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기하학적 추상에 담은 이승조 개인전 'LEE SEUNG J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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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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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갤러리서 10월 30일까지 개최...주요 작품 30여점 소개

이승조의 개인전 ‘LEE SEUNG JIO’ 전경 [사진=국제갤러리]

“아폴로 우주선 발사로 새롭게 우주의 공간 의식에 눈뜨고부터 시작한 이 작업이 작가인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것 같아 끊임없이 매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화단에서 보기 드문 기하학적 추상의 발전을 이룩한 이승조(1941~1990)는 과거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며 1969년 인류 최초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것을 언급했다. 50여년 전 그는 우주를 기하학적 추상에 담았다.

이야기를 들으니 이승조가 선택한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원통 단위의 조형 언어가 다르게 보였다. 마치 ‘파이프’가 우주와 메타버스(확장 가상 세계)로 끝없이 뻗어 나가는 느낌을 줬다.

이승조의 개인전 ‘LEE SEUNG JIO’가 오는 10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개최된다.

국제갤러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이승조의 전시에서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을 구축하는 데 평생을 바친 화백의 주요 작품 30여점을 소개하며 그만의 굳건한 시각언어를 새롭게 조망한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리는 기간에 국제갤러리는 이승조 개인전을 선택했다. 이승조의 작품 세계가 전 세계에서 더욱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Nucleus 77', 1968 [사진=국제갤러리]

194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이승조는 가족과 함께 남하해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반을 거치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1960년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1962년에는 동급생이었던 권영우, 서승원 등과 함께 기존의 미술 제도와 기득권에 반하여 ‘오리진’이라는 이름의 전위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그룹 이름이 시사하듯 ‘근원적인 것’으로의 환원을 모색하며 자신의 조형언어를 만들어 가던 이승조는 1967년 최초의 ‘핵’ 연작을 발표했다.

이승조의 가장 대표적인 모티프로 알려진 ‘파이프’ 형상이 처음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4개월 후, ‘핵’ 연작의 열 번째 작품을 통해서였다.

엄격한 질서 안에서 단순한 형태와 색조 변이로써 시각적 일루전(illusion)을 만들어내는 파이프 형상은 곧 이승조의 주요한 언어가 되었다. 작품을 보면 마치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를 경험한다.

파이프 형상이 등장하던 1968년은 작가에게 기념비적인 해였다. 제1회 ‘동아국제미술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는 문화공보부장관상을 받으며 서양화 부문의 최고상이 추상화 작품에 수여되는 국전 역대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이후 보수적인 국전에서 1971년까지 4년간 연이어 수상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Nucleus 75-10'.1975 [사진=국제갤러리]

이승조는 멈추지 않고 계속 변화했다. 현상학이론·개념미술·미니멀리즘 등 외부에서 유입된 현대미술의 흐름에 적극 호응했고 1970년대 중반 이후 단색화와의 연계성을 가지면서도 스스로 개척한 ‘핵’의 고유성을 놓지 않았다. 기계적인 느낌을 지운 단색의 작품들은 부드럽고 포근하며 신비한 느낌을 준다. 

이승조는 1988년에는 미국 미술에 강한 인상을 받아 회화와 오브제의 접목을 시도하며 알루미늄과 황동, 나무 패널들이 캔버스를 대체하는 새로운 실험을 전개했다.
 

1969년경 이승조 작가 프로필 이미지 [사진=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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