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블루밍'(감독 황다슬)의 주인공 강은빈과 조혁준은 운명처럼 서로를 알아보았다. 각각 다른 색깔을 가졌던 두 사람은 '블루밍'을 통해 시나브로 서로에게 스며들었고 어느새 하나의 색채를 띠게 되었다. 드라마를 연출한 황다슬 감독의 의도와도 딱 맞아떨어지는 바였다.
드라마 '블루밍'은 철저한 관리로 어디를 가든 인기를 독차지하던 '시원'(강은빈 분) 앞에 '진짜' 인기남인 '다운'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캠퍼스 로맨스물이다. 인기 웹툰 '인기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를 원작으로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나의 별에게' 등 BL(Boys Love, 보이즈 러브)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연 황다슬 감독이 연출을 맡고 영화 '부산행' '신세계' '변호인' 등을 내놓은 콘텐츠 기업 NEW가 제작을 맡아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아주경제는 드라마 '블루밍'의 강은빈·조혁준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디션 현장부터 서로를 알아보고 이해하며 진짜 '다운'과 '시원'이 될 수 있었던 순간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디션 현장에서 (조)혁준 형을 만났을 때 '아, 이 사람과 연기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왠지 모르게 듬직하게 느껴졌거든요. 대사를 맞춰보면서 어느 순간 형이 '다운'이처럼 느껴졌고 제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느껴졌어요."(강은빈)
강은빈과 조혁준은 마치 퍼즐 같았다. 가장 먼저 '블루밍'의 오디션을 본 강은빈과 제일 마지막으로 연기를 펼친 조혁준은 운명처럼 서로의 '짝'이 되었다. 황다슬 감독은 퍼즐처럼 꼭 맞는 두 사람에게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그의 작품목록 중 가장 오래 고민하고 갈등했던 캐스팅이었지만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대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무릎을 '탁' 쳤다고.
조혁준은 오디션 현장을 떠올리며 "최종 오디션을 보고 감독님이 결정을 내리신 것 같다"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은빈이와 처음으로 '시원' '다운'이 되어 (연기를) 맞춰보는 데 감독님께서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각각 오디션을 3차씩 보면서 불안한 마음도 들었는데, 그 현장은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어요. 감독님께서 '나는 너희를 염두에 두고 있다'라는 걸 표현해주셨고 우리가 호흡을 맞추는 데 더 집중하길 바라셨죠."
강은빈은 황다슬 감독이 '케미스트리'에 집중했고, 작은 '디테일'까지 짚는 걸 보며 감탄했다고. 황다슬 감독이 그를 두고 "말티즈 같은 소형견의 매력이 있다"라고 말했던 게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감독님이 정말 디테일하세요! 오디션 볼 때도 (조혁준과) 키 차이도 보고, 이렇게(기자에게 조혁준과 손을 맞잡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손 크기까지 재보시곤 했어요."
'블루밍' 속 인물들은 저마다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봉합되지 않은 상처 때문에 혼란을 겪고 아픔을 느끼지만 결국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조금씩 치유 받는다. 강은빈과 조혁준은 극 중 인물들의 상처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들의 가진 아픔과 닮아있어 누구보다 캐릭터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어릴 적 꿈은 모델이었어요. 관련 학과를 다니다가 입대했는데 외모적인 부분을 공격받기도 하고 놀림 받으면서 상처가 깊어졌어요. 눈이 나빠서 안경도 쓰고 있었고 군대서 지내면서 피부도 상하고 그랬으니까요. 외모적으로 콤플렉스가 있어서 극 중 '시원'이 하는 말들이 공감되더라고요. '시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강은빈)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거울 보는 걸 안 좋아하거든요. 외모적으로 콤플렉스가 있어서 '시원'이 느끼는 감정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시원'이 '다운'을 대하는 태도도 어떤 심정일지 이해가 갔고요. 내가 가진 상처, 결핍과 비슷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운'을 연기하면서 오히려 제가 위로받는 느낌도 들었죠."(조혁준)
'블루밍'은 담담히 위로를 전하는 작품이다. '시원'과 '다운'이 서로에게 위로받고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며 보는 이들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강은빈 또한 '시원'을 연기하며 위로를 받은 적이 많다고 밝혔다.
"공원에서 '시원'이 '다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있어요. 그동안 감춰왔던 지질한 속내를 드러내는데 '시원'에게는 정말 큰 용기였거든요. '지질한 건 안 변하나 봐'라고 말하는데, '다운'은 그를 있는 그대로 봐주죠. 그 모습이 실제 저에게도 엄청난 위로가 되었어요."(강은빈)
두 사람은 이미 스무살을 지나온 상태. '스무살'을 연기하는 마음이나 태도에 관해 묻자 "나이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했다"라며 현명한 답을 내놓았다.
"나이에 빠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했죠. '시원이는 왜 자기 관리를 하게 되었을까?' 등등을 고민하게 됐고 그러다 보면 그 안에서 자연히 스무살 다운 모습이 나올 거라 생각했어요."(강은빈)
"저는 사실 '다운'이 스무살이라고 했을 때 당황했어요. 띠동갑이거든요. 하하하. 감독님이 뽑아주실까 했었는데 대본 리딩을 하면서는 (캐릭터에 몰입돼)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연기할 때는 '내 기준의 스무살을 떠올리지 말자'라고 생각했죠. 제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스무살의 모습은 어떤 변형을 거친 거니까요. 상황과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면 그에 맞는 감정이 나올 거라고 보았어요."(조혁준)
두 사람은 자신들의 스무살도 돌아보았다. 강은빈은 극 중 '시원'과 닮아있다고 말했고, 조혁준은 '다운'이 저보다 더 값진 스무살을 보냈다며 웃었다.
"어떤 인생이 낫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그래도 제가 본 '다운'이는 참 값진 스무살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과오를 용기 내서 말 할 수 있는 경험도 해보았고 진짜 사랑하는 이와 깊은 관계도 되어보고, 마음도 나누어보았고요. 실제 저의 스무살은 아르바이트와 노래 연습 뿐이었거든요. 실용음악을 준비하다가 성악으로 전향해 1년 365일 아르바이트와 노래 연습만 하고 지내다 보니 추억할 거리가 없어요. 저보다는 '다운'이의 삶이 더 보람차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조혁준)
'디테일의 왕' 황다슬 감독은 '시원'과 '다운'에게 각각 섬세한 디렉션을 내렸다. '시원'에게는 안팎이 다른 '예민함'을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법을, '다운'에게는 '시원'을 궁금해하고 포용할 줄 아는 '감정'을 변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시원'의 모습이 집 안팎으로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시원'이는 집안에서는 다소 예민하고 지질한 면이 있고, 집 밖에서는 그야말로 '멋진' 인물이기를 바라는 인물이거든요. 하지만 이 모습들이 '다운'을 만나며 의미를 찾기를 바라셨죠."(강은빈)
"'다운'이 경우에는 '웃음'을 강조하셨어요. 대본에는 '다운이 웃는다'로 표현되어있지만, 그 안에는 '시원'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 웃기도 하고 '얘 봐라?'라는 식의 호기심 어린 웃음이 담겨있기도 하거든요. 각각 '웃음'에 담긴 여러 감정을 담아주셨어요. 하지만 연기하다 보니 은빈이가 정말 귀여워서 일부러 계획하지 않아도 감독님이 원하는 웃음이 나오더라고요."(조혁준)
"감독님께서 '일부러 귀여워 보이려 노력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형 덕에 '시원'이가 귀엽게 그려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강은빈)
'블루밍'은 지난 3월 31일 온라인에서 공개돼 개봉 주 네이버 시리즈온 주간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두 사람에게 시청자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짚어달라고 부탁하자, 두 사람은 '사소한 행동'을 주의 깊게 봐달라고 말했다.
"'시원'이가 언제 '다운'이를 의식하게 되는지, 언제부터 시작일지, 마음이 언제 열리는지 등 두 사람이 물들어가는 과정을 주의 깊게 봐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강은빈)
"'시원'으로 하여금 '다운'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 '다운'의 말로 '시원'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런 디테일을 보는 게 재밌을 거 같아요.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둘의 감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조혁준)
"아! 그리고 '다운'에게 '시원'이 물들었을 때, 어떻게 바뀌는지도 봐주세요! 거기에도 '디테일'이 있답니다. 하하하."(강은빈)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