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권창우 기자]
상조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방문판매 영업이 힘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채널 확대와 다양한 결합상품 도입으로 가입자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다만, 선불식 할부거래법에서 보호하지 않는 상품 또한 많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의 필요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상조업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상조업체 가입자 수는 723만명, 업계 총선수금은 7조1229억원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하반기 처음 600만명을 돌파한 가입자는 올해 상반기 684만명으로 늘었고, 하반기에만 39만명이 더 증가했다. 선수금 또한 상반기보다 4580억원 늘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상조업체 가입자 수와 선수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홈쇼핑, 온라인 등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는 채널 확대와 크루즈·신혼 가전·유학 등 결합상품에 따른 소비자 유입이 꼽힌다.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 등 상위권 업체는 NS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TV 홈쇼핑 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LG전자 매장과 협업해 상조 가입 시 전자제품 가격을 할인해주는 상품이나 자체적으로 기획한 크루즈 여행 등을 통해 당장 장례 서비스를 이용할 일이 없는 소비자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 중이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업체가 상조 서비스만 제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장례는 몇십년 뒤에 이용할 서비스이기 때문에 살아 생전에 크루즈 여행, 결혼, 가전제품 등 다양한 서비스로 전환해 이용할 수 있는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과거에는 크루즈 정도의 결합이었지만,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상조업계 구조조정으로 상위업체 선수금 집중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더 다양한 상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의 최소 등록 요건이 자본금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높아지면서 상위업체의 선수금 집중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선수금 100억원 이상인 대형 업체 47개사의 총 선수금은 7조482억원으로, 전체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프리드라이프는 1조4800억원으로, 선수금이 가장 많았고, 보람상조그룹 또한 선수금 1조원을 넘겼다.
다만, 결합상품이 다양해짐에 따라 소비자 유의사항도 많아졌다. 최근 해약환급금 미지급, 선수금 예치 미준수 등의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조업체를 고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단순 상조상품의 경우 회사가 폐업하더라도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예치한 금액을 통해 50%를 환급받을 수 있지만, 여행 등 선불식 할부거래법이 보호하지 않는 상품은 환급이 불가하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의 경우 여행상품도 선수금을 예치해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만, 영세 업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결국은 소비자가 꼼꼼하게 계약 조건을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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