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현장에서는 '소문난 잔치'답게 첫날부터 진풍경이 펼쳐졌다. 일부 고객만 지점 내방 청약이 가능한 KB증권에는 청약 개시 전부터 고객들이 몰려 대기줄이 생겼고 비교적 배정 물량이 적은 미래에셋증권에는 오전부터 청약 경쟁률이 치솟으며 균등 배정으로 청약한 투자자들은 1주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투자자들 간 '눈치싸움'으로 청약 마지막 날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19일에는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을 비롯한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는 이날 일제히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을 개시했다.
청약 첫날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이 모였다. 7개 증권사 합산 결과 이날 하루에만 총 32조6467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첫날 경쟁률은 평균 20.48대 1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역대 최대 증거금(약 81조원)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청약 첫날 증거금인 22조1594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이날 대표 주관사인 KB증권 서울 여의도 소재 본사 영업부에는 청약 개시 전부터 청약을 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KB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지점 내에 10명까지 입장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청약 개시 시점에는 영업부 밖으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며 "대기줄이 길었을 때는 고객 30여 명이 대기하기도 했는데 낮 12시까지 방문한 인원만 10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2021년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 당시에도 이렇게 줄을 서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확실히 많은 인파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 식사 시간인 낮 12시께에도 고객 5명이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을 위해 영업부 외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 KB증권 영업부를 방문한 연모씨(70·여)는 "최근 증시가 안 좋지만 그래도 자금을 은행에 두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 청약하러 나왔다"며 "목표 수익률은 딱히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있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1경원 넘는 자금이 몰려 업계뿐만 아니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끌자 가족 계좌와 계모임으로 모은 자금을 동원한 고객도 있었다.
김모씨(53)는 "오전에 온라인으로 청약했지만 자녀의 증권계좌 비밀번호 때문에 방문했다"며 "가족을 최대한 동원해야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어 자녀 계좌로도 청약하려 했는데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임모씨(80)는 "공모주 청약은 이번이 처음인데 워낙 화제라 계모임으로 모았던 자금까지 동원해 청약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미래에셋증권 센터원영업부를 방문한 한 노부부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을 위해 방문했는데 경쟁률이 너무 높다는 얘기에 다시 나왔다"며 "내일 다른 증권사를 통해 청약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의 청약 경쟁률은 이날 하루에만 90대1이 넘어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청약을 한 투자자는 1주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생겼다. 미래에셋증권이 LG에너지솔루션 IPO에 인수단으로 참여해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이나 공동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보다 배정 물량이 적지만 고객 수가 많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첫날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청약했던 투자자들이 청약을 급하게 취소하고 다른 증권사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일 청약 취소가 가능한 만큼 투자자들이 18일 청약을 취소하고 19일 다른 증권사를 통해 다시 청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약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권사 갈아타기'도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역대 최대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80조9017억원)의 청약 증거금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2021년 '초대형'으로 꼽혔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 당시 첫날 증거금을 이미 뛰어넘었는데 19일 본격적으로 청약에 뛰어들 투자자들 간 눈치싸움까지 감안하면 균등 배정으로 1주도 받지 못하는 증권사가 속출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