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하반기 세계경제 전망
2021년 세계경제는 회복세가 뚜렷하게 진전되어 왔고, 2022년에는 전쟁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회복세를 방해받는 듯한 모습이다. 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초인플레이션 압력은 세계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저자가 발간한 <긴축의 시대>는 이러한 긴축적 통화정책 행보가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자산 시장 전반에 걸쳐 하방 압력을 주고, 다시금 경기 침체 국면에 놓이게 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은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음(Stagflation risk rises)”을 강조한 바 있다.
IMF는 2022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6%로 전망했다. 2021년 10월까지만 해도 2022년 세계경제는 4.9% 성장할 것으로 보았지만 2022년 1월 4.4%로 하향 조정했다. 종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공급망 병목현상이 장기화하거나 델타 변이가 등장하면서 회복세가 주춤해지는 모습이었다. 더딘 흐름일지라도 세계경제는 회복세를 진전시켜 나아가고 있었는데,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경제를 공포로 내몰았고, 원자재 가격 폭등을 비롯한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2022년 4월 들어 IMF의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되었고, 4%마저 밑도는 3.6% 전망치를 발표했다. IMF가 경제 전망 보고서의 부제로 채택한 문장 '전쟁이 세계경제의 회복을 지연시켰다(War sets back the global recovery)'는 세계경제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2022년 하반기 한국 경제는 매우 더딘 경기 흐름으로 전망한다. 일상 회복과 함께 자영업 경기를 비롯한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지만 다양한 대외 악재들로 험난한 회복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판단한다. ‘숫자상으로’ 회복세일 뿐 경제주체들은 그 회복세를 실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2년 하반기 한국 경제에 관한 전망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겠다. 시나리오1은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중립적인 가정이다. 그 외 낙관적 혹은 비관적 전망은 2022년 상반기에 가장 큰 변수가 되는 조건들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전개되느냐 에 따라서 크게 갈릴 것이다.
2022년 하반기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한 전제
시나리오1 (기준) | 중립적 시나리오 :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인플레이션 현상 지속 |
시나리오2 | 낙관적 시나리오 : 전쟁 연내 종식, 인플레이션 완화, 코로나19 완화 |
시나리오3 | 비관적 시나리오 : 전쟁 격화, 코로나19 재확산, 신흥국 외환위기 |
자료 : 김광석(2022.6), <긴축의 시대>(21세기북스)
첫째, 새로운 방역 체계인 위드 코로나 시대가 왔고, 큰 차질 없이 단계적 일상 회복이 진행되고, 2022년 상반기와 같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가 시나리오1이다. 2022년 한국 경제는 ‘나름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예방접종 완료율이 높은) 국가 간에 교역이 늘어나고, 대규모 박람회나 스포츠 행사가 정상적으로 개최되고, 기업인들 간 교류와 해외여행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체감경기는 그렇지 못하겠지만, 경제는 규모 면에서 팬데믹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국 경제는 2.5% 수준의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둘째, 시나리오2는 매우 낙관적인 상황을 전제한다. 전쟁이 연내에 종식되고, 인플레이션이나 코로나19의 불안도 완화되는 상황이다. 공급망 병목현상이 완화되며, 중국의 봉쇄 조치가 해제되면서 2022년 상반기 수준의 물가 상승세가 멈춘다면 주요국들의 긴축적 통화정책 행보도 극단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이때 한국 경제는 3.0% 수준의 강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시나리오3은 가장 비관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다. 이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함에 따라 방역 수준을 다시 강화할 것으로 가정한다. 새로운 방역 체계에 진입한 것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2020년 2분기 당시만큼은 아니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하고, 인플레이션 불안이 더 고조될 수 있다. 이렇게 전제할 했을 때 주요국들은 빅 스텝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지속할 것이고, 신흥국에서 급속한 자금 유출이 일어남에 따라 신흥국 외환위기로 번질 수 있다. 1994년 데킬라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외 여건은 한국 경제 회복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2.1% 수준의 미진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긴축의 시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2020~2021년은 코로나19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했는지가 정부 능력의 평가 기준이었다면, 2022~2023년은 인플레이션 쇼크에 얼마나 잘 대응했는지가 그 기준이 될 것이다. 물가 관리는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은행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재정정책도 장단기적 대응책들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철·비철금속 등 원자재와 식료품 원자재 수급을 안정시키는 정책 행보가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거시경제 모니터링의 중요성이 고조되는 시점이다. 금리, 환율 등에 영향을 줄 국제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확인하고, 주요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줄 변수들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사업 관점에서는 주요 원자재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신흥국에 진출하고, 주요 기업들과 공동 사업을 영위하는 시도도 고려해봐야 한다. 광물자원이나 식량자원 개발사업에서 기회를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개인 투자자 관점에서는 일희일비하기보다 시대적 변화를 규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20년 금리 떨어지고 환율 떨어질 때 주식 투자에 집중했다면, 2022년 금리 오르고 환율 오르는데 왜 여전히 주식을 담고 있는가? 자산 관리란 돈과 자산을 바꾸는 행위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자산 가치가 상승할 때는 주식과 같은 자산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 맞았다면, 돈의 가치가 올라가고, 자산 가치가 하락할 때는 현금 보유 비중을 늘려야 한다. 보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원자재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인플레이션에 투자해야 한다.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반영한 ETF 혹은 ETN에 투자할 수 있다. 장기 투자 관점으로 원자재 지수에 투자하되 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포트폴리오 구성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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