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9.1%)와 전달 상승률인 9.0%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2008년 8월(10.1%) 이후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인 것이다.
중국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2월부터 11개월 연속 이어졌던 하락세에 마침표를 찍고 올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올 1월까지만 해도 1%에 그쳤던 PPI 상승률은 2월 1.7%, 3월 4.4%, 4월 6.8%, 5월 9%까지 치솟았다가 6월 8.8%로 잠시 주춤했는데, 7월 다시 9.0%로 오르더니 이번에 9.5%까지 치솟은 것이다.
PPI는 원자재와 중간재의 가격, 제품 출고가를 반영하는 만큼 경제 활력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선행지표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전세계 경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8월 PPI 급등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물류비용 상승, 석탄·화공·철강 등 제품 가격 급등, 탄소중립 등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석탄 채굴·세광업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6.5% 급등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로 내려앉았다. 이날 발표된 중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 대비 0.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상승률(1.0%)과 시장예상치(1.0%)를 모두 밑돌았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 보고에서 발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3% 안팎과도 거리가 멀다.
돼지고기 가격이 대폭 떨어지면서 식품 물가가 하락한 점이 CPI 상승폭을 제한했다는 분석이다. 8월 한 달 식품 물가는 작년 동기 대비 4.1% 하락했고, 이 중 돼지고기 물가가 44.9% 떨어졌다. 전달보다 1.09%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비식품 물가는 대체적으로 올랐다. 지난 3월 비식품 물가 상승률이 올 들어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선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처럼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격차가 9% 포인트 가까이 벌어지면서 기업들의 이윤은 더 압박받을 것으로 우려됐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초래된 경제 충격에서 가장 먼저 벗어난 국가 중 하나지만, 올해 들어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올해 초 빠른 경제 회복세에 통화긴축 신호를 보냈던 중국 인민은행도 최근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1일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3000억 위안(약 50조원)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가 하면, 앞서 7월엔 은행권 전면적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도 단행했다.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내린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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