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하나 해소됐다. 8월 코스피를 파랗게 물들였던 잭슨홀 미팅에서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언급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증시도 방향성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주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5.37포인트(0.17%) 오른 3133.90포인트로 마감했다. 지난 20일 종가 3060.51포인트 대비로는 73.39포인트(2.39%) 상승했지만 이달 초 대비로는 여전히 낮은 수치다.
앞서 지난 4일 종가 3280.38포인트를 기록했던 코스피는 지난 20일까지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20일 장중 한때에는 3049.03포인트까지 떨어지며 3000선 붕괴에 대한 우려감이 제기됐다. 코스피가 장중 305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8월 코스피가 약세를 보였던 배경에는 지난 27일(현지시간) 개최된 잭슨홀 미팅이 자리한다. 매년 개최됐던 미팅이 올해 유독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던 까닭은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이 잭슨홀을 발언의 장으로 활용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등 긴축과 관련된 발언의 등장 여부와 수위에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앞서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난해부터 양적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감소가 자명한 상황에서 각국의 감소 방법과 시기 등을 확인하고 투자전략을 재편성하기 위해 전세계가 숨죽이고 잭슨홀 미팅을 주목한 셈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연방 준비제도(Fed)는 단계적 정상화 기조를 밝혔다. 연내 테이퍼링 시행이라는 기존 입장은 유지하면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7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대부분의 참석자와 마찬가지로 경제가 기대만큼 광범위하게 발전한다면 연내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라면서도 "7월 고용은 추가 진전이 나타났지만 델타변이도 확산됐다. 향후 경제 지표와 진행 중인 리스크를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테이퍼링 시기와 속도가 금리 인상 시기에 관한 직접적인 신호는 아니다"며 "최대 고용에 도달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미국의 제로금리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의 조건으로 파월 의장이 언급한 고용률이 아직 미국의 목표치 대비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5.4%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개선됐지만 연준의 목표치 3.5% 대비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매파 총재들이 내년 말 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에 선을 그은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상 시기는 빨라도 2023년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내 테이퍼링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남은 일정 등을 고려하면 테이퍼링은 이르면 11월, 늦어도 12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남아있는 FOMC 일정이 9월과 11월, 12월로 예정돼 있어서다.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을 통해 연내 테이퍼링 시행 기조를 재차 밝힘에 따라 9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구체화하고 11월, 혹은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에 돌입한다는 것이 증권가의 관측이다.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호재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이날 S&P 500 지수는 전일 대비 39.37포인트(0.88%) 오른 4509.37포인트로 장을 마치며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4500선을 돌파했다. 나스닥 지수는 183.69포인트(1.23%) 오른 1만5129.50포인트로 거래를 마치며 이틀 만에 1만5000선을 탈환했다. 다우지수는 242.68포인트(0.69%) 오른 3만5455.80포인트로 마감했다.
30일 한국 증시도 강세를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을 저점으로 상승세를 유지하는 중이고 테이퍼링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추세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테이퍼링은 2014년에 비해 조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주식 밸류에이션 부담은 더 크다"며 "주가 하방 리스크를 좀더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어닝 모멘텀은 양호하지만 주식에 대해 중립 기조를 권고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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