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이후 범죄의 지형은 사이버범죄로 옮겨갔고, 긴 시간 동안 진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와 거리를 두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당장 일상으로의 회복이 진행돼도 이들이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다고 해도 비대면 범죄가 급격하게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쌓여온 분노, 이른바 '코로나 스트레스'에 대해 경고했다. 사이버 범죄와 더불어 비대면으로 인해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위드 코로나와 함께 사회적 안전망이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가정폭력↑ 절도↓…"'코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범죄 예방해야"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의 보고서 '치안전망 2021'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휴대전화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는 146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028건)보다 42.6%나 늘었다. 반면 성범죄 강간·강제추행은 1만6129건으로 1년 동안 5.6% 줄었다.
위드 코로나 전환이 사이버 범죄 감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범죄들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코로나19 시기 동안 범죄자와 피해자가 접촉할 수 있는 면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일부 범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지만,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대면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 또한 만들어진다는 모순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절도 사건 신고가 줄어들고 가정폭력 신고가 늘어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범죄 양상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8월 평균 절도사건 신고발생 건수는 667건으로, 2018~2019년 8월 평균 신고발생 건수(736건)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가정폭력의 경우 지난해 평균 발생 신고건수(707건)가 2018~2019년 평균 발생건수(655건)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이 위드 코로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범죄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족 간 범죄, 강력 범죄, 폭력성이 강한 범죄 등 '코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범죄는 오히려 코로나19 시기에 늘었다는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드 코로나가 되면 그 반대의 양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된다"며 "사회적 접촉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일반적인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 "혐오·강력범죄 발생 가능성…사회적 안전망 필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 줄어들었던 혐오범죄, 음주운전 등 다양한 범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응혁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대면 활동 증가로 술과 연관된 범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점차 일상이 회복되면서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 강도·폭력 등 강력범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승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소득이 낮은 분들이 피해를 많이 봤다"며 "일정 기간이 지나야 그분들의 소득이 보전되는 상황이 되는데, 사회적 분노 같은 것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대한 대응책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묻지마 범죄는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교정 방법에 대한 근본적 고민도 필요하다는 것. 묻지마 범죄의 경우 노인과 여성 등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최 교수는 "(위드 코로나 이후 범죄 방안에 대해) 두 가지로 나눠 봤을 때 하나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서 소외감이라든가 갈등 및 사회적 분노를 미리 발생하지 않도록 완화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공공이 운영하는 심리치료센터 같은 것을 이용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묻지마 범죄의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취약한 곳에서 발생한다"며 "외진 골목 같은 곳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방법도 사회적으로 같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 인력 충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현장 수사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죄 우발 지역을 고려해 원인을 예방해야 한다"며 "지역 치안 수요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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