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쌀값 폭락, 국민 모두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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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2-08-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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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경기도 여주시의 한 비닐하우스 논에서 열린 '2022년도 전국 최초 여주쌀 첫 벼 베기' 행사에서 농민이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한 해 땀 흘려 지은 벼 농사의 수확기를 앞둔 농민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치솟는 밥상 물가와 다르게 폭락 중인 쌀값 탓이다. 

지난달 때 이른 폭염과 장마로 채소값 등이 오르며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7.1%를 기록한 반면, 산지 쌀값은 21%나 하락했다. 45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일 치솟는 물가에 쌀값이라도 떨어지면 장바구니 부담을 덜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쌀값 폭락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의 몫이다.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올 2월 14만4000톤을 시작으로 5월 12만6000톤, 지난달 10만톤까지 총 37만톤의 쌀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했다. 쌀 격리 조치를 위해 사용된 정부 예산만 9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 격리된 쌀이 다시 밥상 위로 오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가 격리한 쌀은 통상 2~3년 후 술을 만드는 주정이나 가축용 사료로 판매되는데 이를 통해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500억원 남짓이다. 85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버려지는 셈이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쌀 공급과잉은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다. 매년 쌀 생산량이 줄고는 있지만 식습관 변화에 따른 소비량 감소 추세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오히려 지난해 쌀 생산량은 2015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며 쌀값 폭락을 부추겼다. 2020년 흉작으로 지난해 쌀값이 오르자 다시 벼농사를 짓는 농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쌀 생산량 조정을 위해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 재배하는 농가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을 대안 없이 종료한 것도 쌀 생산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쌀 수급 안정을 위해 가공 전용쌀 ‘분질미’의 재배 확대와 전략작물직불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2027년까지 밀가루 연간 수요의 10%를 분질미로 대체하고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해 논에 밀·콩 재배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역대 정권마다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생산량 조절과 소비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올해도 풍년으로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쌀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장격리 이상의 영속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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