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종합 반도체 회사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설비 투자와 수주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7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200억 달러(약 22조66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등 대대적인 설비 확충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2025년까지 업계 선두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주요 전략으로 인수·합병(M&A)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 인텔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300억 달러(약 34조2600억원) 규모의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면 단박에 세계 3위로 도약하게 된다.
현재 파운드리 점유율(올해 1분기 기준)은 TSMC가 55%로 압도적 1위이며, 삼성전자가 17%로 2위다. 글로벌 파운드리와 UMC가 각각 7%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고 있지만, 2위인 삼성전자는 상당히 긴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점유율이나 기술력 면에서 삼성전자가 월등히 앞서고 있지만, 반도체 시장 내 지위와 자금력이 큰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성공시키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단시간에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의 M&A가 성공하면, 이변이 없는 한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3강 체제로 재편된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감한 선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를 예고한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기술 절대 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전략"을 예고했다. 이미 170억 달러(약 20조원) 투자를 예고한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을 비롯해 파운드리 부문에 3년간 최소 50조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시장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삼성전자가 올 1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3년 내 유의미한 M&A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에 주목한다. 인텔처럼 기존 파운드리 업체를 인수하거나, 반도체 주요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매물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향후 3년 내 삼성전자가 인수할 기업 후보권으로 △NXP반도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스 등 3개 업체를 거론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네덜란드 NXP반도체는 자율주행자동차에 필수적인 자동차 시스템 반도체에서 글로벌 강자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아날로그 칩(통신 주파수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반도체) 세계 1위 업체다. 미국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스는 자동차용 컴퓨터 칩을 생산하는 유망업체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공급가격 20% 인상을 예고한 TSMC도 막대한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4조원)를 투자해 미국 공장 6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에도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하면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설비투자가 곧 경쟁력이고, 한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할 수 없기에 삼성도 이번 240조원 투자를 사실상 생존 전략이라고 표현했다”며 “TSMC와 인텔의 공격적 투자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 빨라질 것이며, 이들 3개 업체의 투자 경쟁은 계속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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