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인사이드]"악재성 정보, 대표가 인지했나"...희비 갈린 신라젠과 한진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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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8-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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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들의 잇단 무죄...전 한진해운 회장은 징역 1년6월

  • 신라젠과 한진해운의 차이...'대표가 인식했느냐' 관건

지난 5월 11일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미공개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현필 신라젠 전 대표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 행위 혐의를 받는 대표들에 대한 잇단 무죄 확정 판결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는 회사 대표가 자사의 악재성 정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렸다고 분석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신 전 대표는 신라젠이 개발하던 면역항암제 '펙사벡' 임상3상 시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결과를 미리 알고 보유하고 있던 주식 16만주를 87억원에 매도해 64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2019년 4월께 임상 결과 정보를 접하고 6월부터 주식을 매도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2심 법원과 대법원은 검찰의 범죄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신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라젠 직원들이 악재를 인식했다거나 이들이 신 전 대표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1심은 "2019년 3월과 4월 만들어진 문서들만으로는 펙사벡에 대한 중간 분석 결과가 부정적일 것임이 예측되는 '미공개정보'가 생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2심도 "피고인이 임상시험 실패를 예견했다면 보유하던 스톡옵션도 시급히 매각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고, 미공개 중요정보를 취득한 후 주식을 매도했다거나 주식 매매가 비정상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 대표들의 잇단 무죄...전 한진해운 회장은 왜 유죄인가
앞서 지난달에는 적자 실적 공시 전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석 전 제이에스티나 대표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그가 2019년 2월 시간 외 매매와 장내 거래 등으로 팔아 치운 주식은 모두 약 34만주로 파악됐다.

1·2심은 제이에스티나의 적자 실적이 미공개 중요정보라고 보기 어렵고, 해당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면 지난 2018년 10월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 거액의 손실을 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한진해운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일종의 구조조정인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전, 이 정보를 미리 알고 2016년 4월 두 딸과 함께 보유하던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팔아치워 약 11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최 전 회장이 받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일반투자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게 할 뿐만 아니라 시장과 기업에 대한 불신을 야기함으로써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시했다. 또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의 옛 사주로서 일반 투자자를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 신라젠과 한진해운의 차이...'대표가 알고 있었느냐' 관건
법조계에서는 두 회사 대표의 유무죄가 자사의 악재성 정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갈렸다고 평가한다. 두 사건 모두 회사의 위기 상황 이전에 주식을 처분한 행위는 동일하지만, 회사의 위기 상황을 각 대표들이 처분행위 당시 인식했는지 여부가 결정적 차이라는 것이다.

이은성 변호사(법률사무소 미래로)는 "한진해운의 경우 각종 악재로 인한 경영난을 보고받았고 심지어 구조조정 신청하기 직전인 상태에 처분행위를 했기 때문에 당시 대표가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고, 신라젠은 신약개발 단계에서 임상실험 실패에 관한 보고를 받지 못했거나 적어도 예측하지도 못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상진 변호사(차앤권 법률사무소)는 "두 가지 사건만 놓고 봤을 때 대표의 인식의 여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임상실험 실패는 외부기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고 대표에게 보고가 올라가는 과정이 있다. 어떻게 보면 수동적인 것이지만, 한진해운은 채권단과 협의하면서 대표가 인식할 수밖에 없고 대표가 직접 핸들링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쟁점이 된 내부 정보가 악재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 정보를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 등을 검찰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문찬석 초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장(법률사무소 선능)은 "임원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취득했다는 것은 추정에 불과하다"며 "미공개 중요 정보를 취득해서 그것을 갖고 주식 거래에 이용했는지 여부를 증거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증거 확보를 충분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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