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4835억원어치가 판매된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 판매사가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전액 반환 결정이 나온 것은 라임플루토 펀드와 옵티머스 펀드에 이어 세번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분조위를 열고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회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상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착오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경우에 적용된다. 적용될 경우 계약자들은 투자금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다.
분조위는 "판매사들은 상품제안서 등을 통해 독일 시행사의 사업이력, 신용도 및 재무상태가 우수해 계획한 투자구조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며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았다면 신청인은 물론 누구라도 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조위는 이어 "일반투자자인 신청인이 독일 시행사의 시행능력 등에 대해 직접 검증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반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판매계약의 상대방인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조위가 발표한 사실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판매사들은 헤리티지 펀드를 판매하면서 시행사의 헤리티지 사업이력과 신용도와 관련해 허위·과장 사실을 홍보했다. 이들은 펀드 판매 당시 현지 Top5 시행사가 2008년 설립 이후 52개의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50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시행사가 건전한 재무상태와 밝은 사업전망을 가진 독일 상위 4.4%에 해당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행사 순위와 사업 이력, 기업평가 내용 등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었고 제시한 사업 이력 역시 헤리티지 사업과 무관한 사업으로 확인됐다.
투자금 회수구조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허위·과장 광고가 적발됐다. 판매사들은 인허가·분양과 무관하게 시행사 신용으로 상환이 가능하고 부도가 발생해도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 행사 또는 시행사 사업법인(SPV) 주식에 대한 질권 행사로 상환이 가능하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시행사의 자금력 등에 의존한 투자금 회수 안전장치는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담보권 및 질권 확보도 미흡했다.
또 시행사가 부동산 취득 후 1년 이내에 설계 및 변경인가를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취득한 부동산 중 인허가를 신청한 부동산은 없었다. 2년간 약 5.5%로 설명된 수수료 역시 이면계약으로 인해 총 24.3%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수료가 지급될 경우 시행사가 투자를 예정했던 부동산 취득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분조위 결정은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확정된다. 금감원은 다른 일반투자자에 대해서는 분조위 결정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다만 판매사가 전액 배상 결정에 반발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판매사별 독일 헤리티지펀드 판매액은 △신한투자증권 3907억원 △NH투자증권 243억원 △하나은행 233억원 △우리은행 223억원 △현대차증권 124억원 △SK증권 105억원 등 총 483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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