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화 초강세 속에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쏟아부으면서 외환보유액이 역대급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이 이례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외환위기에 또다시 직면할 수 있다는 전문가 우려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9월 외환보유액 한 달만에 197억 달러 감소···한국은행 "문제 없어"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22년 9월 말 외환보유액’ 자료에 따르면 9월 한 달 동안 국내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196억6000만 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 감소 폭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10월(274억2000만 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이는 직전월 수치인 21억8000만 달러(8월)와 비교하더라도 9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한은 외환보유액이 이처럼 감소한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 고점이 1440원을 돌파하는 등 급격하게 치솟자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매도를 늘린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이를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백브리핑을 열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200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월평균 감소액이 70억 달러에 이른 반면 현재는 47억원대로 감소 폭 수준이 상대적으로 작고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가 4000억 달러 수준으로 당시 외환보유액 규모(2000억 달러) 대비 두 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특히 이 같은 외환보유액 급감이 ‘외환위기’ 징후라는 지적에 대해 “위기라는 걸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최근 큰 폭으로 절하된 것은 우리의 고유 요인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것”이라며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이 대외 충격에 대한 완충작용을 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속도 지나치게 빨라···변동성 확대에 국가신용도 악영향 가능성도”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외환보유액 감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데다 환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 정책 여력이 줄어들어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 시 변동성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 급등락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된 현 상황대로라면 연말까지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시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환율 방어에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금리를 조금만 올리면서 시장 개입에 나서면 국가신용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을 막기 위해 달러 매도를 통한 미세조정은 필요하나 추세 자체를 꺾기란 쉽지 않다“며 "결국 외화만 소진하고 큰 효과를 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고 외환보유액 감소로 인해 다른 국가들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상황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 등 안정적인 달러 유동성 공급 채널을 확보해 대외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회장은 “현재 한국은 위기 시 소요 외환부족액과 자본 유출, 해외 현지법인의 현지 금융 등을 포함하면 2000억 달러 정도 외환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위기 시 외환시장의 심리 안정으로 외국인 투자금 유출을 줄이고 외국인 투기세력의 원화가치 하락 베팅을 막아 외환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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