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근절] 보험업계,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 강화 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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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2-05-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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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해 보험사기 적발액만 1조원…모럴해저드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요 보험사들이 앞다퉈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지능화·대형화하면서, 기존 시스템으로는 보험금 청구 적정성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종신보험 등에서 잇달아 보험사기가 발생하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누수를 방지해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 보험사기 모니터링 프로세스 개선 '총력'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과 DGB생명, D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이 보험사기 분석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생명은 지난 23일 기존 보험사기분석시스템을 고도화한 NFAS(Nonghyup life insurance Fraud Analysis System)를 오픈했다. 

NFAS는 NH농협생명에서 보험사기 관련 업무관리와 분석을 위해 독자 개발한 시스템으로 고객과 보험사에 손실을 끼치는 보험사기 의심 사안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적발할 수 있다. 우선 NFAS는 위험인자를 확대하고 부당청구 가능성과 이상징후 수치를 세밀하게 계량화한다. 특히 AI(인공지능)를 활용한 ML(머신러닝)을 도입해 보험사기와 부당 보험금 청구사례를 학습하고 유사한 양상을 수치화하는 과정을 거쳐 분석과 조사대상 정보를 제공한다.

농협생명은 또 새롭게 등장하는 보험사기 추세에 맞춰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해 분석범위 역시 대거 확대했다. NFAS를 활용하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병원을 이용하는 패턴과 입원 기간 등 유사점을 찾아내 혐의그룹으로 분류하는 타기팅을 통해 의심 사안 분석이 가능하다.

DGB생명은 최근 보험사기 모니터링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을 고도화했다. 보험금 과다 지급자 중심의 내부 데이터와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 심사 분석에만 의존해 보험사기 혐의자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보험사기 분석 프로세스를 혐의자 간의 공모관계 분석에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이를 위해 기존 SIU심사 결과에 관계형분석과 교차분석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공모 의심자까지 찾아내고, 관련 병원이나 보험설계사와의 연계 여부도 파악해 조직화된 보험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DB손해보험은 올해 초 업계 처음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사기 공모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보험사기 네트워크 분석시스템 'DB T-System(DB Total Analysis System)'을 내놨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보험 가·피공모 고의사고와 보험 거래처와의 공모 관계 등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보험사기 혐의가 의심되는 혐의자 간 관계도와 통계 자료를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제공한다.

보험사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AI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한 ‘Hi-FDS’를 2020년 7월 도입했다. 전날 발생한 모든 자동차 사고 데이터를 매일 새벽 시스템에 입력하면 AI가 각 사건의 보험사기 가능성을 분석한 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건을 현장 조사관들에게 알려준다. 현장 조사관들은 AI가 작성한 분석 리포트를 바탕으로 실제 조사에 착수한다. 

현대해상은 Hi-FDS 시스템을 활용, 지난해에만 540건의 보험사기를 적발했다. 적발 금액은 33억2000만원에 이른다.

교보생명도 2020년부터 ‘K-FDS’라는 AI 보험사기 탐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의료기관 5만5000곳의 진료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휴진일 허위 수술 등 보험사기 의심 사례를 자동으로 적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 악사(AXA)손해보험 등도 올해부터 자체 보험사기 탐지 시스템에 AI 기술을 탑재할 계획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갈수록 지능화·대형화하면서 선량한 보험금 청구인과 보험사기를 구별하기 위한 고도화된 시스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만 1조원 육박

#회사원 이모씨는 주변 지인으로부터 한의원에서 보약을 짓고 실손보험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솔깃한 소식을 들었다. 추천을 받아 들른 한의원에서는 타박상 등으로 여러 번 통원치료받은 것처럼 하면 보신제에 대한 실손보험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A씨는 찝찝한 마음이 들어 ‘생각해보겠다’고 한 뒤 한의원을 나왔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한의원은 ‘보험사기’로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았다. 

#박모씨는 페이스북,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단기 고액 알바'로 보험사기 공모자를 모집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공모자를 자동차에 동승시키고 고의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타냈다. 교차로 회전 시 차선위반 차량, 진로변경 차량, 후진 차량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고의로 충돌하는 방식이었다.

이같이 보험사기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지난해 보험사기 관련 적발액만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9434억원으로, 전년 8986억원 대비 5.0%(448억원) 증가했다.

사고유형별로는 사고내용 조작이 5713억원(60.6%)을 차지했고, 고의사고 1576억원(16.7%), 허위사고 1412억원(15.0%) 순이었다. 사고내용 조작은 진단서 위·변조 등을 통한 과장청구 19.5%(1835억원), 자동차 사고내용 조작 16.5%, 음주무면허 운전 11.3%, 고지의무위반 11.1% 순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허위(과다)입원·진단은 감소(△22억원)한 반면 자동차사고 관련 보험사기는 증가(722억원, 28.8%↑)했다.

연령별로는 50대의 적발 비중이 23.0%를 차지하며 가장 높았으나 전체 적발인원 중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 추세로 나타났다. 반면 20대의 보험사기는 2019년 1만3918명, 2020년’20년 1만6539명, 2021년 1만8551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대 보험사기의 83.1%는 자동차보험 사기다.

보험종목별로는 손해보험 적발금액이 전년 대비 664억원 증가(8.1%↑)한 8879억원으로 전체의 94.1%를 차지했다. 반면 생명보험 적발금액은 코로나19로 허위(과다)입원이 감소(125억원)해 전년 대비 28.0%(216억원) 감소한 555억원(5.9%) 수준으로 조사됐다.

직업별로는 회사원(19.2%), 무직·일용직(12.6%), 전업주부(11.1%), 학생(4.1%) 순으로 나타났다.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는 감소하고 있으나 병원종사자·자동차정비업자 등은 증가하는 추세로 조사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모럴해저드에 빠지고 있다"며 "보험사기가 결국 대다수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불필요한 공·민영보험금 누수를 막아 보험료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과 사법당국, 보험업권의 종합적인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혐의점을 직접 인지해 능동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범정부적 대응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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