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정부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에 부응해 최근 450조원 투자 보따리를 푼 이 부회장이 이번 팻 겔싱어 인텔 CEO와의 만남을 기폭제 삼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이하 반도체 비전 2030)’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인텔 최고 수장의 전격 회동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양사는 매출 면에서는 분명히 경쟁 관계지만,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이고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최강자로서 글로벌 반도체 미래 개척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동반자적 관계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의 만남은 향후 양사 간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 동맹’을 맺은 한·미 양국 간 협력 관계가 한 걸음 더 진전하는 청신호로 여겨진다.
현실적인 협력은 파운드리 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겔싱어 CEO는 지난해 3월 온라인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고 이 부회장도 ‘반도체 비전 2030’을 공언한 바 있다. 반도체 비전 2030은 2019년 4월 이 부회장이 직접 발표한 것으로,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시장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로드맵이다.
겔싱어 CEO는 2021년 1월 실적 발표에서 “우리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한 외부 파운드리 사용은 더 늘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텔이 주력 제품인 CPU는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 칩셋 등 제품은 삼성전자와 TSMC 등에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10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TSMC와의 협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재계에선 지금까지 지속해온 양사의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도체 산업을 '차세대'로 이끌어가려면 양사 간의 협력이 필수불가결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뿐만 아니라 세트 제품에서의 상호 협력을 통한 ‘윈-윈’ 관계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의 만남을 통해 양사 간의 협력 범위가 확대되고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는 공급망 불안 해소와 차세대 반도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경쟁자이면서도 동반자이기도 한 복잡한 비즈니스 관계가 얽혀 있다”며 “이런 점에서 이 부회장의 오너 리더십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특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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