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 분위기 속에서도 '국민주'인 삼성전자를 꾸준히 순매수했던 개인투자자들이 1년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보통주 2594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오는 30일까지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매도 우위가 이어질 경우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순매도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1조1064억원 규모를 순매도한 바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올해 누적 순매수 규모는 35조1324억원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 등에 힘입어 지난해 11월부터 가파른 상승 랠리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2일 5만7400원이었던 삼성전자 종가는 약 2개월 반 동안 오름세를 이어가며 올해 1월 11일 9만1000원으로 58.54% 급등했다.
이 같은 오름세를 이어가자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이후에는 8만원대에서 박스권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와 달리 올해 하반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부터 삼성전자 주가는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달 12일 기준 삼성전자 종가는 7만600원으로 종가 기준 연중 최고가였던 9만1000원보다 22.42% 떨어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한 배경으로 메모리 업황 반전 신호가 부재했고 경쟁사와의 차별화, 사업구조 재편 등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시가총액 2000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기업 중 올해 삼성전자보다 주가가 부진한 기업은 중국 정부로부터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사이클이 확실한 바닥에 근접했다는 시그널이 나오거나,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증명하거나, 사업구조 재편 및 인수·합병(M&A) 또는 소프트한 전략을 통해 변화 가능성을 보였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기록하는 사이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수세를 이어왔다.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6만원대로 떨어진 지난달에도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2조4530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한 수량은 4억3695만2516주다. 이를 순매수 금액에서 나눠 평균 매수 단가를 추산할 경우 약 8만403원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 선을 기록 중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올해 3분기 이후 삼성전자의 실적이 단기 조정을 거친 뒤 다시 반등하며 주가도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4분기 매출은 71조8000억원, 영업이익 15조1000억원으로 3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가격 하락 영향으로 내년 1분기에는 12조원대, 2분기는 11조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 변화는 실적 변화에 선행해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영업이익 52조1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는 52조2000억원으로 이익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내년 1분기를 저점으로 분기 영업이익은 완만한 개선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분기 영업이익과 삼성전자 주가의 동행성을 감안하면 주가는 D램 업황 우려가 완화하고 분기 실적 저점 형성 기대감과 함께 연초부터 반등 가능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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