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수준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이 커졌단 분석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국영 에너지기업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에너지 공급량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것은 물론, 러시아에도 전력 공급을 요청했다. 각 지방정부들도 전기료 인상을 통한 수요 조절에 나섰다.
한정 부총리 "정전 사태 용납할 수 없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에너지 부문과 산업생산 정책을 담당하는 한정 국무원 부총리는 최근 베이징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국유 에너지기업에 전력공급 확보를 직접 지시했다.블룸버그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한 부총리는 “그 어떤 정전 사태도 용납할 수 없다”며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실제 중국은 최근 심각한 전력난 속 주요 제조공장이 가동 중단에 돌입했고, 일부 주거지역은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에 놓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난방 수요 탓에 매년 연말 고질적으로 전력난이 발생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겨울철 전력난이 한층 더 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도 최근 석탄 수입량을 늘리겠다고 했으며, 석탄협회는 석탄기업에 석탄공급을 확보하라고 요청했다.
전기료 인상을 통한 수요 조절에도 돌입했다. 광둥성 정부는 산업용 전기의 최고·최저 가격 차를 확대하고 최고 전기료를 25% 인상하기로 했다. 광둥성 발개위는 1일부터 전기료 최고치를 기존 1.65배에서 1.7배로, 최저가격은 0.5배에서 0.38배로 책정해 가격 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이 적용되면 결과적으로 대폭적인 전기료 인상이 이뤄진다.
중국 대표 제조업 기지인 광둥성의 전기료 인상으로 기존에 인상을 고려했던 다른 지역들도 속속 전기료 인상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중국은 앞서 러시아 에너지기업에 전력 수출을 늘려 달라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인테르라오는 중국이 이 같은 요청을 했다고 알리면서 전력 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력난으로 중국 경제 회복 둔화 가속화 전망
중국 내 전력난은 중국 정부가 탄소배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규제한 게 근본적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석탄의 주요 공급처인 호주와 외교 갈등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도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문제는 전력난으로 중국 경제 둔화세가 한층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전력난을 이유로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8.2%에서 7.8%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정전으로 인해 주요 산업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경제성장률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산업 활동의 최대 44%가 전력 부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도 이번 전력난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분기와 4분기에 0.1∼0.15%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맥쿼리와 알리안츠도 전력난 관련 분석을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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