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억대의 세금 환급금을 행정상 이유로 현금 지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감사원이 공개한 '국세 경정청구 처리실태'에 따르면, 국세청이 지난 2017~2020년 경정청구로 법인에 현금 1억원 이상을 지급한 사례는 총 203건이다.
이 중 법인세 신고가 누락된 47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단순한 행정상 이유로 환급금이 현금 지급된 경우는 무려 43건이었다. 특히 13건은 납세자가 경정청구서에 환급계좌를 기재하고도 별도의 계좌개설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현금으로 돌려받아야 했다. 환급금 규모가 13억원에 달하는 납세자도 있었다.
환급받은 현금이 법인계좌가 아닌 대표 개인계좌로 입금돼 회계처리가 누락된 사례도 4건 적발됐다.
경정청구는 납세자 착오 등으로 세액이 과다 신고·납부된 경우 이를 바로잡는 제도다. 국세청은 납세자 경정청구에 따라 2000만원 이상 국세를 환급하는 경우 계좌번호 확인을 위해 계좌개설신고서를 내도록 하고 있다.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납세자는 우체국에서 현금으로 수령해야 한다.
국세청은 환급금 지급 계좌가 법인통장이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신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제도 때문에 오히려 현금 지급 사례가 늘고, 세금 부과 회피 통로로 악용될 우려가 커졌다.
감사원은 "납세자의 불편 및 세원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납세자의 계좌번호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현금 지급을 할 필요가 있다"며 "계좌 지급 방안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을 통보받은 국세청은 환급 세액이 고액이고 납세자가 계좌개설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이를 이행하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하기로 했다. 또 신고서 환급계좌 기준금액을 추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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