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400개 우체국을 통해 연간 우편물 30억통을 배달하는 우정사업본부가 국민들의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돕기 위한 디지털 혁신 역량과 공적 기능을 강화한다. 공통요금 우편, 소외 지역·계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에 더해 공공 배달, 서민생활 안정 지원, 소외 계층 의료·복지 사업을 확대한다. 작년 말 취임한 손승현 제11대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에게 올해 경영 목표와 전략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우정사업본부를 간단히 소개하면.
"우정사업본부는 도서 지역을 포함한 전국에 매일 집배원이 우편물을 배달하고 민영 금융기관이 기피하는 농어촌·도서 지역 주민들에게 현금 입출금, 생명보험, 공과금 수납, 해외 송금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 밀착형 국가기관이다. 이를 위해 전국 3400여 개 우체국과 4만3000여 명의 직원, 물류·금융·전산망 등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지난 1996년 제정된 특례법으로 경영 자율성을 부여받고 2000년 당시 정보통신부 내국에서 소속 기관으로 분리됐다. 2013년 운영위원회 설치, 별도 직제 등 근거를 담은 법 개정으로 자율 경영이 확대됐고 2017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비대면 소비 확산에 따른 소포 물량 증가와 요금·수수료 인상으로 우편 매출액 3조원 돌파가 예상되고, 예금·보험을 합한 금융 자산 규모는 145조원 정도 된다."
-취임 소감과 포부는.
"우정사업 성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크게 느껴져 어깨가 무겁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대전환의 물결이 다른 모든 전통 산업들에 그렇듯이 우정사업에도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득 양극화, 지역 격차에 따른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를 보완할 지역 균형 발전과 복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복지를 제공하는 전달 체계에 아직 사각지대가 많다. 그만큼 우리가 공적 역할을 수행할 여지도 많다고 본다. 우정사업본부의 슬로건이 '국민에게 행복을 배달하는 한국 우정'인데, 편지 한 통을 잘 전했을 때 받는 것도 기쁨이고 행복이지만 복지를 잘 전해 행복을 배달하는 것이 뜻깊고 제가 가장 하고자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3년 연속 고객만족도(KCSI) 1위라는 영광과 지금까지의 경영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기존 공적 역할을 더욱 확대하면서 국민들에게 계속 신뢰를 드리는 우체국을 만드는 것이 큰 목표다."
-최근 시작한 공적 활동이 있나.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이제 병원이 아니라 일단 재택치료 단계로 들어간다. 이분들에게 재택치료키트를 보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크게 늘면서 일선 방역 현장의 업무 부담이 큰데, 우리가 방역 현장의 부담을 덜고 국민들이 빠르게 재택치료키트를 받을 수 있게 하고자 했다. 우정사업본부의 '재택치료키트 우편 서비스'를 대전·부산 등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 16일부터 시작했다. 보건소에서 민간 배송업체와 공무원·공공일자리 담당자를 통해 처리하는 배송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일이다. PCR 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은 대상자에게 필요한 '건강관리세트(해열제·체온계·산소포화도측정기·소독제·자가검사키트)'와 재택치료통지서(입원·격리통지서)를 전국 총괄우체국·배달우체국을 통해 보낸다. 규격·개수 제한 없이 합포장을 허용하면서 단일 요금으로 접수하고 있다."
-전반적인 공적 업무 현황이 궁금하다.
"치료키트 배송은 정부 부처·지자체와 협업해서 복지·행정 서비스에 연계하는 '공공 배달 서비스'의 일환이다. 작년 2월부터 진행한 '맘편한 임신 서비스'나 몇 년 된 '마을기업소포' 사례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체국 공적 마스크 판매를 비롯해 과거 국민 불안이 컸던 '라돈 침대' 수거, 재난 지역 복구 지원, 취약 계층 돌봄, 전국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회안전망 역할도 맡았다. 우체국금융 서비스로는 우체국 창구와 시스템을 민간에 개방해 영업점포·창구업무를 감축하고 있는 민간 금융기관의 대체창구 역할을 하고 있고, 취약 계층 우대 예금·보험 공익상품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노란우산공제 판매를 확대해 서민 생활 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화폐, 복지카드, 건설근로자 전자카드 같은 '공공기관 제휴카드' 사업도 범부처 협업으로 수행하고 있다. 올해는 소외 계층 의료·복지를 지원하는 공익사업 13개를 75억원, 공익보험 2개를 30억원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행 우편사업의 문제와 해법은.
"사람 힘으로 운영되는 우편 중심의 물류사업이 갈수록 인건비 부담은 커지는 반면 경쟁은 더 치열하다.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편지나 서신 같은 통상 우편은 많이 줄고 있는데,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소포 시장 비중은 오히려 더 커졌다. 경상경비에 따른 재무적 부담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여전히 전국 단일 요금으로 어디든 우편물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지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편사업의 구조적인 취약성이 심화하고 있다. 기관의 재정수지 안정화와 동시에 보편적인 역무 수행이 요구된다. 이를 어떻게 타개하고 내실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통상우편과 관련해 물량 감축을 대신해 휴대폰에 수신된 전자고지·전자우편을 모아 주는 모바일 전자사서함을 선보였는데, 이처럼 신규 서비스를 통해 기존 사업을 계속 견실하게 끌고갈 방안을 찾고 있다. 3월 중 수행 기관을 선정해 우편 서비스에 인공지능(AI) 기반 무인 접수, 지능형 일괄 하차, 소포 하차 자동화 등 기술을 개발한다. 클라우드, 메타버스, NFT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으로 업무 효율과 우정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금융사업 혁신 전략은.
"민간 은행은 기본적으로 대출을 받아서 예대마진 기반으로 이익을 내는 사업을 하지만, 우체국금융은 일반 시중은행·민간 보험사와 달리 대출업무를 하지 않는다. 농어촌 지역 어르신들을 비롯한 서민들을 위해 소액 예금을 받아 보수적인 자산 운용을 추구해 왔다. 보험도 마찬가지로 소액 보험상품만 제공하고 있고. 그간 기관의 자산 운용 경험과 역량이 많이 축적됐다고 보고 이제까지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자금 운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안정성에 내실을 다지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집중해 사업이 건실하게 성장하도록 유도하겠다. 더불어 시장이 계속 바뀌고 신기술을 활용한 선진 금융 서비스도 요구되고 있다. 노후한 기존 우체국금융 전산시스템을 대체할 차세대 시스템이 올해 9월 본격 개통된다. 이에 앞서 3월부터 시험가동이 예정돼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모바일 전자금융 고도화와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신개념 금융자산 관리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투자사업 추진 방향도 궁금하다.
"안정적으로 보험과 예금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장기 채권과 주식을 위탁 운용해 왔다. 예외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나 해외 연기금 연계 등을 통해 몇 가지 직접 투자하는 대체투자 사업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로 벤처캐피털(VC)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 비중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이번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청년지원정책, 청년창업에 특화된 VC와 같은 영역으로 투자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혁신, 디지털 뉴딜 등에 특화된 VC 지원을 많이 하려고 한다. 또 하나는 기업의 책임경영 강화를 독려하기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내실 있는 구조를 갖춘 곳이 더 좋은 기업이라 보고 이런 곳에 투자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에 맞는 투자라는 관점에서 ESG 등 비재무적 가치를 고려해 투자 판단 요소에 반영하려고 한다."
-이 밖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계획은.
"그간 우편사업 재정 상황이 워낙 어려워 시설투자를 미뤄 왔는데 전국에 노후 국사가 많다. 전면적으로 재설계·재건축하려고 한다. 더 깨끗하고 안전해진 우체국을 이용하는 국민들이나 일하는 직원들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다만 우편사업을 통해 마련되는 재원만 투자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우체국금융의 보험 쪽 자산은 우리가 재원으로 쓸 수 없지만 예금사업에는 특별회계 쪽으로 모인 투자수익 적립금, 예금자기자본이 있다. 기존 우체국 부지와 건물은 우편자산인데, 재건사업을 하게 되면 토지는 그대로 우편자산으로 갖고 건물을 예금자산으로 건립하는 방법이 있다. 우편자산과 예금자산을 함께 활용해 깨끗한 국사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런 방향으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기존 대비 많은 투자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재건·보수는 현장 위험요소를 제거해 직원들 안전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올해 직원들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배달장비 전환, 우편물 중간보관소 확대 등 집배원 근로 여건 개선 사업을 비롯해 일과 삶의 균형을 도모하는 제도 시행과 조직문화 확산을 추진하려고 한다. 직원들이 좀 더 신나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개인적인 목표 중 하나다."
◆ 손승현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은?
손승현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은 충북 청주 운호고와 한양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총무처 행정사무관으로 임용(행시 37회)되면서 공직에 발을 들인 행정 전문가다. 정보통신부에서 중소기업지원팀장과 법무팀장,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뉴미디어정책과장과 방송정책기획과장,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통신정책기획과장·기획재정담당관·운영지원과장, 우정사업본부에서 경영기획실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감사관과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말까지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을 맡았고 제11대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임명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