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제로 그가 투자한 돈의 규모는 400억원이 안된다. 종잣돈을 20배가 넘게 불린 것이다. 게다가 이번 상장은 회사가 가져가야 할 돈을 정 회장의 호주머니로 넣는 것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상장은 회사보다는 정 회장의 지배구조를 위한 목적이 너무 뚜렷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정의선의 매직…지분 가치 10년 만에 '10배'
정 회장과 현대엔지니어링을 둘러싼 이야기는 2002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현대글로비스(지분 60%)와 기아자동차(20%)와 현대모비스(20%)는 각각 출자를 통해 현대엠코를 설립한다. 현대엠코는 설립 직후부터 현대차그룹의 일감을 싹쓸이하며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이후 정 회장은 현대엠코의 지분을 모으기 시작한다. 우선 지난 2004년 12월 10일 현대글로비스는 엠코 지분 25%를 정 회장에게 261억원에 매각했다. 주당 가격은 10만9673원이다. 이에 정 회장은 2004년 말 기준 현대엠코 주식 23만8250주를 보유해 최대주주가 된다. 지분율은 25.06%다.
당연히 논란이 일었다. 현대글로비스가 알짜 자회사의 지분을 정 회장에게 헐값에 넘겼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어 인수당시 가격보다 더 저렴한 유상증자까지 진행하니 시민사회 단체와 정치권 등에서 기업 승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법상 문제는 없었다. 정 회장 외 다른 주주라고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전부였기 주주총회에서도 무난하게 통과됐다.
2009년에는 무상증자로 다시 한번 주식 수 늘리기에 나선다. 2009년 3월 27일 공시에 따르면 당시 현대엠코는 1주당 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단행한다. 정 회장의 현대엠코 주식수는 375만9466주로 늘어난다.
현대엠코는 2010년 3월 26일에 무상증자를 한 차례 더 실시한다. 정 회장의 주식 수는 501만2621주로 늘어난다.
지분율은 그대로인데 주식 수만 계속 늘려나가는 작업이 이어지면서 현대엠코의 상장설도 돌았다.
하지만 곧바로 상황이 달라진다. 현대건설이 매물로 나온 것이다. 치열한 경쟁 끝에 현대차그룹이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하자 현대엠코는 직접 상장보다는 현대건설과의 합병이 유력해졌다. 하지만 곧바로 현대건설이 현대엠코를 인수할 수는 없었다. 현대건설의 인수조건에 2년 동안 타회사 합병 금지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묘수를 낸다. 현대엠코를 현대건설이 아닌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한 것이다. 2014년 진행된 양 사의 합병 비율은 1대 0.178로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1주를 현대엠코 주식 5.36주와 맞바꿨다.
그 결과 정 회장의 현대엠코 주식은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89만327주가 됐다. 합병으로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합병 뒤 정 회장 지분의 주식평가액은 3590억원이다.
정 회장이 2004년 처음 현대엠코의 주식매입(261억원)과 2005년 유상증자에 참여(113억원)한 종잣돈은 총 374억원에 불과하다. 이 돈이 10년 만에 10배 가까이 덩치를 불린 것이다.
엠코·엔지니어링 배당도 짭짤…7년 동안 1900억원 배당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동안 정 회장은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을 보유하는 기간 배당금도 받았다.
먼저 2008년 현대엠코는 1주당 25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당시 250만6311주를 보유한 정 회장은 62억6577만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2009년에는 1주당 1667원을 배당했다. 무상증자로 주식 수가 375만9466주로 늘어나 있던 정 회장은 62억6702만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에는 다시 1주당 2500원을 배당했다. 501만2621주를 가지고 있던 정 회장은 125억3155만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보인다. 2011년에도 같은 규모의 배당을 받았다.
이어 2012년에는 1주당 2000원을 배당해 정 회장은 100억2524억원을 받는다. 2013년에는 배당을 하지 않았다. 이로써 정 회장이 현대엠코에서 받은 배당금은 총 476억2113만원으로 추정된다.
기존 현대엔지니어링은 주당 500원 수준의 배당을 실시하다가 2014년 합병으로 정 회장이 주주로 참여한 뒤 배당 규모를 크게 늘린다.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은 1주당 2만3000원의 배당을 실시한다. 89만327주를 가진 정 회장은 배당으로 204억7752만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2015년과 2018년까지 4년 동안 1주당 1만2000원을 배당한다. 이 시기 해마다 정 회장은 204억7752만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1주당 1만5000원을 배당했다. 이 시기 해마다 정 회장은 받은 배당금은 204억7752만원으로 추정된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받은 배당금 추정액은 총 1443억4264만원이다.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받은 배당금 규모 총합 추정치는 1919억6377만원이 된다.
374억 종잣돈이 8656억 규모 현금과 주식으로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총 890만327주 중 534만1962주를 구주매출로 매각할 예정이다.
1주당 희망 공모가는 5만7900원~7만5700원으로 이를 대입하면 정 회장은 이번 상장으로 최소 3093억원에서 최대 4044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그리고 남은 주식 355만8365주는 공모가로 계산하면 최대 2693억6823만원으로 평가된다.
결국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에 투입한 374억원의 종잣돈은 1919억원 가량의 배당금과 4044억원의 IPO 구주매출, 그리고 2693억원 상당의 주식으로 돌아왔다. 총액은 8656억원에 달한다. 수익률로 계산하면 2214%다. 이는 정 회장이 회사 경영의 대가로 받은 보수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지분만으로 산출된 결과다.
한편 이번 IPO로 정 회장이 투자금 대비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게된다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는 과정에서 구주매출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 구주매출 비중이 75%나 되다 보니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더라도 회사에 유입되는 자금 규모는 최대 3028억원에 불과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미 현금성자산규모가 7341억원에 달한다.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 규모는 4조원이 넘는다. 올해 3분기까지 벌어들인 순익규모는 2431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상장은 회사 입장에서는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로지 정 회장의 구주매출을 통한 현금마련이 목적이라는 얘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산화탄소(CO2) 자원화 설비 투자를 위한 IPO라고 설명하지만 그렇다면 구주매출 비중을 줄여야 한다"며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이나 상속세 재원 마련이 실질적인 IPO의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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