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들, 가계대출 축소 압박에 저신용자 대출금리 더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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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10-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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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저신용자 주담대 금리 전월 대비 최대 0.69%p 상승…고신용자는 0.46%p 상승 그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저신용자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고신용자보다 최대 두 배까지 더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가계대출의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하자, 상대적으로 연체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의 신규대출을 더 줄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9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은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자의 주담대(분할상환방식, 약정 만기 10년 이상) 대출금리를 전월보다 최대 0.69% 포인트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용점수 900 이상 고신용자의 최대 인상금리인 0.46% 포인트보다 0.23% 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 기간 생보사별로 보면 한화생명의 9월 기준신용점수 501~600점 대출자의 주담대 평균금리는 전월 대비 0.09% 포인트 오른 3.40%였다. 같은 기간 신용점수 900점 이상 대출자의 평균 주담대 금리는 0.03% 포인트 상승한 3.00%였다. 한화생명은 또 지난달까지 취급했던 신용점수 401~500점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이달에는 없었다.

교보생명도 신용점수 900점 이상 주담대 대출자의 평균 금리는 전월 대비 0.06% 포인트 인상에 그친 반면, 신용점수 601~700점 대출자의 평균 금리는 0.16%까지 상승했다. 신한라이프 역시 신용점수 701~800점 대출자(0.69% 포인트↑)의 금리 인상 수치가 900점 이상(0.46% 포인트↑)보다도 높았다.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앞다퉈 저신용자의 주담대 대출 금리를 고신용자보다 빠르게 올린 것은 리스크 부담을 줄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생보사 입장에서는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저신용자의 신규대출을 줄일수록 가계대출 리스크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가계대출 중 주담대의 증가 폭이 큰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사의 가계대출 채권 잔액은 126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7000억원 늘었다. 이 중 주담대 채권 잔액은 49조8000억원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1조원 늘었다. 사실상 보험사의 가계대출 증가액 대부분이 주담대인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 역시 생보사에 주담대 등 가계대출 증가보다는 가계대출의 리스크 관리를 집중적으로 주문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리스크 점검 회의에서 "차주단위 DSR 규제와 관련해 규제 차익을 이용한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고 판단할 경우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의 경우 약관대출, 신용대출과 달리 생계형 대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생보사 입장에서는 저신용자 대출 금리 인상에 유리하다"며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보면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 인상 폭을 높여 신규 취급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생보사들이 저신용자의 주담대 문턱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운 서민들과 중·저신용자들이 대부업·불법사금융 등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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