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트럼프 오판에 웃는 시진핑 …글로벌 리더십 역전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에 ‘불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는 말이 있다.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병법’이라는 뜻이다. 적과의 무력 충돌을 피하고 전략·외교적으로 주도권을 잡아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전쟁을 두고 펼쳐지는 미·중 간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에서 중국의 전략적 대응을 잘 보여주는 문구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표지 사진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적이 실수할 때는 절대 방해하지 마라(Never interrupt your enemy when he is making a mistake)”는 문구와 함께 흐릿한 트럼프 대통령을 보며 시진핑 주석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의 표지 사진이 가지는 함의는 분명하다. 문구는 1805년 우스터리츠 전투에서 적군이 도망칠 때 나폴레옹이 한 말이다. 전쟁을 일으킨 트럼프의 오판으로 중국의 존재감과 글로벌 영향력이 더 커져가고 있는 형국을 비유하며 소환한 것이다. 전쟁의 전략적 명분 부재와 자국 우선주의로 미국 글로벌 리더십 붕괴의 조짐이 커져가고 있다. 2025년 트럼프 2기가 들어서면서 글로벌 관세전쟁, 국제기구 탈퇴 및 그린란드 병합 주장 등 독단적 행위로 인해 국제사회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진행된 각기 다른 지역의 글로벌 리더십과 영향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추락하고 있는 미국 주도권과 부상하는 중국의 변화를 잘 대변하고 있다. 3가지 설문조사 결과와 그 함의를 살펴보자.

첫째, 동맹인 서방 선진국조차 트럼프의 미국보다 중국을 더 선호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다. 지난 3월 미국 정치매체인 폴리티코(Politico)와 영국 여론조사기관 퍼블릭 퍼스트(Public First)가 공동으로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 5개국 각 2000명 이상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조차 트럼프의 미국에 대한 불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향후 10년 뒤 미·중 패권경쟁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미국을 제외한 독일(51%), 캐나다(49%), 프랑스(48%), 영국(45%) 모두 중국이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 중 어느 쪽에 의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캐나다(중국 57% vs 미국 23%), 영국(중국 42% vs 미국 34%), 독일(중국 40% vs 미국 24%), 프랑스(중국 34% vs 미국 25%) 모두 중국을 선택했다. 트럼프의 캐나다에 대한 51번째 주(州) 편입 압박은 캐나다인들의 반미 여론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영국과 프랑스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줄곧 비판해 왔고, 명분 없는 이란 전쟁에 나토 탈퇴를 무기로 영국과 프랑스를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 간 균열의 틈을 타고 중국은 더욱 공격적인 외교로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올해 초부터 프랑스, 영국, 캐나다, 독일 정상들이 연이어 중국을 국빈 방문함으로써 중국과의 외교·경제적 협력공간을 넓혀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스페인 총리도 중국을 국빈 방문해 ‘중국의 중동전쟁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주도의 일극체제가 아닌 중국 주도의 다자주의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동남아 국가들의 중국 선호도가 미국을 추월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다.
싱가포르 싱크탱크인 이시아스-유소프 이샥 연구소(ISEAS-Yusof Ishak Institute)가 조사한 2026년 아세안 여론조사 결과도 추락하고 있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세안 11개 회원국의 학계·민간기업·시민단체·정부 관계자 등 2008명을 대상으로 2026년 1월 5일-2월 20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 미·중 양국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강제 선호도 조사에서 미국(48%)보다 중국(52%)이 더 높게 나타나면서 2025년(美 52.3% vs 中 47.7%)과는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트럼프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미국의 신뢰도가 하락한 반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중국의 신뢰도가 36.6%에서 39.8%로 높아졌고, 반대로 중국에 대한 불신은 41.2%에서 35.2%로 하락하면서 2019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신뢰도가 불신을 앞선 결과다. 아세안 11개 국가별로 보면 라오스(美 50% vs 中 50%)를 제외하고, 인도네시아(80.1%) 말레이시아(68.0%) 싱가포르(66.3%) 동티모르(58%) 태국(55%) 브루나이(54%) 6개국이 중국을 선호했다. 반면, 필리핀(76.8%) 미얀마(61.4%) 캄보디아(61.0%) 베트남(59%) 4개국이 미국을 선호했다. 특히 미얀마와 베트남의 변화가 눈에 띈다. 3년 전 2023년 조사에서 중국이 세계평화∙안보∙번영∙거버넌스에 역할을 할 수 있느냐? 라는 질문에 미얀마, 베트남에서 각각 80% 및 78.7%가 ‘거의 없다, 절대 신뢰할 수 없다’라고 응답한 바 있다. 중국과의 지정학적 갈등과 경제 종속에 대한 우려로 반중 정서가 강했던 미얀마와 베트남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또럼 베트남 서기장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과 베트남 간 경제협력이 심화되면서 베트남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져 갈 것이다. 트럼프의 아세안 국가에 대한 관세폭탄이 중국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글로벌 대부분 국가들이 중국보다 미국을 더 싫어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2025년 130여 개국에서 국가별로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글로벌 리더십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하락하면서 글로벌 패권질서가 다극체제로 변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지지율이 2024년 39%에서 2025년 31%로 하락한 반면, 중국은 32%에서 36%로 증가해 갤럽이 약 20년간 지속해 온 동일 조사에서 가장 큰 격차를 보인 놀라운 결과다. 국가별 비호감도 조사에서도 중국(37%)보다 미국(48%)이 높게 나타나면서 글로벌 질서 재편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26년 초 트럼프의 66개 국제기구 탈퇴와 이란전쟁 이슈가 포함되지 않은 설문조사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트럼프식 자국우선주의와 패착으로 인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트럼프의 불확실한 리더십보다 체제와 이념은 다르지만 예측 가능하고 일정한 외교패턴이 있는 중국식 리더십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反트럼프 정서가 미국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반대급부로 중국을 더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확실한 것은 조급한 미국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중국은 조용히 실익을 챙기며 글로벌 리더십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글로벌 지정학과 지경학적 충돌이 심화되면서 국제질서가 빠르게 재편될 것이다. 우리도 새 판을 짜야 한다. 유연한 실용외교 전략을 바탕으로 자주국방과 산업주권 보호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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