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불안 요인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가중되자 투자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처음으로 주식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ISA 유형 중 유일하게 주식 투자가 가능한 만큼 투자금액은 여전히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증시 불확실성이 짙어져서 주식 대신 다른 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개형 ISA 편입자산 중 주식의 규모는 1조2257억원을 기록해 전체의 51.5%를 차지했다.
이는 전월 주식 편입자산인 1조593억원보다 15.71% 증가했지만 8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53.6%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중개형 ISA 편입자산 내에서 주식 비중이 2.1%포인트 줄어드는 사이 예·적금 등의 비중은 증가했다. 예·적금 등에 대한 편입자산 비중은 8월 18.5%에서 9월 21.4%로 2.9%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2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중개형 ISA는 기존 일임·신탁형 ISA와 달리 유일하게 국내 주식 매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에 세제 개편 효과까지 더해지며 주식 비중이 매월 확대돼왔다. 지난 2월에는 주식 비중이 3.6%에 불과했으나 3월 32.9%로 급등한 이후 매월 증가세를 유지해 7월에는 51.9%로 절반 이상까지 불었다.
반면 예·적금 등에 대한 비중은 2월 83.4%에서 3월 34.9%로 급감한 뒤 7월에는 20.0%, 8월 18.5%까지 줄었다.
이처럼 중개형 ISA 투자자들이 주식 대신 예·적금 등의 비중을 늘린 것은 코스피 지수가 국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한 차례 조정을 겪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장 중 3316.08까지 올랐던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에서 제한된 움직임을 보이다 8월 중순 3000선 초반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후 9월 초까지 회복세를 보였지만 상승 추세로 전환하는 데 실패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10월 들어 추가 하락한 만큼 중개형 ISA 가입자들이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주식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예·적금 등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흐름을 이어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인플레이션 경계, 중국 헝다그룹 디폴트 가능성, 미국 부채한도 협상 등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3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진 만큼 중개형 ISA 가입자들이 주식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자산 비중을 더 늘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증시 분위기가 지난달부터 급격하게 냉각되자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거래를 줄이고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이는 개인 투자자의 거래가 둔화한 데 따른 것"이라며 "10월 개인의 거래 비중은 58.1%로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는 10월에 2조8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여전히 매수 주체로 활약했지만 거래를 활발하게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내년 초까지 코스피 지수가 최근과 같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까지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교보증권, KTB투자증권 등 내년 전망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은 코스피가 내년 2850~350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증권사는 코스피가 내년 '전약후강'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코스피 예상 범위를 2850~3450으로 제시한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평균 지수의 하향 조정 가능성은 내년 1분기까지 펀더멘털 모멘텀 둔화 정도와 인플레이션 평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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