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대통령 전담 요리사 천상현 셰프가 20년간 대통령들과 함께한 경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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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1-10-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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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대통령‘이라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런데 크면서 대통령이라는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얼마나 되기 힘든지 알고 나서는 그 꿈을 접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는 누구나 ’대통령‘이라는 꿈을 꾼다. 대통령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느날 tv 프로그램에 전직 대통령 셰프가 나온 걸 보고 그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더구나 청와대를 나오고 호텔 셰프가 아닌 짬뽕 집 대표를 하고 있다는 점에 더욱 호기심이 생겨 그가 있는 짬뽕 집에 연락을 해서 인터뷰 요청을 했고 응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아 그가 대표로 있는 광화문 인근 짬뽕 집으로 향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전직 청와대 셰프 천상현]



Q. 어떤 대통령들의 음식들을 맡으셨나요?

A. 98년도에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을 모셨습니다.

Q. 어쩌다가 대통령의 중식을 책임지는 셰프가 됐나요?

A. 저도 사실 청와대에 대통령 전담 요리사가 있다는 걸 몰랐어요. 우연치 않게 김대중 대통령께서 취임을 하고나서 대통령 셰프를 채용해야겠다는 소식을 들은 후덕죽 상무님한테 추천을 받아서 신원조회를 거쳐서 들어가게 됐어요.

Q. 그전에는 청와대 전담 셰프가 없었던 건가요?

A. 중식은 없었죠. 한식, 양식, 일식만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 천상현 셰프 제공/ 고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당시 청와대 직원들]


Q. 그전에는 없었던 중식 셰프가 어쩌다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들어가게 된 건가요?

A. 김대중 대통령님이 중식을 선호하시고 좋아하셨어요. 그렇다고 해서 드시고 싶을 때마다 배달해먹기가 애매하다 보니까, 전담 셰프를 둬야된다고 했던 것 같아요.

Q. 근데 김대중 대통령께서 퇴임을 한 후에도 굉장히 오랫동안 청와대에 있지 않았나요?

A. 보통은 5년마다 한번씩 바뀌어요. 그래도 저도 김대중 대통령님이 임기를 마치고 노무현 대통령님으로 넘어갈 때 저랑 홀서비스를 하는 직원만 남게 됐어요.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님에서 이명박 대통령님으로 넘어갈 때도 홀하고 저만 남게 됐던 거고요. 박근혜 대통령님으로 넘어갈 때는 이명박 대통령님 때 있었던 직원들과 같이 남게 된 거죠. 음식을 기본 이상은 했으니까, 남았겠죠. 그리고 운도 조금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Q. 대통령의 셰프가 된 후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A. 가족들은 당연히 좋아했고, 친구들은 “청와대 직원들 밥해주러 들어가는거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니다, 대통령님 내외 분과 가족들 요리를 해주는 전담 요리사다’라고 했더니 좋겠다면서 주위 선후배나 직장동료들이 축하해줬어요.

Q. 보안 때문에 알리는 것도 꺼려지지 않았나요?

A. 대통령 요리사라는 정도는 얘기를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할 얘기가 있고, 안할 얘기가 있어요. 동선 같은 것들은 얘기를 못하죠.

Q. 어디까지 말해도 되고, 어디까지 보안인가요?

A. 청와대 내에 모든 것, 제 사생활 빼고는 모두 보안이에요. 대통령의 음식메뉴, 동선, 일정 같은 부분들도 다 보안이고 매스컴에서 대통령이 몇 개국 순방을 간다고 나오면 ‘언제부터 순방 가’같이 온라인상에 나왔던 부분을 얘기하는 건 보안이 아니에요.

Q. 요리를 해놨는데 비상상황이 생겨서 식사를 못하는 경우도 있었나요?

A. 그런 건 사전에 다 알려줘요. 미뤄지는 경우에는 한시간 후에 식사를 하신다, 안 하신다 라고 미리 알려줘요.

Q. 청와대 셰프로서 쉬는 날도 있었나요?

A. 초창기 때 쉬는 날은 5명이면 5일에 한번씩 쉬었고, 지금은 정부방침 때문에 사람을 더 채용해서 일주일에 52시간 이상 근무를 안하면서 유동적으로 근무를 하는 것 같아요. 근데 저희 때는 근무 많이 했어요.

Q. 출퇴근 할 때도 보안절차가 까다롭나요?

A. 어차피 저희는 신원조회를 받았기 때문에 출입증이 있어서 찍고 들어가는데 세군데를 거쳐서 들어가야 돼요.

Q. 20년 이상 청와대에 있었는데, 들어갈 때의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은 어떻게 달랐나요?

A. 들어갈 때나 나올 때 음식을 하는데 있어서 마음은 달라진 게 없어요. 근데 제가 한창 회사에서 일할 나이에 20년 이상을 청와대에서 보낸 거잖아요. 그래서 나올 때는 오랫동안 있었는데 막상 나간다니까, 시원섭섭했어요. 근데 셰프다 보니까, 대통령 요리만 해주는 게 아니라 나와서 사회구성원, 직장인들에게 대통령이 드셨던 요리를 가게를 차려서 드시게 해봐야 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Q. 짬뽕집을 시작했을 때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많이 왔나요?

A. 사실은 오픈을 할 때 알리지는 않았어요. 조용히 했는데, 자연스럽게 알게 되잖아요.
그래서 와서 밥한끼 먹고 ‘어떠세요’라는 안부인사 나누고 유대관계를 맺고 있죠.

Q. 청와대에서 일을 하다가 밖에서 일을 해보니까 어떠세요?

A. 장단점은 있는 것 같아요. 20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잖아요. 바깥에 나왔을 때랑 안에 있을 때랑은 많이 달라요. 짬뽕집을 하면서 느낀 것도 많아요. 안에서는 대통령 내외 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음식을 맛있게 만들면 되는데 바깥시장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모든 걸 다 봐야 되고 고객 한분 한분 다 저한테는 소중한 고객들이다 보니까, 음식의 여러 부분들에 대해 신경써야 될 것들이 많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대통령 음식이 더 신경쓸 부분이 많지 않나요?

A. 대통령 음식은 당연히 신경을 써야 되지만 그것과 똑같은 마음자세로 오시는 고객님들에게 하려고 노력을 하죠.

Q. 대통령 셰프라고 하면 더욱 신뢰를 하고 올 것 같아요.

A. 처음에 오픈했을 때는 대통령 셰프였다는 걸 증명하는 사진도 안 걸어놨어요. 1년 이상 한 다음에 이걸 걸어놓은 거고요. 그전에는 사진을 걸어놔도 “진짜 이분이 여기 있냐”라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근데 유퀴즈에 나오니까, ‘그 집 자주 가는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대통령 셰프라고 대놓고 하는 게 오히려 쑥스럽기도 해서 알리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유퀴즈에 출연하고 나서 확실히 각인이 된 것 같아요.
많이 보러 오시는데 바쁘다 보니까, 개개인 손님께 인사를 못 드리니까, 송구스럽죠.

Q. 자격조건은 어떻게 됐나요?

A. 어느정도의 퀄리티는 있어야 돼요. 주방장급 정도의 레벨은 되어야 하고, 실력이 있어도 운이 따라야 하는 거고요. 일반 공무원 보다 조금 더 세분화해서 깊게 신원조회를 하고요. 그리고 제가 들어갈 때만 해도 음주운전이 걸려도 약간은 괜찮았는데 지금은 음주운전 같은 범법행위가 있으면 들어가기 쉽지 않아요.

Q. 청와대에서 셰프로 일을 하면서 특별히 소중했던 경험은 뭔가요?

A. 저는 중국요리가 전공이지만 동료들은 한식, 양식, 일식 등 다양하게 있잖아요. 그 분들과 같이 한 팀이 돼서 제가 알지 못했던 한식요리나 일식요리 등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저한테는 어디 가서도 느끼지 못하는 큰 경험을 얻은 것 같아요. 호텔에서도 각자 파트들이 있고 다르다 보니까, 경험하기 쉽지 않은데 같이 도와주면서 일을 하는 부분이 한식, 양식, 일식에 대해서 디테일한 부분은 모르지만 어느정도는 할 수 있는 능력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게 큰 경험이었어요.

 

[사진= 천상현 셰프 제공/ 고 노무현 대통령과 영부인 권양숙 여사 당시 청와대 직원들]



Q. 청와대 셰프를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A. 신라호텔에서 요리사로 있었어요. 전공은 토목이었는데 토목은 하기 싫어서 친구 따라서 신라호텔에 입사해서 접시 닦는 일을 비롯해서 밑바닥부터 올라갔어요. 7년 정도 다니다가 청와대에서 요리사를 뽑는다고 추천을 받아서 들어가게 됐어요.

Q. 일하던 도중에 들어간 건가요?

A. 다니다가 신원조회를 두달 정도 했어요. 그러고 나서 출근통보를 받고 신라호텔 사장님을 비롯해 회사 관계자 분들께 인사드리고 갔죠. 사실을 복지조건이었는데 너무 오래있다 보니까, 복직은 안 했어요.

Q. 대통령들의 입맛은 어떻게 다른가요?

A. 해물을 많이 먹고 자란 애들은 해물을 좋아하듯이 대통령들도 지역의 특색에 따라서 달라요. 김대중 대통령님은 전라도 분이시다 보니까, 홍어를 비롯해서 전라도 음식들을 좋아하시고, 노무현 대통령님은 바닷가에서 자랐으니까 해산물 같은 걸 좋아하셨고요, 새로운 대통령님이 오신다고 하면 사전에 파악해서 그런 쪽으로 맞춰서 모시려고 하죠.

Q. 해외에서 국빈들이 왔을 때는 어떻게 했나요?

A. 그때는 인원수가 많아서 저희가 안하고 외부에서 케이터링을 해요.

Q. 해외 순방 갈 때는 어떻게 하죠?

A. 아프리카 같은 곳에 갈 때는 따라가기도 하고 가까운 곳에 짧게 갈 때는 안 따라가고요. 주관하는 행사의 음식을 드시고, 일주일 정도 있으면 한국음식 먹고 싶잖아요. 그때는 간단하게 준비해서 가요.

Q. 대통령들도 편의점 음식을 먹는 경우가 있나요?

A. 안 드시죠. 어차피 전담 요리사들이 있는데, 우리가 만들지 못하는 바깥 음식은 배달을 하긴 하는데 편의점 음식은 안 드세요. 피자 같은 경우에는 배달해서 먹는 게 편하잖아요. 근데 대통령 분들은 연세가 많으셔서 손주들이 피자나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할 때 시간이 있으면 저희가 해주는데 시간이 안될 때는 배달도 해서 드시죠. 근데 배달을 직접하는 건 아니고, 차로 나가서 사오는 거예요. 보안도 보안이지만 안에 들어올 수도 없기 때문에 신원을 밝히지 않고, 주문을 하죠.

Q. 길을 가다보면 간판에 대통령 전담 요리사라고 써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건 뭔가요?

A. 저도 사실은 지방이나 서울 근교에서 그런 간판들을 많이 봐요. 제가 워낙 오래했다 보니까, 주위에서도 이런 분 아시냐라고 물어보는데 25년 정도 셰프로 있었던 사람들은 다 아는데 들어보면 저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런 셰프들은 호텔에 있으면서 청와대에 인원이 많으면 케터링을 하는데 그때 한두번 들어오고 나서 청와대 전담요리사, 셰프라고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이승만 대통령 이후로 청와대 전담요리사가 배출된 건 15명 내외밖에 안돼요. 한번 들어오면 5년 동안 가고, 저 같은 경우는 중식요리사로서 최초, 최연소, 최장 타이틀을 다 갖고 있어요. 이 기록은 쉽게 깨지지 않을 거예요.

Q.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A. 68년생이에요. 31살에 들어갔어요. 20년 이상 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빨리 들어와야 30대 후반, 40대 초반이거든요. 정년 때문에 20년을 채우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저는 내성적이고, 굉장히 소심해요. 주어진 일을 하는 그 순간에는 최대한 집중을 해서 일을 하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있어야 돼요. 일에만 너무 열중해도 찌들어요. 조금씩이라도 풀어야지, 집 회사 집 회사 루틴이 반복되면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기 때문에 스스로가 힘들어요.

Q. 대통령의 식단은 일반인들이 먹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A. 똑같아요. 퀄리티는 중상층 정도가 먹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대신에 검증된 식재료를 관리해서 먹는다는 것 뿐이지, 대통령이라고 해서 나물에 금가루 뿌려서 먹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제철에 맞는 음식으로 식단을 짜요.

 

[사진= 천상현 셰프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영부인 김윤옥 여사, 당시 청와대 셰프들]


Q. 대통령과 밥을 같이 먹는 경우도 있나요?

A. 그런 경우는 드물고요. 1년에 한번 격려차원으로 외부에서 케터링을 불러서 전직원들이 모여서 식사를 할 때는 있어요.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님 때 김정숙 여사님과 셰프들만 모여서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어요.

Q. 대통령과 대화하는 경우도 있나요?

A. 대화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대통령님은 일정이 있고, 저희는 음식을 해서 어느 정도 동선이 있어요. 대신에 대통령님 음식에 대한 컨펌 전달과 일이 있을 때는 얘기를 하는데 자주 첩촉하지는 않아요.

Q.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서 비상상황이 있을 때 내부상황들이 셰프한테도 전달이 되나요?

A. 상세하게 전달되지는 않고요. 메스컴에 보도가 되면 ‘어떻게 돌아가겠구나’ ‘식사가 늦어지겠구나’라고 판단을 해서 식사시간이 늦어지면 저희한테 연락을 주는데, 그러면 그 시간 내에 만들면 되고요.

Q.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 때 동선도 알고 계신가요?

A. 알죠. 그날 대통령님이 어디 계셨는지는 알죠. 그렇지만 그 안에서 뭘 했는지는 저희도 몰라요.

Q. 처음 대통령이 됐을 때 식탁에 놓여있는 음식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A. 처음에 대통령이 됐을 때 그분들이 선호하는 식품들을 미리 알고, 즐겨드셨던 음식들을 차려놔요.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네”라고 하면서 드세요. 근데 대통령의 어머님 해주셨던 음식과 저희가 해주는 음식이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여기에 뭔가 좀 더 첨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컨펌이 오는데 몇 개월 동안은 그런 과정이 필요해요.

Q. 자부심도 많이 느끼지 않나요?

A. 직업이다 보니까, 대통령님의 안전과 유해요소를 제거하고 국정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골고루 칼로리를 배분하는데 그런 부분은 당연한 것들 같아요. 더불어서 “고생하셨어요”라는 말 한마디 들으면 눈 녹듯이 힘든 것들이 사라지고 보람을 느끼죠.

Q. 대통령의 셰프로서 기억에 남는 것과 힘들었던 건 뭔가요?

A. 한분을 5년 동안 모신다는 건 쉽지 않아요. 오늘 된장찌개를 드셨는데 너무 맛있다고 하면 다음주에도 된장찌개를 드려야 되는데 그러면 솔직히 부담이 돼요. 똑같이 만든다고 만들어도 그 된장찌개 맛은 대통령님의 기분에 따라 정치 상황에 따라 입맛은 다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매 순간순간 긴장을 하면서 근무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누적이 되면 면역력이 약해져서 감기에 걸릴 수도 있지만 대통령을 근접에서 모시는 사람은 건강도 자기 스스로 잘 챙겨야 돼요. 감기 걸린 상태에서 음식을 하면 전파될 수도 있잖아요. 자기 관리를 잘 못하면 대통령을 모시기 쉽지 않아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건 대통령님이 갑자기 뭔가 먹고 싶다고 찾았을 때 빠른 시간에 만들어서 드렸을 때 대통령님은 ‘이걸 어떻게 이렇게 빨리 만들었냐“고 할 때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5년을 마치고 나갈 때 대통령님이 ”5년 동안 음식 참 잘 먹고 갑니다. 고생하셨어요. 또 뵙겠습니다“라고 하면 5년 동안 힘들었던 것들이 사라져요. 그리고 어떤 분들은 어느 대통령이 제일 좋았냐고 물어볼 때도 있어요. 근데 우리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요리사로 간 게 아니거든요. 국민이 뽑아서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오신 분께 음식을 해드리는 것이기 떄문에 저희는 정치적인 것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어느 분이 대통령으로 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맛있게 드시게 하는 게 주 임무거든요. 다섯 분 모두 저한테는 모두가 우리나라의 대통령님 이었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사진= 천상현 셰프 제공/ 천상현 셰프와 김정숙 여사]


Q. 청와대에서도 식재료를 납품 받아서 하는 건가요?

A. 납품 업체가 있는데, 그것들은 보안이고요. 검식관 님을 모시고 나가서 유해요소를 차단해서 장을 봐와요.

Q.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나요?

A. 자기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하면 대통령을 모실 자격이 없어요. 자기를 관리 못하는데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을 모시겠어요. 자기 주변정리를 잘하고 대통령을 모신다는 책임감과 명예를 갖고 해야 돼요. 이런 기회는 우리나라의 최고의 셰프가 된다고 해서 자격조건이 주어지는 게 아니에요. 자기가 항상 그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고 준비된 상태에서 제의가 왔을 때 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도 따라줘야 돼요. 그리고 가족들과의 시간도 많이 없거든요. 국민이 뽑아준 한 나라의 대통령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은 양보를 하고 모시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사진= 천상현 셰프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 직원들]


Q. 특정 요리에 있어서 본인만의 철칙이나 철학이 있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뭔가요?

A. 제가 만든 음식을 빠르게 서비스해서 빠르게 빨리 드시는 게 가장 맛있어요. 거기에 기본적으로 깔리는 게 간은 맞아야 된다는 거예요. 음식이 나왔을 때 바로 먹을 때가 맛있는 거예요. 근데 짬뽕집에서 일을 하다가 보면 보통은 짬뽕이 나오면 탕수육을 늦게 먹어요. 그러면 맛이 점점 없어져요.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덜 맛있게 먹는 거죠. 그래서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찬 음식은 차갑게 먹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간이 맞아야 되는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자기만의 간을 가지고 있어야 돼요.

Q. 집에서도 요리를 자주 하세요?

A. 집에서는 잘 안하고, 명절 때 갈비양념 재달라고 하거나 애들이 뭔가 해달라고 할 때 간단히 집에서 할 수 있는 정도만 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최고 권력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노하우가 있나요?

A. 특별하지 않아요. 제철에 나오는 음식을 가지고 입맛이 없을 때는 새콤달콤하게 하고, 대통령님도 사람인지라 국내 정치가 마음대로 안 풀렸을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평상시에 맛있던 음식도 쓸 수 있어요. 비가 온다고 하면 전과 막걸리를 메뉴를 하면서 그때그때 포인트를 맞춰요. 날씨 같은 것에 따라서 메뉴 콘셉트로 순간적으로 바꿀 수 있어요. 그리고 사전에 파악해서 한결 같이 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음식을 하거든요. 대통령이라고 해서 까다롭지 않아요. 그냥 일반인들과 똑같아요. 일반인이었다가 대통령이 된 거잖아요.

Q. 원래 꿈은 뭐였나요?

A. 원래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제가 장남이다 보니까, 아버지가 공부해야 된다고 했어요. 근데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거든요(웃음).

Q. 청와대에 있으면서 생긴 직업병이 있나요?

A. 퇴근을 해도 항상 비상대기를 하거든요. 저희 때만 해도 관사를 줘서 가까이 살았기 때문에 항상 전화기를 가지고 다녀야 돼요. 드물지만 갑자기 찾으면 바로 받아야 돼요. 전화했는데 못 받으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팔만 뻗으면 가져올 수 있는 위치에 두었던 것 같고, 잘 때도 머리맡에 뒀어요. 가끔 일할 때도 주머니에 넣어 놓으면 전화가 오는 것 같은데 꺼내면 안 와있는 거예요. 상상 속에 진동이 오는 거죠. 그게 나와서도 어느정도는 지속되더라고요.

Q. 대통령 퇴임 후에 따로 만난 적도 있나요?

A. 사석에서 만났던 적은 없었어요. 근데 2~3년 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이신 권양숙 여사님께서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 10주기 때 예전에 일했던 사람들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봉하마을에 초청받아서 간 적은 있었어요.

 

[사진= 천상현 셰프 제공]


Q.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뭔가요?

A. 안전이죠. 맛있게 먹고 탈나면 아무 소용없어요. 대통령이 아프다는 건 나라의 통수권자가 아픈 것이기 때문에 맛이 없어도 안전에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민감해요. 그래서 대통령의 음식에 있어서는 첫째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에요.

Q. 대통령께서 체했던 적도 있지 않나요?

A. 국정운영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천천히 먹어도 소화가 안될 때가 있는데 음식을 잘못 먹는 것과는 달라요. 체한 건 소화제를 드시면 되는데 탈이 나거나 식중독 사고는 조심해야 돼요. 셰프로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부분도 미연에 예방하고 차단하는 것도 저희의 임무예요.

Q. 레스토랑이 아니라 중국집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A. 저도 사실은 청와대를 나와서 중식레스토랑을 하고 싶었는데 여의치도 않았고, 직장인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짬뽕집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대통령 요리사가 짬뽕집을 한다는 것에 있어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 궁금했는데 의외로 반응은 좋았어요. ”대통령도 이런 찜뽕을 드셨구나“하면서 격려도 보내주시는 분도 있었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천상현 셰프가 만든 요리들]


Q. 사람들이 셰프님께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뭔가요?

A. 청와대에 이슈적인 것들과 대통령님은 뭘 드시느냐, 최순실은 직접 봤냐 라는 이슈적인 질문들을 많이해요. 근데 현직에 있었을 때는 얘기를 못하고 지금도 YES, NO만 얘기를 해요. 디테일한 건 끝까지 묻고 가야되니까요.

Q. 최서원(최순실)은 직접 보셨나요?

A. 그렇죠. 자주는 못 보지만 보죠. 들어왔다 나갔다 정도만 아는 거죠.

Q. 대통령 셰프를 했던 게 중국집을 하면서 도움이 된 것들이 있었나요?

A. 그렇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대통령 셰프라고 하지 않았어요. 얘기를 하고 싶어도 스스로 의기소침 해졌던 것 같아요. ”대통령 셰프를 했으면 레스토랑에서 크게 하지, 중국집에서 작게 하지“라는 생각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로는 주변 고객님이나 직장인 분들께서 ”대통령 셰프인데도 간단하게 중국집을 하는구나“, ”괜찮다, 멋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천상현이 경험한 셰프라는 직업은 어떤 직업인가요?

A. 우연치 않게 셰프가 됐지만 저한테는 셰프라는 직업이 궁합적으로 맞고 재밌어요. 그래서 하늘에서 내려준 직업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전세계 대통령 전담 셰프들의 싸인이 담긴 유니폼]

[사진= 천상현 셰프 제공/ 천상현 셰프와 전셰계 대통령 전담 셰프들]


Q. 직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몇점 인가요?

A. 하늘에서 내려줬던 그게 아니던 자기 직업에 대한 만족도에서 100%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4.9점을 주고 싶어요. 0.1점은 있던 없던 제가 감수해야 될 부분이에요. 자기 직업이 천직이라고 해도 5점 만점을 주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음식을 만들다가 안되는 부분은 스트레스를 받을 거 아니에요. 100명이 있으면 제 음식을 한 두명은 맛없다고 할 수도 있고요. 그걸 들었을 때 0.1%라는 부분이 스트레스로 올 수 있거든요. 그래서 셰프라는 직업이 천직이지만 4.9점의 점수를 주고 싶어요.

Q. 청와대 셰프로서의 천상현, 광화문 짬뽕 대표로서의 천상현, 아빠로서의 천상현은 어떤 사람인가요?

A. 청와대 셰프, 광화문 짬뽕의 대표로서는 똑같은 것 같아요. 여기서도 손님들이 오시면 고객 한분 한분이 다 소중한 고객이고, 대통령님은 우리나라를 지키는 통수권자이시고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 뽑히신 거잖아요. 그래서 대통령님은 모시는데 있어서 최선을 다해서 명예와 책임감 있게 일을 하는 거예요. 근데 가족들한테는 참 미안해요. 5점 만점에 2.5점 정도밖에 안돼요. 직장생활하고 청와대에 있다 보니까, 마음은 있는데 행동으로는 표현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가족들한테는 항상 미안한 부분을 가지고 있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천상현 셰프가 그동안 소장한 청와대 관련 소장품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Q. 셰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대통령 셰프가 됐다는 건 옛날로 치면 대령숙수가 된 거잖아요. 올라갈 때까지는 다 올라갔다고 생각하곤 해요. 20년 동안 5분의 대통령을 모셨고요. 그래서 나와서도 행동이 조심스러워요. 제의들이 많이 오는데 쉽게 섣불리 못하겠어요.

제가 해왔던 걸 묻어서 가서 다른 걸 하려는 사람도 있고, 인지도를 이용해서 다른 걸 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조심스러워요. 셰프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요즘 친구들을 보면 잠깐 배우고 다 배웠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꾸준히 하지를 않는 것 같아요. 다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자기가 목표를 세웠으면 어느 셰프 밑에 가던 1년이든 2년이든 거기서 한 두가지는 꼭 배워서 나와야 돼요. 그래서 자기만의 스킬이나 기술들을 만들어서 자기가 보여줄 수 있는 음식을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금방 관두고 인내심이 부족한 게 조금은 안타까워요.

 

[사진= 김호이 기자/ 천상현 셰프가 전하는 메세지]



Q. 마지막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죽을 만큼 일을 하지 마세요. 저 역시도 일을 많이 하고 자기개발을 많이해서 셰프가 되고, 대통령을 5분이나 모신 사람이 된 건 아니에요. 제가 더 열심히 하고 노력했으면 아마 지금의 자리에서 더 좋게 될 수도 있겠지만 스트레스를 받아서 어딘가가 아프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도 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 4대보험을 넣는 모든 직장인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장인 분들이 진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서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받았을 때는 그때 그때 조금씩이라도 풀었으면 좋겠고요. 그게 가장 중요해요. 건강을 잃으면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도 못해요.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만큼의 집중도와 열정을 쏟고 그 외에 시간은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천상현 셰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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