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종이 주가 하락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와 맞물려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건설업 지수는 72.67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최고점이 130에 육박한 점을 감안하면 절반가량 내려앉은 수준이다. 건설업 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종목의 연초 대비 현재 주가를 살펴보면 △현대건설 3만4900원(-24.37%) △GS건설 2만1700원(-45.82%) △대우건설 4205원(-28.36%) △DL이앤씨 3만4450원(-43.84%) 등이다.
이처럼 건설업 지수가 하락한 데는 금리 인상, 부동산 PF 우려,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해결하기 위해 올 들어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 적극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보여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4.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시장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당분간 더 이어진다는 시그널로 읽힌다.
가중된 부동산 PF 부담 역시 악재로 꼽힌다. 레고랜드발 위기에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20조원 넘는 비용을 투입하고, 대형 증권사들이 제2 채안펀드를 조성하는 등 급한 불은 껐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 부담 증가로 인해 단기자금 시장이 한동안 경색될 것으로 진단했다. 부동산 거래가 크게 줄어들고 미분양이 쌓이는 것도 건설주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8월 3만2722가구로 지난해 말(1만7710가구) 대비 84.8% 늘었다. 빈집이 늘어가는데 새집을 짓기 위한 신규 수주가 발생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설상가상 분양을 미뤄왔던 물량이 연말에 몰리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정비사업 단지를 포함해 10월 계획물량 중 11월로 연기된 물량만 3만3894가구에 달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을 앞두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연말 전 물량을 처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분양 물량이 몰린 만큼 미분양 가구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건설주가 반등할 수 있는 동력을 찾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당장 내년에도 건설업은 주식시장에서 성장보다 바닥을 확인하는 장세를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후퇴로 건설사들은 분양과 수주가 감소하고 매출화 속도가 지연되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부동산 PF 부실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23년에는 분양과 수주 물량 하락에 따른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어 자기자본이익률(ROE)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에는 미분양과 PF 부실화 등을 반영한 실질적인 대손충당금 규모가 증가하며 결국 장부가치(Book value)를 조정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전망된다.
박 연구원은 “장부가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며 “2024년 이후 건설업에 대한 방향성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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