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만난 조 교육감은 '공존의 사회, 공존의 교육'을 외쳤다. 이를 위해선 보편타당한 룰(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정권 교체기 인사 문제만 해도 신구 정부 간 공수만 바꿔 싸우지 말고, 법 또는 합의적 규칙을 만들어 원팀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공격의 수단이나 부메랑이 되는 악순환을 공존의 관점에서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 등 사회적 문제를 인식·해결하는 과정에서 빠르기만 한 대응보다는 방향성과 사안의 복잡성 등을 고려한 정책이 요구된다"며 "문제를 치열하게 응시하되 차분하게 검토하는 사회적·정치적·국가적 프로세스가 작동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그럼에도) 한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는 상황에서도 원격수업을 통해 배움의 끈을 이어간 유일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며 "개척적 여정의 중간 지점까지는 제가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를 도모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3선 도전, 앞선 1~2기 때와의 차별점과 구상 중인 청사진이 있다면.
"최근 학생·교직원 사이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기쁜 마음도 들지만 동시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학교 방역이나 필요한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하고 있다. 또 3선 출마와 관련해 주변에서 질문이 많은데 현재 서울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학교 교육 정상화란 1등주의·권위주의를 타파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뿌리를 내렸고, 학부모·교사 의견 수렴이 일상화됐다. 촌지 문화도 사라졌다. 이런 정상화 과정을 거름 삼아 더 질 높은 학교 교육을 향한 여정을 이어가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 선거 변수로 꼽힌다.
"오미크론 변이로 학교가 고생하고 있는데 송사로 심려를 끼쳐드려 이유를 불문하고 죄송한 마음이다. 검찰이 기소하고 재판을 받으니 '교육감직을 박탈당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들이 있는데 당연히 무죄가 나올 것이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달 두 번의 공판이 예정돼 있지만 문서 검토 등 초보적인 심리로, 진행 과정이 많이 남아 있다. 다만 선거법 위반 사건이 아니어서 교육감 직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러 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도 이와 같다. 아무래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정책을 펴다보면 갈등이 커져 재판까지 치르는 상황들이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도 잘 살피며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겠다."
-2기 공약이었던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혈세 낭비 등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부 성과 냈지만, 새 정부에서 엎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27개 자사고 중 2022학년도 기준 9개교가 일반고로 전환했다. 모두 학교 신청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변화된 교육환경 속에서 자사고보다는 일반고 형태로 학교 건립 이념에 맞는 교육과정을 더 잘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주된 전환 이유다. 그러나 새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폐지 또는 개정해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유지된다면 이 학교들이 특권학교로 변질돼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도 자사고 등 진학을 희망할수록 사교육 참여·지출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교체제 정책 추진 시 학교 유형의 다양화를 통한 수월성 교육을 추구하기보다 학생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 통·폐합론과 인수위 교육정책 방향에 대한 견해는.
=교육부 통·폐합에 반대한다. 교육에 대한 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교육부 폐지론이 진보 진영에서도 제기된 건 사실이지만, 이는 교육부의 관료화 현상, 초·중등 및 대학 교육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더 철저하게 개혁하라는 '구호적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교육부가 내각의 한 부처로서 폐지된다는 건 외청 정도로 격하하는 의미가 있다. 그보다는 교육부가 일반행정 중심으로 작동하는 측면이 개혁돼야 한다.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시·도교육청 간 분업과 협력 관계도 중요하다. 인수위가 국교위의 존재 의의를 긍정적으로 보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겠다고 한 점을 좋게 생각한다. 교육부는 국교위 출범, 시·도교육청 권한 이양에 맞춰 축소 개편돼야 한다. 물론 국교위의 비대화는 안 된다. 국가교육과정과 중장기 교육발전계획에 대한 사회적 협의의 장으로서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게 좋다. 교육부가 개편되면서 그 인력이 국교위로 이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옥상옥 구조가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일깨운 공교육 중요성···AI로 뒷받침"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학습지원서비스 어느 단계까지 왔나. 다문화‧탈북 학생 등 적용 실례가 있다면 성과까지 소개해 달라.
"서울시교육청이 운영 중인 'AI 튜터 마중물학교 프로그램'은 AI 튜터를 활용해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뿐만 아니라 다문화·탈북학생, 난독·난산학생, 장애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함양하고, 언어·문화적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12개교에서 운영, 올해 20개교로 확대했다. 일례로 영일초에서는 다문화 특별학급에 AI 튜터를 적용해 교사의 학생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학생 수준에 맞는 학습내용 코칭 등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학생의 국어·수학 교과 성취도가 향상됐다. 또 전동중에서는 자녀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어려운 가정에 이 프로그램을 적용해 학생 기초학력을 높였다."
-AI 윤리‧리터러시 교육도 전 세계적으로 중요해졌다. 우리나라 수준과 그 효과는.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시대로, AI를 활용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을 위한 AI 윤리교육 이전에 AI 개발자들의 윤리에 먼저 집중했고, 전국 최초로 '공교육 적용 AI 알고리즘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학생들이 윤리적으로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발된 AI가 기본적으로 공적가치를 지켜줄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AI 윤리교육은 이 가이드라인과 함께 AI 융합 수업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동신중에서는 AI를 활용한 실생활 문제해결 프로젝트 수업, 100년 동안 제주의 기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지구온난화 주제 토론 수업을 진행했다. 상도초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해 AI 관련 미래 직업 알아보기, AI 윤리문제 토론하기 수업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AI 소양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교사를 위한 AI 교육 가이드북'과 학생을 위한 'AI 진로진학 교육자료'를 개발·보급했고, 앞으로 AI 윤리·소양 교육자료를 개발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이후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진 듯하다. 서울시교육청의 대책과 역할은.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주고받는 공간을 넘어 공동체의 경험을 배우는 매우 중요한 장소다. 모든 학생에게 공동체 경험은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등교수업이 어려워지면서 비대면으로 홀로 수업하는 학생들의 사회화 결핍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코로나19는 오히려 공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복지 행정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질 높은 공교육의 확대·강화'를 미래교육의 방향으로 설정했다. 주요 정책으로 △질 높은 출발선 보장 지원(초등 입학준비금 정책 등) △AI 기반 맞춤형 학습 지원 △기초학력 대응 체계화·종합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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