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오른 미국 근로자의 임금이 미국 인플레이션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의 높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미국 노동시장에서 구인난도 심각해 근로자의 임금 상승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노동 소득이 증가해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노력과 상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분기 비농업 부분 생산성 잠정치는 연율 4.6% 하락을 기록했다. 비농업 부문 생산성은 단위 노동시간당 재화 서비스 생산량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측정한 것이다. 이는 WSJ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5.0% 하락이나 다우존스 전문가 예상치 4.7% 하락보다는 양호하지만 2분기 연속 하락을 보였다. 앞서 지난 1분기 7.4% 하락으로 74년 만에 최대 하락을 기록한 바 있다.
노동생산성은 낮은 반면 노동비용은 여전히 높았다. 생산량 대비 인건비를 나타내는 단위노동비용은 1분기에 전분기 대비 연율 12.7% 오른 데 이어 2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연율 10.8%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비농업 노동생산성과 단위노동비용이 각각 2.5% 하락, 9.5% 상승했다. 노동비용 증가와 궤를 같이 하는 시간당 임금도 올랐다. 시간당 임금은 전분기 대비 5.7%, 전년 동기 대비 6.7% 각각 올랐다.
로이터 통신은 여기에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는 점까지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의 6월 구인건수는 전월보다 60만5000건(5.4%) 감소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매우 많은 수준인 1070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구인난이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대퇴직시대(Great Resignation)라고 불린다. 임금은 역대 노동시장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실업률은 가장 낮다. 동시에 기업의 구인건은 역사적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그 때문에 근로자가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임금이 아니면 쉽게 일을 하지 않는 모습을 부른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에 치명적이다. 임금 인상은 외식, 식료품, 숙박 등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소비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운송 및 물류 등 다른 비용이 증가하는 동시에 노동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비용 증가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플레이션 인사이트LLC의 오마 샤리프 이코노미스트는 "임금을 포함해 사업 운영의 전체 비용 구조가 증가했다"며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 있는 기업이 그 비용을 소비자에 전가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담당했던 제이슨 퍼먼도 지난 2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사에서 "인플레이션은 임금 상승을 부추기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연준도 임금 상승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 연준은 장기적으로 2% 안팎의 물가 상승률을 목표로 물가 안정을 이루려고 노력 중이다. WSJ는 미국 경제전문가들을 인용해 연준이 가파른 임금 인상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취업사이트 인디드의 경제 전문가 닉 벙커는 "연준은 노동시장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임금 인상도 너무 빠르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웰스파고 소속 이코노미스트 세라 하우스는 "생산성 성장 추세가 코로나19 이전보다 나빠지고 단위노동비용은 올라가는 추세"라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낮추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임금 안정화가 단기간에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리디아 부수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 시장의 지속적인 강세와 노동 공급 회복의 부족을 고려할 때 임금 인상 위험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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