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지털화폐 발행 빨라진다?...'중국 견제 위해 2023년서 앞당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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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12-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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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일본 정치권에서 이와 같은 논의가 오간다는 것이다. 당초 일본은 최소 2023년 이후에야 CBDC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는 "경제 안보 문제를 정책 전면에 내건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이 CBDC 발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면서 고바야시 다카유키 일본 경제안보담당상 등 일본 정치권의 발언을 종합해 전했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우선 로이터는 지난 10월 초 새로 취임한 고바야시 경제안보담당상에 주목했다. 그는 취임 직후 수 차례 CBDC와 관련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달 15일 국제사회가 CBDC 표준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자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을 뿐 아니라, 자국의 CBCD 발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바야시 장관은 "다른 나라들이 CBDC를 추진한다면 일본의 국가 안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일본은 언제든지 '디지털 엔화'를 발행할 수 있도록 (정책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도 CBDC 발행 작업에 가장 먼저 착수한 국가로,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부터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공식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당국은 2019년 말부터 말 선전(深圳), 쑤저우(苏州), 슝안신구(雄安新区), 청두(成都) 등에서 비공개 CBDC 실험을 진행한 후 2020년부터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공개 실험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기시다 내각이 경제 안보를 정책 우선순위에 올린 상황에서 (고바야시 장관을 통해) CBDC의 성격을 단순한 금융 문제가 아닌 국가 안보 문제로 통합했다"면서 "내년 2월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 발행한다면 일본 정치권의 관련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 중앙정부는 지난 7월 일본 금융청 산하에 디지털 자산 감독 부서를 창설하고 CBDC 발행과 관련한 법적·기술적 문제를 조사하는 인력을 증원한 상태다. 

과거 일본은행(BOJ) 이사를 역임했던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NRI) 수석 경제학자는 로이터에서 "기시다 행정부와 여당이 디지털 엔화 발행 작업에 열심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내년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출시하고 유럽중앙은행(ECB)까지 디지털 유로화 발행 계획을 공개한다면, (디지털 엔화 발행을 위해) BOJ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압박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치권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 안보적 측면에서 CBDC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시다 일본 총리의 측근인 익명의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 의원은 매체에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는 모든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해당 발언이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를 겨냥하고 있다고 해석하면서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이러한 의견이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BOJ은 이러한 논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BOJ은 지난 4월 디지털 엔화 도입 1단계 실험에 착수했으며, 이후 2023년까진 계획된 정책은 없는 상황이다. 당시 BOJ 측은 디지털 엔화 발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없다면서 CBDC 도입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하기도 했다. 

BOJ 관계자는 매체에 "디지털 엔화를 발행하는 주요 목적은 국민들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인 지불·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 계획이 (일본의) CBDC 도입 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BOJ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중국의 계획보다 유럽과 미국 등의 CBDC 발행 계획이 일본에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이들 당국이 얼마나 빨리 관련 계획을 발표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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