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서면 연설을 통해 지역 안보와 협력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날 시 주석은 "세계는 또다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고, 아시아·태평양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에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수십년 아시아·태평양 구성원의 경제 발전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고 지역 발전의 원동력인 아·태 경제협력은 인민들의 복지를 향상시켰다"고 했다.
시 주석은 "냉전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 아시아·태평양은, 특히 중소 경제 체제가 현대화의 길에 들어서면서 '아시아·태평양 기적'의 원동력이 됐다"며 "아시아·태평양은 누구의 뒤뜰이 아니고 강대국의 각축장도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AFP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둔 가운데 나온 시 주석의 '뒤뜰' 발언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미국과 그 동맹국을 겨냥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그에 대응한 중국의 고강도 무력시위를 계기로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부상한 대만 해협 갈등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최고조로 치달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정상은 최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긴장 완화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대좌' 이후 긴장 완화 기류에도 미국이 대중 견제 고삐를 강하게 죄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다음 주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 방문을 예고한 상황이다.
필리핀은 동남아의 군사·경제적 요충지로 미·중 양국이 패권을 두고 외교전을 펼치는 곳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내년부터 총 6600만 달러(883억원)를 투입해 필리핀 내 군사기지 3곳에 훈련시설을 신축할 예정이다. 이는 필리핀이 미국과 체결한 방위력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른 것이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내년 1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을 초청해 환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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