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美中 반도체전쟁은 양날의 검이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입력 2022-10-17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전병서/경희대 China MBA 객원교수]

 
  

바이든의 대중 반도체규제, 기술격차 두배로 확대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핵폭탄을 투하했다. 10월 7일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화끈하게 실행했다. 인력, 제품, 공정장비의 3분야에서 미국 국적 엔지니어의 대중국 첨단반도체서비스 금지, AI와 슈퍼컴퓨터용 첨단반도체의 공급금지, DRAM, NAND, 파운드리 분야 첨단장비 공급금지조치를 내렸다.
이번에 미국의 대중국제재는 중국의 반도체실력을 정확히 평가해주었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장비수출 규제를 한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이미 DRAM에서 18nm, 파운드리에서 14nm, NAND에서 128단의 기술을 확보했다.
이는 그간 한국 반도체생산의 역사에 비추어 보면 NAND는 2년, DRAM은 5년, Logic파운드리는 7년까지 그 격차를 줄였고 추격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개발 역사에 비추어 보면 NAND는 1년, Logic은 3년까지 쫓아왔다.
그러나 이번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정말 제대로 실현된다면 중국은 첨단반도체생산이 불가능해져 반도체 구석기시대로 돌아간다. 이번 조치로 첨단장비의 대중국 공급이 중단되면 중국이 국산화 노력을 하더라도 중국과의 생산기술 격차는 현재의 2-7년에서 4-14년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실패일까?
미국이 제재하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기술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실패했다면 미국이 Chip4, 반도체법, 반도체장비수출규제 같은 초강력 대중반도체 규제와 정책을 실시할 이유가 없다.
중국이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1기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기 시작한 시점으로 봐야 하고 2019년에 2기펀드를 조성하면서 가속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은 2015년에 10년 뒤 반도체국산화 목표를 70%로 잡는 야심 찬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잡았지만 이는 2018년 미·중무역전쟁의 시작으로 이를 일찌감치 포기했고 모든 중국의 공식문서에서 “중국제조 2025”는 사라졌다. 그런데도 서방 언론은 이미 폐기된 7년 전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목표를 아직도 유효한 것처럼 떠벌리고 반도체 굴기 실패로 단정짓는다.
2014년 국가 반도체펀드 만들어 반도체산업을 육성한 지 8년 만에 이 정도까지 쫓아온 중국의 실력을 무섭게 봐야 한다. 중국 반도체산업의 굴기는 1, 2기반도체펀드가 투자한 60여 개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다. 정부 보조금 따먹으려고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망한 민간 반도체기업의 숫자나 반도체경험이 전무한 지방정부가 사기꾼에 당한 반도체공장 사례를 중국 반도체산업의 전부로 오인하면 안 된다
지금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한국과 대만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들이지 못하게 할 정도로 부상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다. 중국의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미국의 “반도체 인사이드(Chips Inside)”전략의 미래
반도체 칩은 "승자독식"의 대표적인 분야이다. 한번 앞선 기술, 더 높은 효율성, 더 낮은 비용이 보장되는 기술을 습득하면 후발국가 제품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이런 측면에서 이번 미국의 조치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아킬레스건을 찌른 것이고 이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발전을 지연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은 스마일 커브에서 R/D와 유통만 장악하고 생산은 아시아에 맡겨 고수익을 즐긴 결과 1990년에 37%를 차지했던 반도체 생산비중이 2020년 12%로 추락했고 장기적으로는 지금 상태라면 6%대로 추락하는 반면 중국은 24%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지금 중국의 반도체 실력은 미국의 상대가 아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견제는 명분이고 속내는 한국과 대만이 가지고 있는 반도체생산기술의 미국 내재화(Chips Inside)다. 그러나 이미 집 나간 미국기술이 보조금 준다고 다시 돌아오기는 너무 멀리 갔다.
한국의 일본과 소부장 사태에서도 봤지만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중국 견제에 미국이 결정타를 날렸지만 지금 OEM제품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반도체 소비량의 63%가 중국이고 중국 자체소비만 34%에 달한다. 미국 3대반도체 장비업체의 대중매출비중은 26~35%선이고 퀄컴, TI, 인텔 브로드컴같은 반도체회사들의 대중 매출 비중은 26~60%에 달한다. 미국은 지금 적 100명을 죽이려면 아군도 60~70명은 죽어야 하는 고약한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을 단칼에 급소를 찌르지 못하고 어설프게 여기저기 찔러 피 흘리게 하면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의지만 강화시킨다. 원자폭탄, 인공위성, 항공모함, 인공위성까지 만든 나라 중국은 4차산업의 생명선인 반도체개발을 절대 포기 안 한다.
역설적으로 중국이 모든 국가자원을 털어 넣어 반도체개발에 몰두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와 중국이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첨단반도체를 국산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미국의 확실한 제재 실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미국의 대중제제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개발을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막지는 못 한다.
 
문제는 배고픈 두 마리 호랑이 앞에 선 한국이다.
첨단산업 기술의 역사를 보면 시발역과 종착역은 같은 적이 없고 종착역에 도착한 기차를 다시 거꾸로 시발역으로 돌린 역사가 없다. 반도체는 이미 미국, 일본, 한국, 대만을 거쳐 중국으로 갔다. 미국은 다시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첨단반도체 공장 유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가까운 데 짓는 것이 정석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는 한국반도체산업에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5-10년의 시간을 벌어주었다. 문제는 이것이 한국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미국 자신을 위한 것이란 점이다. 미국은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첨단기술을 유치하고, 중국은 큰돈 드는 첨단기술은 정부가, 저급기술은 민간이 투자하는 분업체제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냉정하게 보면 한국은 5nm이하 첨단 반도체생산기술에서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마리 배고픈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를 더 배고프게 만들지 않으면 한국이 설자리는 없다. 5nm가 아닌 3nm, 2nm, 1nm기술로 4단계 이상의 기술격차를 유지하면 살고 잡히면 먹힌다.
미국, 중국, 대만, 일본은 첨단 반도체기술 확보를 위해 여야 가리지 않고 일심동체로 경쟁적으로 파격적인 반도체육성정책을 내놓고 있는데도 한국의 반도체육성법은 여야의 정쟁 속에 국회에서 잠자고 있어 참 답답한 일이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1개의 댓글
0 / 300
  • 기술이 시장을 이길수는 없다.
    그러나 시장을 이용해서 기술을 훔치는 것을 당연시하는 중국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는 한국과의 공생이 아닌 파탄일진데, 중국 걱정과 애정이 가득한 필자의 글은 진정 누구를 위함인가?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