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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코스피가 장중 2400선 밑까지 내려갔던 6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48포인트(-0.43%) 하락한 2440.93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심리적 지지선인 2500선을 깬 직후 곧바로 2450선마저 내준 셈이다. 주간(6월 13~17일) 기준으로 코스피는 5.96%(154.94포인트)가, 코스닥 지수는 8.18%(71.17포인트)가 급감했다.
지난주 코스피 급락은 외국인들의 이탈이 뼈아팠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조1717억원, 908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조4875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들이 1391억원을 순매도하며 772억원, 770억원을 순매수한 기관 및 외국인과 대조를 이뤘다. 특히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대가 무너지며 5만9800원으로 마감, ‘5만 전자’로 떨어졌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 반영 후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반영됐다”며 “연준이 올해와 내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했고, 영국과 스위스도 금리 인상을 통한 인플레에 대응하면서 파월 의장의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 힘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번주 국내 증시도 본격적인 반등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선다고 밝힌 만큼, 이는 경기둔화 우려감 확대로 이어질 것이고,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심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가가 급락하면서 저점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상승의 여지로 남아있지만, 여전히 위축된 투자심리로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코스피 2400포인트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일주일 동안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전망은 더 악화됐다”며 “공급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요만 통제하는 '절반의 효과'를 위해 연준이 금리 상승 카드를 꺼내든다면 이는 경기 둔화의 가능성도 더 명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급등과 같은 공급 부문의 인플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풀리기 전까지는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은 건 시장의 유동성을 회수해 수요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즉 고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빠른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경기둔화 역시 함께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주 뉴욕 3대 지수는 변동성 흐름을 보이며 마감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 직후 상승했던 주가는 하루 만에 하락 반전했고, 다우지수가 3만 선이 무너지는 등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7일(현지시간)에도 증시는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은 FOMC 당일에 상승했지만 하루 만에 하락했다”며 “연준이 제시한 긴축 스케줄 아래에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초반 증시는 지난주 미국 증시 영향권에 머물며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가 연준의 여전히 공격적인 통화정책 기조에 반응해 장초반 변동성을 확대한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특히 ‘무조건적’으로 높은 인플레를 제어하기 위한 정책을 시사한 점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의 입 그리고 미국 심리지표 발표
이번주에는 파월 연준의장의 발언과 미국의 심리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우선 파월 의장은 오는 22일(현지시간)부터 23일까지 열리는 미 상·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다. 이 자리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7월 FOMC에서도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염두에 둔 강력한 인플레 억제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 경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심리지수들도 잇달아 공개된다. 오는 24일에는 5월 신규 주택매매 건수와 6월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신뢰지수가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주택매매 건수는 감소가 예상된다. 지난달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는 향후 5~10년 기대인플레이션이 3.3%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 만큼 통화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는 기록적인 하락을 경험했으며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실제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까지 형성되고 있다”며 “또한 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진행된 만큼 부동산 경기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는 주택매매 건수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험관리 우선돼야… 고물가 수혜주 관심
증시 방향이 ‘시계 제로(0)’인 만큼 전문가들은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는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영진 연구원은 “단기 반등 시점에선 이익 상향 및 낙폭 과대 주식을 관심 있게 봐야 한다. 또한 3분기에는 고물가 수혜가 예상되는 주식이나 중국 경기부양책 수혜주를 지켜보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경우에는 방어주와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와 원‧달러환율 동반 상승 시 영업이익률 개선 확률이 높은 종목들이 실적방어주에 해당된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은 어떤 기업이 실적이 좋아질 수 있는가를 찾기보다는, 어떤 기업이 실적을 방어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삼성전자, LG화학, SK이노베이션, SK,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GS, 롯데지주, 한샘 등과 같은 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행렬로 자칫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며 “당분간 위험관리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인플레의 고점 통과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3분기 중 해당 증거가 나타나기 전까지 주식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역사적으로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 우려에 기인한 주식의 약세 국면에서는 실적의 안정성이 높은 고퀄리티 기업이나, 배당주 등이 그나마 선방했지만 현재는 단기적 트레이딩 기회를 보기보다, 현금 비중을 높이고 위험관리를 하는 것이 더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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