧판매를 위해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을 신고했으나, 자신이 생산한 원유를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집유업자에게 다시 원유가격에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했다.

중기옴부즈만은 축산농가의 창업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주무부처인 식약처에 해당 내용을 건의해 시행규칙을 바꿀 수 있었다. 축산농가가 자신이 생산한 원유를 활용해 거리‧지역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고 어디서든 창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주봉 중기옴부즈만은 “해당 시행규칙 시행으로 유가공품 판매‧제조 관련 창업을 준비하는 축산농가의 편의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는 규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사진=중소기업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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