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친환경차 리포트 ②] 오원석 KAP 이사장 "한국 車산업 다재다능, 기술력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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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21-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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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무공해차라는 착각…전력 생산과정 오염물질 배출

  • 내연기관차 친환경차로 바꾸는 친환경 연료 대안 제시

"한국은 모든 종류의 차량을 다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다양한 기술력을 하나도 놓치면 안 된다."

31일 오원석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KAP) 이사장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다재다능하다'고 표현했다. △내연기관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순수전기차(BEV) 등 모든 종류의 자동차 기술력이 선두에 있다는 의미다.

오 이사장은 한국 자동차 산업 기술력은 어디에 내놓더라도 뭐 하나 빠지지 않을 정도로 상당하다고 자부했다. 그는 "부품 기술력을 보더라도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며 "재단에서 부품업체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데 과거에는 눈에 띄게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 높이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탄소중립 유일한 해답 아냐"

오 이사장은 최근 친환경차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에 대해 "좋은 점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점도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전기차가 탄소중립의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수송부문 탄소중립 방향이 향후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 이사장은 "단순히 주행 과정만을 따져서 전기차의 탄소배출량을 0으로 보고 탄소중립을 계획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전기차는 이미 전기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외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 전 생애 주기 평가(LCA)를 따져보면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높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LCA는 동력 원료와 배터리 및 차체의 제조·가공 공정, 수송·유통, 사용, 재활용, 최종 폐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 및 원료 물질, 오염 배출에 대한 데이터를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한국자동차공학회가 LCA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한 내용에 따르면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X가 준중형 세단 아반떼 1.6 가솔린 모델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오 이사장은 직접 그래프를 보여주며 "전기차가 무공해차라는 것은 착각"이라고 했다.

자원문제도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차 정책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의 가격을 높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비용의 약 40%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희귀금속이 차지한다. 오 이사장은 "매년 전 세계에서 1억대가량의 자동차가 만들어지는데 모두 전기차로 생산되면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과 코발트, 구동모터에 들어가는 희토류가 엄청나게 필요하다"며 "코발트를 보자면 전기차 1대를 만드는 데 5㎏이 필요하고, 전 세계 매장량은 700여 만t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차 경쟁은 결국 자원전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친환경 연료도 대안 될 수 있어"
 
정부는 2050년 순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하고,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을 목표로 자동차 산업 전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차를 새로 등록할 수 없다.

오 이사장은 이에 대해 "잘하고 있는 기업들마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미래에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력을 살려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의 기술력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특히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부품업체가 20~30개만 주저앉는다고 해도 전체 산업에 타격이 있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이 버텨주는 것이 전체 산업에도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잘하고 있던 기업들이 지레 겁먹고 (사업을)정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오 이사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환경부와 정부가 현실적인 수준에서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탄소중립의 방향으로는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바꿀 수 있는 친환경 연료인 '이퓨얼(e-fuel)'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퓨얼은 인공 합성 연료로, 원유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아 탄소를 적게 배출하면서도 기존 내연기관차에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3월 '수송용 탄소중립연료 연구회'를 발족하고 중장기 기술 로드맵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끝으로, 오 이사장은 탄소중립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해 "앞으로 수출을 하는 과정에서 ESG와 관련한 제약 사항들이 많아지겠지만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아 중소·중견 기업이 각자 나설 수는 없지만 완성차 기업들과 함께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품질 평가 시스템을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등으로 비슷한 일을 수십년간 해왔다"며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협력하는 데 선수"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원석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KAP) 이사장. [사진=유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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