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의 M&A] (30회) 美 자이언트 스텝, 세계경제 패권국 노리는 中 고립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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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회장
입력 2022-10-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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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경제침체 막기 위해 금리와 통화량 분리해서 관리해야

[성보경 회장]


일반적으로 환율전쟁은 미국 달러에 대해 화폐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통화정책을 말하는데, 미국 FRB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정책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을 역환율전쟁(Reverse Currency War)이라고 한다. 미국은 냉전체제가 붕괴된 이후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세계화 전략을 추진했다. 그래서 2008년 세계파생금융상품시장 붕괴에 의한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것은 물론 달러를 무한정 살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달러를 대거 살포하는 정책을 사용했다.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에서는 금리인하와 통화유동성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정책을 사용한 것이다. 세계경제시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어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성장하는 것은 물론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첨단과학기술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에게 자금을 공급한 투자금융자본들은 세계를 집어삼킬 듯이 성장가도를 달렸다. 처음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첨단기술기업들이 성장했으나 중국기업들 또한 미국기업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세계적인 기업 대열에 속속 합류하게 되었다.

또한 중국은 전 세계 저가 상품을 공급하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의 원자재 및 상품 공급을 독과점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세계화에 의해 규모가 커진 시장은 중국기업의 공급시장이 된 것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공급하는 상품의 최대 소비국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의한 미국경제에 대한 도전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미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2020년 기준 미국과 중국의 경제격차는 1.4배 정도로 줄어들게 되었고, 세계경제기관의 대다수가 향후 20년 이내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 독일과 일본으로부터 미국의 패권국 지위를 위협받았던 것과 유사한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고, 미국은 이들 국가를 견제하기 위해 무역보복을 단행했으며,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을 극복하기 위한 대결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이 소비국가 지위를 유지하며 독일, 일본, 중국 등에게 미국시장을 개방하고, 투자자금을 지원하여 경제성장을 도와 준 것은 세계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를 전 세계에서 통용시키는 절대적 통화지위를 차지하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는 경제성장을 했지만 그때마다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와 재정부채에 시달리게 되었다. 해당국가 통화가치는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 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면, 가차없이 상대국가의 경제를 뒤흔들어 놓는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이 달러를 풀었다는 것은 상대국가들의 부채가 늘었다는 것이다. 상대국가들은 미국 달러를 차입하여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공급량을 늘려 경제를 성장시킨 것이다. 하지만 미국 FRB가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전 세계 국가의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미국 FRB는 세계를 상대로 달러가치를 높이는 역환율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공급체계 붕괴에 따른 수입물가 폭등과 경기침체로 인하여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달러가치 폭등은 다른 나라의 자산가치를 폭락시키고 있기도 하다. 아마도 미국은 금리, 환율, 인플레이션 그리고 경기침체를 이용하여 절대적 경제패권을 차지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필자는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표면적 이유와 달리 세계경기침체라는 고육지계를 사용하여, 초강대국 지위를 다시 찾아 절대적 경제패권국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야심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의 당면과제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중패권전쟁(US-China Power Struggle)에서 승리하고, 엄청나게 살포되어 있는 미국 달러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미국이 세계에서 절대적인 군사대국이라 해도 군사전쟁으로는 중국을 굴복시킬 수 없을 만큼 중국도 군사대국이 되었다. 때문에 중국을 경제적으로 파탄시키고, 미국에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에 대한 공급국가로서의 지위를 박탈하고, 세계경제시장으로부터 경제적 고립을 유도하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방법은 한번에 0.25%, 0.5%, 0.75%, 1% 등으로 다양하다. 0.25% 포인트를 올릴 때는 베이비 스텝이라 하고, 0.5% 포인트를 올릴 때는 빅 스텝, 0.75% 포인트를 올릴 때는 자이언트 스텝 그리고 1% 포인트를 올릴 때는 울트라 스텝 등으로 이름 붙여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라는 공포심을 더욱 강하게 자극하는 전략을 쓰고 있기도 하다. 특히, 요즘과 같이 연속해서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올리면 달러 부채가 많거나 달러가 부족한 국가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증폭된다. 기준금리를 3개월 연속으로 0.5% 포인트 올리는 것을 점보 스텝(Jumbo Step)이라고 하니, 0.75% 포인트의 자이언트 스텝을 3개월 연속으로 올리는 것은 슈퍼 점보 스텝(Super Jumbo Step)이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이러한 현상을 미국 언론이 보도하면 전 세계의 모든 언론도 따라서 보도한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어(이를 “한 마리의 개가 정보를 왜곡하여 짖으면 백 마리의 개가 따라 짖는다”고 한다),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공포의 파급효과는 더욱 커진다. 그로 인해 미국이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달러가치를 높이고, 세계경제가 침체하면 안전자산에 속하는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금리 인상효과는 대체적으로 6개월 내지는 1년 후부터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은 금리인상에 의한 달러가치 상승을 유도하여 수입물가를 잡고, 공급국가들의 수익성을 떨어트려 공급국가를 압박하는 전략을 쓰고 있지만,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미국 또한 경기침체를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이 기간을 견디지 못하는 한국과 같은 과잉부채국가들이다. 한국은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를 비롯하여 국가 또한 부채비율이 높아진 상태이다. 달러 강세로 인해 수입물가가 오르고, 가계의 이자부담이 가중되어 부동산 및 주식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은 미국과 같이 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금리를 올리되 가계에 부담이 적은 방향으로 올려야 한다. 일시적으로 환율상승에 의한 수입물가 부담이 있겠지만 경기가 침체되는 것보다는 고통이 적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의한 일정수준의 인플레이션과 무역수지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동산 및 주식 가격의 하락을 경착륙으로 유도하고,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도록 정책방향을 잡아야 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의한 경제성장률 둔화와 무역수지가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면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할 위험성이 있다.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고 통화량 공급을 줄이면 경기는 급속하게 위축된다.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통화량 공급을 유지할 수 있으면 경기는 완만하게 상승할 수 있다. 문제는 통화량 증가는 다른 분야의 부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급이 지속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금리와 통화량은 경기순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외에 투자한 자금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국내시장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 금리가 상승한다고 통화량이 무조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금리와 통화량을 분리해서 관리해야 한다. 금리를 완만하게 올리고 통화량으로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가계부채상환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통화량을 유지할 수 있지만 결국은 가계의 부실채권이 증가할 경우에는 은행의 부실 위험이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출경쟁국인 독일, 일본, 중국 등의 화폐가치 변동을 살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세계무역량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전 세계는 다시 무역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환율은 수출국과 수입국의 관계보다는 수출국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한 법이다. 그래서 중국, 독일, 일본 등은 수출지향적인 경제성장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최소화하는 환율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후유증으로 봉쇄되는 중국의 공급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독일, 일본, 한국 등이 수출시장을 두고 경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정부의 정책은 금리를 인상하는 정책보다는 금리를 유지 또는 소폭 인상하는 수준에서 통화량 관리를 통해 경제성장의 기초를 마련하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은행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기업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수입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국내소비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강한 달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역수지가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 환율은 금리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관리할 수도 있지만 무역수지에 대한 흑자를 통해서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자본의 국내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반도체와 2차 전지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공급체계의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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