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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다섯 할머니의 파크골프 사랑..."인생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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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박종석 기자
입력 2022-01-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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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3일 김부래씨가 강원 화천군 거례리에 있는 화천산천어파크골프장에서 다른 동료의 샷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박종석 기자]

“걸어다닐 수 있을 때까지 공 칠 거야.”
 
주변 경관이 수려하기로 유명한 강원 화천군 북한강변에 위치한 산천어파크골프장. 몸집이 작은 할머니가 한겨울에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마음껏 스윙하고 건강하게 잔디를 걸어다닐 수 있어 행복하다. 이 지역 사내면에 사는 김부래(85)씨 얘기다.
 
김씨는 지난해 4월 화천군노인회 관계자가 파크골프를 추천하면서 시작했다. 이때부터 30년 동안 즐기던 게이트볼보다 파크골프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지금은 골프광이 됐다. 그의 나이 여든다섯은 화천지역 동호인 중 최고령에 속하지만 36홀을 도는 동안 한반도 자리에 앉지 않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3년 전에 다리에 힘이 없어 앉으면 일어서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하루에 만 보를 걸었어요. 이 나이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혼자서 만 보를 걷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화천 노인지회에서 파크골프를 해보라고 하는 거예요. 바로 시작했지요. 얼마나 잘 시작했는지 몰라요.”
 

지난 1월 23일 김부래씨가 강원 화천군 거례리에 있는 화천산천어파크골프장에서 힘차게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석 기자]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파크골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경기규칙과 기본기를 차근차근 배우면서 나무로 된 채 하나로 잔디 위에서 공을 치는 게 재밌었다. 몇 개월의 경력이 늘어서일까? 지금은 넓은 골프장을 걸어다니는 폼이 여유가 있어 보인다. 공을 치는 맛은 언제나 새로웠다. 힘껏 휘두른 채에 맞은 공이 멀리멀리 굴러가면 짜릿한 쾌감을 느끼면서 온갖 스트레스도 날아가기 때문이다.
 
김씨는 “100m까지 공이 가요. 그러면 파크골프 선수가 된 기분이에요.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 70대 중반이 많은데 똑바로 멀리 보내는 게 쉽지 않아요. 여자는 더 힘들지요. 어쨌든 공을 치고 걸으면 그냥 좋아요”라고 했다.
 
“처음엔 솔직히 파크골프에 자신이 없었어요. 공을 치면 자꾸 엉뚱한 곳으로 굴러가니까 동료들한테 미안하고. 그런데 어느 순간 공이 똑바로 멀리 가고 정확성도 높아지면서 잘 맞더라고. 자신감이 붙었나봐요. 열심히 공을 치니까 요령이 생긴 거지. 옆에서 ‘와 잘 맞았다. 나이스 샷’ 하면 기분좋지.” 그렇게 파크골프에 푹 빠졌다.

지난 1월 23일 김부래씨가 강원 화천군 거례리에 있는 화천산천어파크골프장을 걸으며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박종석 기자]

김씨는 파크골프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래서 걸어다닐 수 있을 때까지 공을 칠 거라고 강조했다. 체력은 파크골프를 하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파크골프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모든 게 다 좋아 보여요. 요즘 살맛이 나고 세상이 다 좋아요. 나이 때문에 실력이 빨리 늘지 않지만 앞으로 더 잘 쳤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인생이 즐거워요”라며 “일주일에 서너 번은 50분쯤 운전해서 골프장을 가요. 그리고 18홀을 돌고 한 번 더 돌아요.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힘들지요. 그만큼 파크골프가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지난 1월 23일 김부래씨가 강원 화천군 거례리에 있는 화천산천어파크골프장에서 동료가 지켜보는 가운데 홀을 향해 퍼팅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석 기자]

그는 파크골프가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이지만 특히 노년층이 이 운동을 즐길 것을 권했다. 노년층의 단조로운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인생의 황혼기를 좀 더 의미 있게 보내도록 하는 매력이 있어서다.
 
“집에 있으면 티브이(TV)하고 싸워요. 그리고 늙으면 오라는 데 없으면 갈 데도 없잖아요. 이 집 저 집 눈치 보며 고스톱을 하고 다니면 뭐 하나. 파크골프 하면 좋잖아요. 주위 눈치 볼 일도 없고 시간도 잘 가고 여러 사람도 만나고 자기 기분 자기가 살리는 거지.”
 
김씨는 운동 중 서울에서 온 동호인이 “우리 엄마는 83세인데 잘 움직이지를 못해요. 어르신의 공 치는 모습이 부럽습니다”라고 한 말을 들려주며 “누워 있는 노인도 많이 봐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같이 운동하자고 하면 나이 탓을 하면서 말을 안 들어요. 운동을 잘하고 못하고 나이가 많고 적고는 필요하지 않아요. 우리 나이에 선수 할 것도 아니니까 나만 즐기면 되는데···.”
 

지난 1월 23일 김부래씨가 강원 화천군 거례리에 있는 화천산천어파크골프장에서 동료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종석 기자]

김씨는 화천 지역에서 최고령이다. 그는 “이 나이에 이렇게 즐기니 성공한 거예요. 화천 파크골프장이 시설이 좋아 일부러 부산에서도 온다는데 이렇게 좋은 데서 돈 안 들이고 마음껏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이냐”고 말하는 김씨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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