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UAE 순방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300억 달러(약 40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순방에 동행한 100여개 기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48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계약 규모는 최소 61억 달러(약 7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어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계기 윤 대통령은 패트릭 갤싱어 인텔 회장 등 다수의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제 사무실은 열려 있다"며 친분을 맺고 국내 투자를 당부했다.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외교적 후폭풍을 자초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경제 외교' 성과는 확실하다는 것이 대통령실 안팎의 평가다. 이에 윤 대통령이 올해 안에 일본, 폴란드 등을 방문해 경제 외교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하고, 안보·경제 영역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협력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 특별연설 직후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과의 대담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긴밀하게 안보, 경제, 보건, 첨단 과학기술 협력을 하는 건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라며 "일본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함께하는 유사한 정치, 사회, 경제 체제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도 옹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선 "한·미·일 간 북핵 위협에 대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 대처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 신년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도 "일본도 머리 위로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날아다니니까 방위비를 증액하고 반격 개념을 국방계획에 집어넣기로 하지 않았나. 그걸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고 했다.
2022년 기준 일본의 방위비는 5조3687억엔(52조6300억원)으로 우리나라 국방예산(54조6000억원)과 비슷하다. 그러나 지난달 일본은 이른바 '안보 3대문서' 개정을 통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인 방위비를 5년 내 2%로 늘리고, 적 기지 반격이 가능한 군사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대 군사대국이 된다.
'과거사 논란' 여부와 관계없이 이웃 국가의 급격한 군사력 증강은 충분히 우려할만한 일이지만,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에 기시다 총리가 주변에 "윤 대통령과는 대화가 통한다"고 평가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다.
여기에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5월 19~21일 개최될 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에 윤 대통령을 초대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양국 관계의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가 가닥이 잡히는 대로 한·일 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2월 방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과거사 등)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가 현재 진행 중"이라며 "그 결과를 예단하고 그 다음 단계를 논하는 것은 아직은 조금 이른 것 같다"고 일단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외교가에서는 윤 대통령의 올해 상반기 방일은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를 계기로 그간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육성'으로 불협화음을 냈던 양국 간 경제 협력 구조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성 등을 이유로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지난 17일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제56회 한일·일한협력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중국의 거대한 대미 흑자로 촉발된 미·중 갈등은 경제체질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간단히 끝날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며 "한·일 기업이 경쟁하면 출혈경쟁이 되겠지만 (반대로) 협력하면 중국 경제가 아직 한·일 경제에 상당히 의존적인 만큼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4일 정부·군·방산 관계자들이 모인 '방산수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2027년까지 한국을 4대 무기 수출국에 들게 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산하에 '방산수출기획팀'(가칭)을 조직해 방산 수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각오다.
특히 지난해 한국은 폴란드에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을 수출하면서 최근 5년 수출액 평균의 5배 수준인 173억달러(21조3600억원)에 달하는 방산수출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럽의 안보 불안감이 커지면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가 높은 'K-방산'에 대한 주목도가 커진 결과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호조를 이어가기 위해 윤 대통령이 폴란드를 찾아 양국 간 방산 협력 기반을 더욱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폴란드는 방산 뿐만 아니라 원전 수출의 유력 후보지다. 이창양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 계기로 폴란드 산업장관과 회담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을 만나 퐁트누프 원전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공유했다. 앞서 한국과 폴란드의 정부 및 기업은 지난해 10월 말 서울에서 프로젝트 관련 MOU와 사업협력의향서(LOI) 등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제팍(ZEPAK), 폴란드전력공사(PGE) 등 3개 사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서쪽으로 240㎞ 떨어진 퐁트누프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APR1400) 2∼4기(1기는 1400MW 규모)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원전 수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UAE 국빈 방문 때 모하메드 대통령과 함께 바라카 원전을 방문해 3호기 가동을 기념하고 4호기 건설 진행 현황을 점검했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의 원전 수출 1호이자 중동 최초 상업 원전이다. 윤 대통령은 "양국이 바라카의 성공을 바탕으로 UAE 내 추가적 원전 협력과 제3국 공동진출 등 확대된 성과를 창출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다보스포럼 특별연설 직후 슈밥 회장과의 대담에서도 "탄소중립을 반드시 달성하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기술력을 강화하고 원자력 발전을 좀 더 확대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전세계에 탄소중립 목표 국가와 원전 기술을 공유하고 다양한 수출과 협력으로 청정 에너지 원전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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