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사조그룹 세대교체 본격화에 제동 '특별세무조사'...편법 승계 논란 손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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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은·태기원 기자
입력 2022-08-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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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너 일가, 승계 위한 주가 누르기?...3세 승진은 '초고속'

[사진=사조산업]

사조산업을 향한 과세당국의 칼날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사안들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31일 사정기관 및 동종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달 중순께 서울지방국세청(이하 서울청) 조사4국 요원들을 서울 서대문구에 소재한 사조산업 본사에 투입, 세무조사에 필요한 자료 등을 예치했다.
 
서울청 조사4국은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특별) 또는 기획 세무조사만을 전담한다. 주로 기업 탈세나 비자금 조성, 오너 일가를 비롯한 개인 일탈과 관련된 혐의 또는 첩보가 있는 경우 착수한다.
 
국세청이 사조산업을 상대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한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동종 업계에서는 사조그룹 오너 일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편법 의혹 등 잡음이 무성했던 만큼 승계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사조그룹은 올 초 단행한 2022년도 정기인사에서 주지홍 사조그룹 식품총괄 본부장(부사장)을 식품총괄 부회장으로 취임시켰다. 사장이 아닌 한 단계 건너뛴 부회장 승진으로, 오너 3세 경영권 승계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 부회장이 초고속으로 승진하자 사조그룹을 둘러쌌던 편법 승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조그룹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73)이 고령이기 때문에 승계가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주 부회장은 지난 6월 말 현재 사조산업 지분 6.80%에 불과하고, 승계를 매듭짓기 위해선 아버지인 주 회장 지분 14.24%를 넘겨받아야 한다.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을 비롯한 업계 안팎에서는 사조산업이 주 부회장 승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오너 일가가 회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조산업이 올 초 진행하려 한 골프장 캐슬렉스CC 서울과 캐슬렉스CC 제주 합병 건이다. 두 골프장 합병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오너가 소유인 캐슬렉스 제주의 손실을 사조산업으로 전가하는 사익을 위한 합병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캐슬렉스 제주의 재무상태를 보면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캐슬렉스 제주는 지난해를 제외하면 최근 6년 연속 적자가 지속됐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현재 미처리결손금 400억원, 총자본 마이너스 130억원 대로 완전 자본잠식(적자 누적으로 결손이 지속돼 총자본이 마이너스인 상태)에 빠진 곳이다. 두 골프장이 합병된다면 캐슬렉스 서울이 재무 부담을 모두 떠안는 구조다.
 
캐슬렉스 제주는 주 부회장이 지분 과반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주 부회장이 49.5%, 사조시스템즈가 각각 49.5%씩 보유하고 있다. 사조시스템즈의 제1대 주주는 39.7%를 가진 주 부회장이다.
 
외부에서도 두 골프장의 합병 시도를 두고 주 부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차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사조산업의 원래 계획대로 합병이 추진됐다면 주 부회장은 합병비율(서울 1, 제주 4.54)에 따라 캐슬렉스 서울 지분을 자연스럽게 취득할 수 있었고, 주 부회장은 추후 캐슬렉스 서울 지분 매각을 통해 승계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의 반발과 외부의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사조산업은 결국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캐슬렉스 제주와 캐슬렉스 서울 합병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사조산업의 저평가된 부동산 자산 재평가를 수십 년째 미루는 등 오너 일가가 자산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만큼 주 부회장의 지분 확보가 수월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상속 이슈가 있는 기업이라면 자산가치를 서둘러 재평가할 이유가 없다”면서 “승계자 입장에서 상속 마무리 시점 자산가치를 재평가하기 전까지 지분 확보를 최대한으로 해 놓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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