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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서울은 반백살 아파트 수두룩 한데...1기 신도시만 '핀셋' 재정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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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2-08-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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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 일산 아파트 전경[사진=연합뉴스]

"재건축은 주택 노후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해야 하는 게 국민적인 공감대 아닙니까. 아직 1970~1980년대에 지어진 반백살짜리 아파트도 재건축을 못하는데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를 먼저 재건축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국가가 주택자원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역 이기주의에 굴복하면 다른 국민들은 뭐가 됩니까. 국토부가 전 국민을 상대로 간보기 장사만 하는 꼴이 우습네요."(여의도 거주 50대 직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하면서 서울 및 수도권 노후단지 주민들과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도시 노후도는 1기 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닌데 정부가 특정 지역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핀셋' 처방을 약속하면서 다른 낙후 지역들의 개발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40~50년 된 아파트들이 즐비한 서울 구도심 재건축이 1기 신도시 재건축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빠른 추진을 위해 단체행동도 불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통령 지적에 화들짝 놀란 국토부...1기 신도시 개발 잰걸음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다음달 8일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장(분당), 고양시장(일산), 안양시장(평촌), 부천시장(중동), 군포시장(산본) 등 5명의 시장과 간담회를 개최한다.
 
원 장관은 5명의 지자체장과 직접 만나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재정비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의 정부 공동팀장도 실장급에서 1차관으로 격상했다. 오는 30일에는 1차관이 주재하는 전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체회의에서는 9월 중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연구용역' 발주를 위한 주요 과제를 검토하고, 마스터플래너(MP·총괄기획자) 운영방안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국토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에 잰걸음을 보이는 이유는 앞서 발표한 '8·16 부동산 대책(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해당 사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이 빠지면서 '공약파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당 대책에서는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총선용 시간끌기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원 장관에게 "국가 주요정책을 발표할 때는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해 달라"며 질책성 발언을 했다.
 
◇"노후 건물은 순차적 개발이 바람직...형평성 어긋난다면 포기하는 것도 용기"

부동산 시장에서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한 국토부의 핀셋행보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많다.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정책은 국토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불필요한 정책"이라면서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정책을 무리해서 추진하기보다는 국가 철학에 위배된다면 과감하게 철폐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1기 신도시 리뉴얼보다 더 중요한 건 서울에서 1960, 1970년대 지어진 낡은 저층 주거지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개발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값비싼 분당, 평촌에 혈세를 퍼주면서 재건축하는 건 사회적 재화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에도 사는 30대 직장인도 "여의도 시범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40~50년이 넘은 아파트들은 살기 위해서 재건축을 해달라고 해도 쉽지 않은데 겨우 30년 재건축 연한이 된 1기 신도시들이 재건축을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국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을 믿고 집을 산 투기꾼들의 집단행동에 굴복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50대 직장인 역시 "부동산 정책의 1순위는 집값의 하향 안정화"라면서 "국가가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데 국가재원을 활용해야지 1기 신도시 사람들의 떼쓰기에 휘둘리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은 건물 준공연도별로 상태를 봐서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알맹이 없는 정책, 간만 보는 국토부 장관은 out"...격양된 1기 신도시 주민들

반면 분당, 평촌, 일산,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은 '1기 신도시 특별법(재건축) 공약 이행 촉구 시민연대(가칭)'를 결성하고, 정부의 1기 신도시 특별법 공약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시민연대는 분당재건축연합, 평촌재건축연합, 일산재건축연합, 산본재건축연합, 중동재건축연합 등이 힘을 합쳐 결성됐다. 이들은 올해 준공 30년차를 맞은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는 안전진단을 전면 폐지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및 분양가상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2023년 상반기 내에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올 연말까지 이에 대한 중간발표를 정부가 해 줄 것을 약속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분당신도시의 한 주민은 "대통령을 비롯해 지자체장 선거의 모든 당선인이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완화를 끊임없이 약속했고, 그 공약을 믿었기 때문에 신도시 주민들은 대통령과 여당을 집중적으로 밀어줬다"면서 "그동안 주민들의 노력이 기약없는 '마스터플랜'이라는 말로 일축된 데 대해 분노와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평촌신도시의 한 주민은 "말잔치 뿐인 정책으로 1기 신도시 주민들을 희롱하는 국토부 장관"이라면서 "재초환도, 종부세 감면도, 안전진단 완화도, 구체적 공급일정도 잡지 못하면 도대체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일이 있는지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통개발을 꾀하다 방치된 서울 여의도 사례처럼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2024년 수립은 희망고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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